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영업익 175%|이란 전쟁 수혜, 2분기도?
분기 최대 실적, 숫자 뒤에 숨겨진 구조
고려아연이 1분기 영업이익 7461억원을 발표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175%가 넘는 증가율입니다. 그런데 이 숫자를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지금 이 주식의 포지셔닝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시장의 첫 번째 반응은 간단합니다.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봉쇄가 금·은 가격을 끌어올렸고 그 수혜가 고려아연 실적으로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이 해석대로라면 지금 해야 할 질문은 하나입니다. 이란과의 종전 협상이 타결되면 이 실적은 되돌아가는가. 그런데 고려아연이 공시한 실적 설명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표면 해석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회사는 "원자재 가격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실적을 끌어올렸다"고 명시했습니다.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다변화로'라는 표현입니다. 고려아연은 전통적으로 아연 제련소로 분류되어 왔습니다. 아연 가격이 올라가면 실적이 좋아지는 사이클 플레이로 시장이 이 주식을 읽어온 것이 지난 수년간의 컨센서스였습니다. 그런데 1분기 실적의 드라이버는 아연이 아닙니다. 금·은이라는 귀금속과 안티모니라는 핵심광물입니다. 영업이익률은 12.3%로 지난해 1분기보다 5.2%포인트 올랐습니다. 지난 4분기와 비교해도 3%포인트 이상 개선됐습니다. 이 이익률 개선의 크기가 핵심입니다. 단순히 금값이 올랐다면 아연 제련 수익도 같이 올랐을 가능성이 높고 이익률이 아닌 이익 규모만 커졌을 것입니다. 이익률 자체가 높아졌다는 것은 제품 믹스가 바뀌었다는 신호입니다. 고마진 제품의 비중이 늘어났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105분기 연속 영업흑자라는 수치도 이 회사가 단순한 원자재 가격 수혜주가 아니라는 점을 방증합니다. 문제는 이 이익률 개선이 일시적인지 구조적인지를 지금 당장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그 해답은 실적의 세부 구성 중 안티모니에 있습니다.
안티모니가 바꾼 수익 구조 — 일시 수혜인가 구조적 전환인가
안티모니는 대부분의 투자자에게 낯선 이름입니다. 그런데 이 광물이 왜 지금 고려아연의 핵심 실적 변수가 됐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면 이 종목의 향후 경로를 오판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안티모니는 난연제, 반도체, 군수산업용 부품에 사용되는 핵심광물입니다. 특히 야간 투시경, 탄약 점화제 등 방위산업 전반에서 대체 불가능한 소재로 분류됩니다. 그리고 전 세계 안티모니 공급의 50% 이상이 중국에서 나옵니다. 2025년 중국 정부가 안티모니 수출 규제를 강화한 이후 글로벌 공급망에서 비중국산 안티모니의 가치는 급격히 올라갔습니다. 고려아연은 호주 선메탈스를 통해 비중국산 안티모니 공급망을 이미 확보한 상태입니다. 여기서 시장의 두 해석이 분기합니다. 한쪽은 이렇게 봅니다. 이란 전쟁이 지속되는 한 방위산업 수요와 안전자산 선호가 안티모니와 귀금속 가격을 지지할 것이고 고려아연의 이익률은 유지된다는 것입니다. 이 그룹이 묵시적으로 전제하는 가정은 '이란 전쟁이 장기화 또는 구조화된다'는 것입니다. 다른 쪽은 이렇게 봅니다. 호르무즈 해협에 관한 협상이 진행 중이며, 종전이 타결되면 금·은·안티모니 가격이 하락하고 고려아연의 2분기 이익률은 1분기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전제입니다. 이 그룹의 숨겨진 가정은 '안티모니 수요는 지정학 수요이므로 전쟁 종료와 함께 구조적으로 위축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두 번째 그룹의 가정에는 논리적 맹점이 있습니다. 중국의 안티모니 수출 규제는 이란 전쟁과 독립적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전략 광물 무기화를 강화하는 흐름은 지정학 긴장의 결과이지만, 이란 전쟁 종료가 중국의 규제 철회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즉, 안티모니의 공급망 재편 요인은 이란 전쟁보다 더 넓은 구조적 맥락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고려아연이 이 영역에서 갖는 비중국산 공급망 경쟁력은 이란 전쟁 종료 후에도 소멸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이것이 현재 이익률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금·은 귀금속 가격의 하락 경로는 안티모니와 분리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결국 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가 지금 점검해야 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고려아연의 1분기 이익에서 귀금속 가격 수혜분과 안티모니 믹스 개선분이 각각 얼마인가. 그리고 그 중 어느 쪽이 더 구조적으로 지속 가능한가입니다. 이 분해가 명확해지는 시점이 바로 2분기 실적 발표입니다.
프로젝트 크루서블 — 고려아연이 미국 핵심광물 공급망에 자리 잡은 이유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와 함께 추진 중인 프로젝트 크루서블의 규모는 74억달러, 한화로 약 11조원입니다. 미국 테네시주에 핵심광물과 반도체용 황산을 생산하는 통합 제련소를 짓는 사업입니다. 이 사업이 최근 미국 연방정부의 신속 인허가 제도인 FAST-41 대상으로 지정됐습니다. FAST-41은 인허가 기간을 법적으로 단축하는 연방 제도로, 에너지·광물 인프라 사업에 적용됩니다. 이 지정이 의미하는 바는 단순한 행정 절차 단축이 아닙니다. 미국 연방정부가 이 사업을 공급망 안보의 우선순위 자산으로 분류했다는 신호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것이 지금 이 시점에 중요한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미국은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안티모니, 희토류, 갈륨, 게르마늄 — 이 광물들의 공통점은 중국이 글로벌 공급의 다수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고려아연이 테네시에 짓는 제련소는 이 맥락에서 읽힙니다. 비중국 공급망에서 원광을 가공·정제하는 역할을 미국 본토에서 수행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사업이 완성되면 고려아연은 아연 제련소라는 분류를 벗어납니다. 미국의 핵심광물 공급망 인프라 운영자로 포지셔닝이 재편됩니다. 현재 고려아연 주가에는 이 포지셔닝 재편이 아직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시장은 이 종목을 여전히 아연·귀금속 사이클 플레이로 읽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보유자가 실질적으로 점검해야 할 변수는 두 가지입니다. 프로젝트 크루서블의 인허가 완료 시점과 실제 착공 일정이 첫 번째입니다. 두 번째는 2분기 실적에서 안티모니 등 핵심광물 매출 비중이 얼마나 유지되는가입니다. 이 두 변수가 수렴하는 방향이 명확해지는 시점, 즉 2분기 실적 발표와 크루서블 관련 공시가 나오는 구간이 이 주식의 다음 평가 분기점입니다. 1분기에 영업이익률 12.3%를 기록한 회사가 전통적 아연 제련소 밸류에이션을 계속 받아야 하는지 — 이 질문에 대한 시장의 답이 바뀌기 시작하는 시점이 그때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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