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20조 사상 돌파|6937 최고치 뚫린 날

· KRX

개인은 4조7천억을 팔았습니다

오늘 코스피가 5.12% 급등해 6,936.99에 마감했습니다. 사상 첫 6,900선 돌파입니다. 7,000선까지 남은 거리는 63포인트에 불과합니다.

외국인은 3조44억 원, 기관은 1조9,359억 원을 순매수했습니다. 반면 개인은 4조7,934억 원을 순매도했습니다.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날, 가장 많이 판 주체가 개인이었습니다.

SK하이닉스는 12.52% 급등하며 144만7,000원에 마감했습니다. 시가총액이 1,031조 원으로 불어나 사상 최초로 1,000조 원을 넘었습니다. 삼성전자도 5.44% 올랐습니다. 연합뉴스TV는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세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재차 경신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시장 분위기는 뚜렷했습니다. 나스닥이 사상 처음으로 2만5,000선을 돌파한 소식,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선박 구출작전 발표, 원달러 환율의 1,462.8원 하락이 맞물리며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됐습니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에 올라탄 효성중공업, 일진홀딩스, 선도전기도 줄줄이 상한가를 쳤습니다.

그런데 이 축제의 이면에서 이상한 숫자 하나가 조용히 경신됐습니다. 유가증권시장의 공매도 순보유 잔고가 지난달 27일 기준 20조5,083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20조 원을 넘어선 것입니다. 코스피가 연일 최고치를 뚫는 동안, 누군가는 이 시장이 반드시 내려올 것이라는 데 역대 최대 규모로 베팅하고 있었습니다.

상승장에서 하락 베팅이 역대 최대인 이유

공매도 잔고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과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 동시에 일어났다는 사실이 핵심입니다.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이유를 이해하지 않으면, 지금 시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공매도 잔고 상위 종목을 보면 단서가 보입니다. 한미반도체 1조9,348억 원, 현대차 1조8,863억 원, HD현대중공업 1조5,757억 원, LG에너지솔루션 1조3,903억 원 순이었습니다. SK하이닉스도 6,821억 원으로 리스트에 포함돼 있습니다. 공매도의 최대 표적이 이미 많이 오른 종목들, 즉 반도체·방산·조선 등 이번 랠리의 주도 업종이었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비관론이 아닙니다. 공매도 잔고 증가는 두 가지 경우에 빠르게 늘어납니다. 하나는 시장 전반에 대한 하락 전망이 커질 때입니다. 다른 하나는 이미 보유한 롱 포지션을 헤지하기 위해 같은 종목이나 연관 종목을 공매도로 쌓을 때입니다. 후자의 경우 겉으로는 지수 상승과 공매도 잔고 증가가 동시에 발생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36조682억 원으로 한 달 만에 3조1,400억 원 불어난 사실과 함께 보면 그림이 더 선명해집니다. 빚을 내서 올라탄 자금이 36조 원이고, 그 맞은편에는 주가 하락에 20조 원을 걸고 있습니다. CFD(차액결제거래) 잔고도 3조5,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는데, 1년 전의 2배 수준입니다. 레버리지 롱과 헤지 쇼트가 동시에 팽창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구도에서 무엇이 맞을지는 아직 열려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전제 하나가 있습니다. 공매도 잔고가 급격히 쌓인 종목들은, 지수가 계속 오를 경우 쇼트커버링(공매도 포지션 청산을 위한 매수)을 강요받습니다. 다시 말해, 지금의 공매도 압력이 오히려 추가 상승을 촉발하는 연료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2021년 미국의 게임스탑 사태에서 공매도 잔고 과잉이 쇼트스퀴즈로 전환된 것과 유사한 메커니즘입니다.

그러나 반대 시나리오도 명확합니다. 지수가 조정을 받기 시작하면 신용융자 36조 원의 반대매매 물량과 CFD 청산이 하락 속도를 폭발적으로 키울 수 있습니다. 레버리지 잔고가 가장 많이 쌓이는 구간은 항상 고점 직전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은 이미 신용융자 제한 조치에 나선 상태입니다.

7,000선 돌파 이후가 진짜 변수입니다

코스피 7,000선이 현재 시장의 심리적 기준점입니다. 삼성증권은 이달 코스피 예상 등락 범위를 6,000~7,200으로 제시했고, 올해 코스피 상단을 8,400으로 봤습니다. 대신증권은 현재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이 7.12배로 "여전히 저평가 구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기초체력은 지금도 견고하다는 시각입니다.

역사적 비교는 두 갈래입니다. 2021년 상반기 코스피 3,300선 돌파 당시에도 외국인·기관 매수와 개인 순매도가 동시에 나타났고, 공매도 잔고가 함께 쌓였습니다. 당시 코스피는 이후 약 6개월간 3,300선 부근에서 등락을 반복하다가 결국 하락 전환했습니다. 그 전환점은 연준의 테이퍼링 시그널이었습니다.

지금과의 차이도 있습니다. 당시에는 반도체 실적 사이클이 꺾이기 시작하는 국면이었습니다. 현재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률은 71.5%이고, 유진투자증권은 2분기 영업이익을 63조7,000억 원으로 전망합니다. 실적 자체는 아직 고점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공매도 20조 원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지금 쇼트 포지션을 유지하는 세력의 청산 조건이 무엇인지가 관건입니다. 7,000선이 안정적으로 돌파된다면 공매도 잔고의 대규모 청산이 추가 상승을 만들 수 있습니다. 반면 7,000선에서 저항이 나타나거나 글로벌 변수—미국 고용지표나 연준 발언—가 악화된다면 신용융자 36조 원의 연쇄 청산이 급락 속도를 키울 수 있습니다.

내일 확인해야 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공매도 상위 종목들인 한미반도체, 현대차, HD현대중공업의 가격 흐름이 7,000선 접근 국면에서 버티는지입니다. 그리고 8일 발표 예정인 TSMC 4월 매출이 반도체 수요 강도를 추가로 확인해줄 것인지입니다. TSMC 매출이 기대를 밑돌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공매도 잔고가 증폭될 개연성이 있습니다.

증거의 무게는 지금 상승 쪽에 실려 있습니다. 하지만 20조 원의 공매도 잔고가 쇼트스퀴즈로 흡수될 조건과 반대매매 연쇄를 촉발할 조건은 지금 이 순간 공존하고 있습니다. 7,000선을 넘는 것과 7,000선에서 버티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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