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운용 AUM 624조|금가분리 규제 9년 만에 해제

· KRX

규제 해제가 바꾼 섹터 좌표

한국 자산운용 섹터를 보던 기존 프레임은 단순했습니다. 운용 보수율은 낮고 성장은 연금 적립금 증가율에 묶여 있으니, 은행·증권 대비 디스카운트가 당연하다는 시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4월 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운용자산이 624조원으로 집계되며, 2022년 말 250조원에서 2년 반 만에 2.5배로 불어난 숫자가 공개됐습니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 숫자 자체가 아닙니다. 같은 주에 금융정보분석원이 미래에셋의 코빗 이사회 합류를 수리하며 9년 묵은 금가분리 규제가 사실상 풀렸다는 사실입니다. 두 사건이 같은 시점에 겹친 것은 우연이 아니라, 자산운용사의 사업 경계 자체가 재정의되는 신호로 읽힙니다. 자산운용주를 '보수 수익 배수'로 평가하던 멀티플 체계가 깨지는 순간입니다. 운용자산 624조에 디지털자산 거래소 인프라가 얹히면, 비교 대상은 더 이상 삼성자산운용 500조가 아니게 됩니다. 핵심 질문은 이렇게 바뀝니다. 금가분리 해제 이후 첫 수혜 자본은 어디로 먼저 흘러가는가.

코빗과 토큰화 ETF의 결합 지점

규제 해제의 의미를 가늠하려면 미래에셋이 이미 깔아둔 인프라를 봐야 합니다. 이 회사는 코빗 지분 92%를 1335억원에 확보했고, 동시에 글로벌X를 통해 구리·우라늄 토큰화 ETF를 글로벌 플랫폼에서 거래시키고 있습니다. 보충 신호로, 올해 3분기 홍콩 최초 커버드콜 ETF의 토큰화 상장이 예고돼 있습니다. 따로 보면 작은 시도지만, 거래소·운용·토큰화 상품이 한 그룹 안에서 수직 결합된 구조는 국내에 전례가 없습니다. 하나금융이 두나무에 1조원을 투입한 흐름까지 겹치면, 자본은 '디지털자산 인프라를 선점한 운용사'에 프리미엄을 매기기 시작합니다. 즉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멀티플이 동시에 재산정될 여지가 생깁니다. 다만 이 프리미엄은 원화 스테이블코인·STO 제도화 진척에 묶인 조건부 가치입니다. 제도화가 지연되면 멀티플 확장은 멈추고, 거꾸로 인수 비용만 남는 자산이 됩니다. 그런데 이 조건부 가치가 흔들리지 않게 받쳐주는 변수는 운용 외형이 아닌, 그룹 내부의 자본 재배치 움직임에서 먼저 드러납니다.

미래에셋생명 추가 출자가 드러낸 자본 동선

지난 19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래에셋생명 보통주 500억원어치 장내 매수를 추가 공시했습니다. 3월 출자분이 전액 집행된 직후의 신규 결정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단순한 저평가 매수가 아니라, AUM 624조를 굴리는 운용 자회사가 보험 자회사 지분을 늘리며 그룹 자본축의 무게중심을 옮기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미래에셋생명은 자기자본투자(PI) 중심의 '한국형 버크셔 해서웨이' 모델을 선언한 상태고, 자사주 소각도 진행 중입니다. 운용사가 보험사 지분을 늘릴수록, 보험 영업이익이 PI로 흘러가고 PI가 다시 운용사 상품으로 재유입되는 자본 순환이 강해집니다. 이 구조에서 미래에셋증권은 WM 채널을, 미래에셋생명은 PI 자본을, 운용사는 상품을 공급하며 그룹 전체가 하나의 자본 플랫폼으로 묶입니다. 박현주 회장이 운용사 지분 60.19%를 보유한 지배구조와 결합하면, 자본 배분의 결정권이 그룹 정점에 집중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 자본 순환이 실제로 어떤 자금을 흡수해 굴러갈 것인가, 그 답은 ISA와 연금 흐름에 있습니다.

ISA·연금 자금이 누구에게로 흐르는가

ISA 가입금액이 59조원으로 늘어나는 동안, 편입자산 중 국내 상장 해외 ETF 비중은 24.7%로 확대됐고 예적금 비중은 29.1%까지 떨어졌습니다. TIGER 미국S&P500·나스닥100 같은 상품이 직접 수혜를 입는 구조이며, 이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보수 수익 베이스를 두껍게 합니다. 여기에 TIGER 반도체TOP10이 연초 2조에서 10조3000억원으로 다섯 배 부풀며 테마 ETF 1위에 올랐습니다. 이 숫자가 중요한 이유는 운용사가 코어 지수형과 테마형을 동시에 장악했다는 사실이 자금 유입의 비대칭성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삼성자산운용 500조와의 124조 격차는 보수 수익 차이가 아니라, 해외 거점 28곳과 글로벌X 353조 순자산이 만든 구조적 해자입니다. 정책 측면의 반전 신호도 있습니다. 정부는 ISA로 국내 자본시장을 키우려 했지만, 실제 자금은 해외 ETF로 흘러 미래에셋의 글로벌 라인업을 살찌우고 있습니다. 결국 한국 자산운용 섹터를 '내수 보수 사업'으로 묶어두던 프레임은, 624조라는 숫자가 아니라 그 안에 섞인 디지털자산·해외 ETF·그룹 자본 순환이라는 세 갈래의 결합으로 깨지는 중입니다. 이제 검증 지표는 하나로 좁혀집니다. 3분기 홍콩 토큰화 ETF 상장이 예정대로 집행되는가, 그 시점이 멀티플 재평가의 첫 확인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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