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4%·환율 1500원·유가 110달러|한국은행이 금리 인상 버튼을 누를 조건은?

· KRX

세션 흐름 — 3고의 불꽃이 동시에 켜진 날

오늘 한국 금융시장에서 세 개의 숫자가 동시에 임계치를 건드렸습니다. 브렌트유 110달러, 원·달러 환율 1500원, 국고채 10년물 금리 4.239%. 이 세 수치가 한날 한꺼번에 경계선을 넘은 것은 2023년 10월 이후 2년 8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코스피는 7500선 부근에서 출렁이다 강보합으로 마감했습니다. 외국인이 3조 6000억 원을 순매도했지만 개인 매수세가 지수를 받쳤습니다. 표면만 보면 시장이 충격을 흡수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채권시장은 달랐습니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장중 연 4.239%까지 치솟으며 2023년 10월 6일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3년 만기도 연 3.757%로 뛰었습니다.

그 배경에는 호르무즈해협 봉쇄 장기화가 있었습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7월물은 배럴당 110.93달러에 거래됐습니다. 전쟁 발발 이후 세계 원유 재고는 3억 8000만 배럴 감소했고, 글로벌 자산운용사 애버딘은 6월이면 재고가 사상 최저 수준에 닿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유가가 오르자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고,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5.129%로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일본 30년 국채도 1999년 이후 처음으로 연 4%를 넘겼습니다.

한국 채권시장도 글로벌 발작에서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NH투자증권의 강승원 연구원은 "경기 회복, 금리 인상 기대, 국채 공급 확대라는 세 가지 상승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매수세가 실종된 국고채 시장에서 금리는 저항선 없이 올랐습니다. 그러나 채권 금리가 이렇게 빠르게 오르는 동안 한국은행의 공식 기준금리는 움직이지 않았다는 사실이, 시장 참가자들의 시선을 한 곳으로 모으고 있습니다.

금리 인상의 역설 — 비둘기들이 매로 변하는 조건

지금까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대세 기류는 금리 인하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시장에 유통된 신호들은 그 전제를 거꾸로 뒤집고 있습니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최근 "금리 인하를 멈추고 인상하는 것에 관한 고민을 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것만으로는 립서비스로 읽힐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성환 전 금통위원이 "현재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발언한 것이 더 결정적입니다. 그는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분류되던 인물이었습니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로 2024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물가 압력의 성격이 문제입니다. 에너지·식료품 가격이 아니라 외식비, 보험료, 주거비 같은 서비스 물가가 올랐습니다. 서비스 물가는 임금과 임대료를 반영하기 때문에 한번 오르면 쉽게 내려오지 않습니다. KDI는 올해 물가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7%로 올리며, 5월 물가가 3%를 넘어설 가능성을 경고했습니다. 올해 1분기 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1.7%로 5년 6개월 만에 최고치였습니다. 경기가 살아나는 동안 물가도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 핵심 변수입니다.

환율도 방어선을 넘었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이틀 연속 1500원대를 유지하다 오늘 1500.3원에 마감했습니다. 환율이 높으면 수입 물가가 오르고, 그 물가 상승이 다시 한은에 긴축 압박으로 되돌아옵니다. 양준석 가톨릭대 교수는 "최소한 3분기에는 한 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오는 5월 28일 금통위에서 실제 인상보다 '매파적 동결'이 나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매파적 동결'은 인상이 아닙니다. 시장이 지금 채권 금리를 저항선 없이 올리는 것은, 금통위 결정문 한 줄의 표현 차이가 수조 원의 포지션을 움직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전망 — 5월 28일 금통위가 검증 분기점

지금 시장이 집중하는 핵심 질문은 하나입니다. 한국은행이 실제로 금리를 올리느냐가 아니라, 올릴 수 있다는 신호를 언제 처음 공식화하느냐입니다.

이 국면의 역사적 유사 사례는 2022년 하반기입니다. 당시에도 에너지 쇼크와 인플레이션이 겹쳤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3.5%까지 빠르게 올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4.5%를 넘겼고 코스피는 고점 대비 35% 하락했습니다. 지금의 10년물 4.239%는 그 출발점과 유사한 수준입니다. 그러나 당시와 다른 점이 있습니다. 2022년에는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나타났지만, 지금은 GDP 성장률이 1.7%로 상당히 강하다는 것입니다. 경기가 강한 상태에서의 금리 인상은 자산시장에 다른 경로로 충격을 줍니다. 실적이 받쳐주는 기업의 주가는 덜 내리고, 부채 부담이 큰 중소형주와 부동산이 먼저 흔들립니다.

금리 인상이 이어지지 않는 시나리오도 존재합니다. 호르무즈해협이 조기에 개방되어 유가가 90달러 이하로 내려오고, 달러 인덱스가 하락해 원화 환율이 1450원 아래로 빠질 경우, 물가 압력이 급격히 완화됩니다. 그 경우 비둘기파 위원들이 다시 목소리를 낼 여지가 생깁니다.

금리 인상 방향이 이어지는 조건은 세 가지입니다. 브렌트유가 100달러 위를 유지하고, 5월 소비자물가가 3%를 넘어서고, 5월 28일 금통위 결정문에 '물가 안정이 최우선'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면, 채권 시장은 3분기 인상 확률을 지금보다 훨씬 높게 반영할 것입니다.

5월 28일 금통위가 첫 번째 검증 분기점입니다. 이날 결정문에서 '완화 기조 유지'라는 표현이 사라지는지 여부가 채권 투자자들의 포지션을 결정하는 신호가 됩니다. 그 표현이 살아있다면 지금의 금리 급등은 외부 충격에 대한 일시적 과반응일 수 있습니다. 그 표현이 빠진다면, 2022년과 다른 경로의 긴축 사이클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둘 중 어느 쪽인지는 결정문이 나와야 확인됩니다. 시장이 결정문 한 줄에 이렇게 민감해진 것 자체가, 지금 한국 금융시장의 무게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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