가비아079940|창업주가 판 지분, 창업주가 다시 산다

· KRX

상한가와 프리미엄의 역설

가비아 주가가 20일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며 전장 대비 29.94% 급등한 4만8000원에 근접한 4만4050원에 거래됐습니다. 맥쿼리자산운용 계열 디씨케이인베스트먼트가 가비아 보통주를 주당 4만8000원에 공개매수하겠다고 공시하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이 가격은 공시 직전 거래일 종가 3만3900원보다 41.6% 높고, 가비아 상장 이후 최고 종가마저 웃도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정작 눈에 띄는 대목은 가격이 아니라 매도자입니다.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김홍국 공동대표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 24.4%도 같은 4만8000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이미 체결했습니다.

창업주가 지분을 팔면서 회사를 떠난다면 자연스러운 그림입니다. 하지만 김 대표 등은 매각대금 가운데 세금을 제외한 금액을 공개매수자인 디씨케이인베스트먼트에 다시 출자하기로 했습니다. 맥쿼리가 경영권을 확보하되 창업주 측은 주주로 남아 계속 경영에 참여하는 구조입니다.

공개매수와 최대주주 지분 인수가 모두 성사되면 맥쿼리 측은 가비아 발행주식의 97.4%를 확보하게 됩니다. 자기주식을 제외한 유통주식 기준으로는 사실상 100%입니다. 목표는 명확합니다. 가능한 한 신속하게 가비아를 자진 상장폐지시켜 비상장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는 것입니다.

매각이라는 형식과 잔류라는 실질이 한 거래 안에 겹쳐 있습니다. 이 구조를 가장 먼저, 가장 크게 문제 삼은 곳이 바로 14.3% 지분을 쥔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입니다.

얼라인파트너스의 반격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20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가비아 이사회에 요구사항을 전달했습니다. 이번 거래가 외형상 제3자의 공개매수지만, 실질은 최대주주가 재투자를 통해 경영에 계속 참여하는 폐쇄기업화 거래라는 것이 핵심 주장입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일반적인 제3자 인수합병보다 구조적 이해상충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반 주주와 최대주주 사이에 이해가 갈릴 수 있는 거래인 만큼, 이사회가 더 엄격한 절차로 주주 보호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시장가격에 일정 프리미엄이 붙었다는 이유만으로 이 공개매수가가 전체 주주가 얻을 수 있는 최대 가치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사회가 더 높은 가격이나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다른 인수 후보가 있었는지부터 검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가비아 이사회에 오는 31일까지 관련 입장을 공개하라고 요청했습니다. 독립적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는지, 맥쿼리 측에 대한 정보 제공 과정에서 이해상충을 제대로 관리했는지도 설명하라는 요구입니다. 답변이 충분하지 않으면 상법과 자본시장법상 후속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공개매수자 측은 최대주주와 일반주주에게 똑같이 4만8000원을 제시했다는 점을 형평성의 근거로 내세웁니다. 하지만 얼라인파트너스의 반박은 가격의 평등이 아니라 거래 이후 위치의 불평등을 겨냥합니다. 같은 가격에 팔아도, 한쪽은 회사에 남아 경영에 참여하고 다른 한쪽은 시장에서 완전히 퇴장하기 때문입니다.

자금 구조와 성사 조건

이번 거래의 자금 구조를 보면 레버리지 비중이 상당합니다. 전체 공개매수 자금 4719억원 가운데 자기자금은 944억원에 그치고, 나머지 3775억원은 미래에셋증권으로부터 연 5.60% 고정금리로 빌립니다. 최대주주 지분 인수대금까지 합친 전체 거래규모는 6276억원에 달합니다.

이 거래에는 최소 매수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응모 물량이 발행주식총수의 24.3%인 326만7629주에 미달하면 디씨케이인베스트먼트는 청약된 주식을 한 주도 사들이지 않습니다. 이 경우 창업주 측과 체결한 지분 매매계약도 함께 해제될 수 있습니다.

가비아 주요 주주 구성을 보면 미리캐피탈 측 펀드가 24.2%, 얼라인파트너스가 14.3%를 쥐고 있습니다. 두 주주의 지분을 합치면 38.5%에 달해, 이들이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을 경우 최소 조건 충족 여부 자체가 불확실해집니다.

현재 보유자에게는 9월 17일 마감 전 4만8000원에 응모할지, 비상장사의 소수주주로 남을지가 갈림길입니다. 관망자에게는 현재가 4만4050원과 공개매수가 4만8000원 사이의 격차가 거래 성사를 전제로 한 차익 구간으로 보이지만, 이 차익은 최소 응모율이 채워지지 않으면 그대로 사라집니다.

이 거래가 프리미엄에 웃는 매도 기회가 될지, 최소 조건 미달로 무산되는 트랩이 될지는 두 개의 날짜가 갈라놓습니다. 얼라인파트너스가 요구한 7월 31일 이사회 답변에서 이해상충 문제가 해소되는지, 그리고 9월 17일 공개매수 마감까지 최소 응모율 24.3%가 채워지는지입니다. 이 두 시점 전에는 어떤 판단도 확정된 결론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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