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 1000억 의결에도 홈플러스 파산 위기|실행불가 조건의 역설

· KRX

의결했지만 집행은 없다

메리츠금융지주가 18일 이사회에서 홈플러스 긴급운영자금 1000억원 지원을 공식 의결했습니다. 발표 직후 시장은 회생 신호로 읽었지만, 실상은 반대였습니다. 메리츠가 내건 조건의 핵심은 단순한 보증 요구가 아닙니다. MBK파트너스가 별도로 1000억원을 직접 조달해 에스크로에 예치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김병주 회장 개인 일반보증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두 조건이 집행 봉쇄의 실체입니다. MBK는 즉각 "실현 불가능"이라고 맞섰습니다. 회생 절차 개시 이후 MBK가 직간접으로 투입한 자금은 이미 2200억원이고, 주요 임원들의 개인 연대보증과 주택담보까지 제공한 상태입니다. 가용 신용을 한계까지 소진한 상대에게 추가 1000억원 직접 조달을 요구하는 구조는, 업계에서 사실상 지원 거부의 명분 쌓기라는 해석을 낳고 있습니다. 홈플러스도 입장문을 통해 "'촉구'라는 표현으로는 2000억원 대출 거부라는 본질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직접 반박했습니다. 의결과 실행이 분리된 이 구조가 왜 만들어졌는지, 메리츠의 담보 포지션을 보면 이해됩니다.

선순위 담보 1조2396억원이 만든 인센티브

메리츠금융은 홈플러스 전체 채권 2조6078억원 중 1조2396억원 규모의 선순위 신탁담보권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전국 62개 홈플러스 점포가 담보로 묶여 있으며, 메리츠는 1순위 수익권을 가진 최우선 회수자입니다. 이 구조에서 메리츠의 선택지는 두 갈래입니다. 홈플러스가 회생하면 대출 원리금을 정상 회수합니다. 홈플러스가 청산에 들어가면 점포 자산을 담보로 선순위에서 우선 회수합니다. 어느 방향이든 메리츠의 선순위 채권은 후순위나 일반 상거래 채권보다 먼저 보호됩니다. 이 점이 메리츠가 추가 1000억원을 무조건 투입할 인센티브가 약한 이유를 설명합니다. 반면 후순위 채권자, 중소 협력업체, 마트 근로자들은 청산 시나리오에서 회수 기회가 급격히 줄어드는 위치에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 구조를 두고 메리츠가 부동산 PF식 담보 회수 전략을 계속기업에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PF 자산과 2만명이 얽힌 유통기업은 부실의 파급 범위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나 메리츠 입장에서는 추가 자금 집행에 대한 자사 주주 반발이라는 내부 압력도 실재합니다. 이 긴장이 해소되지 않는 한 실제 자금 흐름은 열리지 않습니다.

7월 3일, 분기점에서 보유자와 관망자가 볼 것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은 7월 3일입니다. 법적으로 추가 연장이 가능하지만, 업계는 이번 기한이 사실상 마지막 창이라고 봅니다. 회생계획 인가까지 통상 2개월이 소요되고, 지난해 3월 법정관리 신청 이후 시간을 감안하면 9월 초가 실질적 마감선이기 때문입니다. 7월 3일까지 DIP 자금 2000억원이 확보되지 않으면, 홈플러스의 청산 수순은 현실화됩니다. 이 경우 메리츠 보유자가 주목할 변수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선순위 담보 회수 과정에서 발생할 법적 분쟁 리스크와 장기화 가능성, 다른 하나는 홈플러스 사태 처리 방식이 메리츠의 ESG 평판과 향후 유통·PF 대출 영업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이후 본체 회생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는 존재합니다. 8일부터 17일까지 익스프레스 매출이 전월 동기 대비 48% 증가했다는 수치는 공급 정상화 시 실적 회복 여력이 있음을 시사합니다. 관망자는 메리츠 주가보다 7월 3일 이전에 MBK 보증 조건이 충족되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그것이 충족되면 DIP 집행은 즉시 이뤄지고 홈플러스 회생 경로가 열립니다. 충족되지 않으면 메리츠는 채권자로서 할 역할을 다했다는 명분을 확보한 상태에서 담보 회수 국면으로 진입합니다. 메리츠금융지주를 보유한 투자자라면 7월 3일 전에 MBK 보증 이행 여부 뉴스를 집행 신호로 삼아야 합니다. 진입을 고민하는 투자자라면 코스피 9000 강세장이 아니라 이 조건 충족 여부가 리스크 평가의 실제 기준임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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