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역대급 실적|주가 3% 급락의 배경
월가의 축제와 엇갈린 매도세
골드만삭스가 회사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순수익 172억 달러, 순이익 56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주당순이익(EPS)은 역대 두 번째인 17.55달러에 달했습니다. 자기자본이익률(ROE) 또한 20%에 육박하는 등 지표상으로는 완벽한 승리였습니다. 하지만 당일 주가는 오히려 2.9% 하락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오차가 아니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월요일 다우존스 지수에서 최악의 성적을 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해상 봉쇄 발표로 오전장 급락했던 S&P 500 지수가 회복세를 보일 때도 골드만삭스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습니다. 미 해군이 이란 항구 출입 선박을 봉쇄하며 시장은 긴박하게 움직였습니다. 이후 이란이 우라늄 농축 포기 조건을 검토 중이라는 뉴욕포스트의 보도가 나오며 시장은 반등했고, S&P 500은 일시적으로 상승 전환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투자은행 부문 수익은 127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자문 수익은 전년 대비 89% 급증했지만, 주가는 결국 하락 마감했습니다.
실적 서프라이즈와 매도 신호
어닝 서프라이즈가 왜 매도 신호가 되었을까요? 답은 실적 세부 지표에 있습니다. 데이비드 솔로몬 CEO는 인수합병(M&A) 완료 건수가 늘며 자문 수익이 급증했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지정학적 위기 상황에서 수익이 극대화되는 채권·외환·상품(FICC) 부문은 예상치를 밑돌았습니다. 유가 급등과 해협 봉쇄의 직접적 수혜를 입어야 할 FICC 실적이 부진했던 것입니다. 이번 실적은 전쟁 위기 이전에 체결된 딜의 결과물일 뿐, 위기 프리미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습니다.
미래 전망도 불투명합니다. 현재의 자문 수익 파이프라인은 평화로운 시기에 형성된 것입니다. 호르무즈 봉쇄가 장기화되면 기업들은 M&A 추진을 중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UBS는 이번 실적이 사업 성과보다 세금 효과에 기인했다며 투자의견 '중립'과 목표주가 930달러를 유지했습니다.
주식 인수(Underwriting) 수익도 45% 증가한 5억 3,500만 달러를 기록했지만, 고유가와 전쟁 국면에서는 신규 발행이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이번 실적은 90일 전의 세상을 반영합니다. 하지만 현재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고 휴전 협상이 결렬된 상태입니다. 한편 인텔은 9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56% 급등했습니다. 골드만삭스가 인텔의 AI 인프라 딜을 도왔음에도, 정작 본체의 주가는 하락하는 비대칭적 모습이 연출되었습니다.
향후 실적의 지속 가능성 여부
핵심은 이번 실적이 지속 가능한 동력인지, 아니면 위기 전 마지막 고점인지 여부입니다. 블랙록은 중동 리스크가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며 미국 주식 비중을 확대했습니다. 만약 이란이 우라늄 농축 포기 조건을 수용한다면 M&A 환경은 다시 살아날 것이고, 골드만삭스의 주가 하락은 매수 기회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봉쇄가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유가 공급 차질은 구조적 문제가 됩니다. 파이낸셜 타임즈에 따르면 이란산 석유를 실은 마지막 유조선들이 이미 이동 중이며, 이 물량이 소진되면 대체 수단을 찾기 어렵습니다. 이 경우 FICC 수익은 늘겠지만, M&A와 주식 인수 부문은 위축되어 전체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입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후자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주가는 이미 개선된 실적을 반영했지만, 파이프라인이 고갈되는 속도는 아직 가격에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향후 골드만삭스의 M&A 완료 발표 여부를 주목해야 합니다. 5월까지 신규 발표가 뜸해진다면 이번 실적은 바닥이 아닌 천장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