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금융지주 2000억 결단|홈플러스 회생인가 연명인가
오늘 메리츠의 결단 — 2000억 DIP 승인
전국 67개 홈플러스 대형마트가 운영자금 고갈로 영업을 전면 중단한 가운데,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오늘 이사회를 열어 회생기업 신규자금 대출 2000억원을 최종 승인했습니다. 당초 검토액에서 추가로 1000억원을 더한 결정이었습니다.
이 결정이 이상한 이유가 있습니다. 메리츠는 홈플러스 62개 자가 점포에 담보신탁으로 약 1조5600억원 규모의 우선수익권을 확보해 두고 있습니다. 회생이 폐지되고 청산이 진행되면 법원 개입 없이 독자적으로 담보를 처분해 원금과 연 20% 지연이자까지 회수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메리츠 측이 '어려운 결정'이라고 표현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번 지원은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MBK 회장의 개인 보증을 조건으로 이뤄집니다. 즉시항고 기한인 7월 20일까지 법원에 조달 확약서를 제출해야 홈플러스 회생절차가 재개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메리츠는 그 기한을 나흘 앞두고 결단을 내린 것입니다.
담보신탁의 역설 — 채권자가 회생 자금을 댄 진짜 이유
표면적으로 메리츠의 이번 결정은 '금융회사의 사회적 책임'을 내세웁니다. 그러나 담보신탁 구조를 이해하면 이 결정은 단순한 사회공헌이 아닙니다. 홈플러스 점포 62개의 담보 감정가치 1조5600억원은 청산 시 일시적으로 시장에 매물로 쏟아지면 그 가치가 폭락할 수 있습니다.
62개 점포를 단기에 매각하려 하면 구매자가 가격 협상력을 갖게 되고, 실제 회수액이 감정가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홈플러스가 회생 절차를 재개해 점포를 계속 운영하면 담보 자산의 영업가치가 유지됩니다. 즉, 메리츠의 2000억 추가 지원은 이타심이 아니라 1조3000억원 기존 채권의 회수가치를 지키는 계산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계산에도 균열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유암코 참여도, 제3자 매각도 모두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2000억원은 밀린 임금과 상품대금, 운영비를 충당하는 연명 자금이지, 홈플러스의 미래 경쟁력에 투자되는 돈이 아닙니다. 한 달 뒤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을 보장이 없습니다.
오늘 결정에서 MBK와 메리츠가 각각 반대 방향으로 베팅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MBK는 김병주 회장 개인 보증을 내세워 책임을 덜려 하고, 메리츠는 담보를 지키기 위해 현금을 내놓는 구조입니다. 이것이 합의처럼 보이지만, 두 당사자가 각자의 이해에 따라 최소 손실을 추구하는 전략적 타협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7월 20일 분기점 — 기회인가 덫인가
이제 관건은 7월 20일까지 법원에 2000억원 조달 확약서가 실제로 제출되는지 여부입니다. 이 기한을 넘기면 홈플러스는 청산 수순으로 넘어가고, 1만2000명 직원과 최대 10만명의 협력업체·입점 소상공인 생계가 흔들립니다. 기한 내 항고가 이뤄지면 법원이 회생 절차 재개 여부를 다시 판단합니다.
메리츠금융지주 주주 입장에서 오늘 결정의 성패를 가르는 변수는 홈플러스 인수 의향자의 등장 여부입니다. 새 주인이 나타나면 메리츠의 담보 자산 가치가 보전되며 이번 2000억 지원이 투자로 전환됩니다. 반면 인수자가 없으면 추가 손실 위험이 커지며 주가에 부담이 됩니다. 이달 말로 예정된 메리츠금융지주의 공모채 수요예측은 시장이 오늘 결정을 어떻게 읽는지를 가장 빨리 확인할 수 있는 리트머스입니다.
결론적으로 오늘 메리츠의 2000억 결단은 홈플러스 회생의 마지막 열쇠를 건넨 것이 아닙니다. 기한 연장을 통해 인수자를 찾을 시간을 번 것입니다. 메리츠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라면 담보 청산 손실보다 담보 가치 보전이 유리하다는 메리츠의 계산이 맞는지 지켜봐야 합니다. 확인 변수는 하나입니다. 이달 말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기관 투자자들이 이번 결정을 '사회책임 이행'으로 읽으면 기회이고, '무리한 추가 익스포저'로 읽으면 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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