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사이클과 파업 리스크|코스피 8000 앞 최대 변수는?
개인이 끌어올린 장세
오늘 코스피는 7981포인트로 마감하며 또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외국인이 순매도 폭탄을 투하했음에도 지수가 오른 것은 개인 투자자가 단 하루에 2조8000억원 어치를 순매수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흐름은 단순한 낙관론이 아닙니다. 외국인이 파는 물량을 개인이 전량 소화한다는 구도 자체가 이미 위험 신호를 내포합니다. 외국인의 매도 압력이 지속될 경우, 개인 매수세만으로 지수를 방어할 수 있는 구간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KB증권은 오늘 코스피 연간 목표치를 7500에서 1만500으로 40% 상향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합산 영업이익이 올해 630조원으로 전년 91조원 대비 7배 가까이 성장할 것이라는 추정이 근거입니다. 1986년부터 1989년까지 코스피가 4년간 8배 오른 이른바 3저 호황보다도 현재 실적 상향 속도가 더 빠르다는 분석입니다. 그러나 목표치 상향이 이뤄진 바로 그 날, 이 실적 전망을 가장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변수가 동시에 부상했습니다.
파업 D-7의 방정식
삼성전자 총파업 예정일인 21일까지 이제 일주일이 남았습니다. KB증권이 코스피 1만500을 전망하는 핵심 가정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 합산 630조원 영업이익은, 반도체 생산이 정상 가동된다는 전제 위에 서 있습니다.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는 5만명 이상의 조합원이 21일부터 6월7일까지 18일간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은 11일과 12일 17시간 교섭에도 합의에 실패했고, 중노위는 16일 2차 조정 회의를 다시 요청했습니다. 노조는 "파업이 종료되기 전까지 추가 대화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한국은행·금감원·공정위 등 경제수장 4인은 삼성전자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성장, 수출, 금융시장에 상당한 리스크가 발생한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습니다.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하거나 법원이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인용할 경우 파업을 일시 중단시킬 수 있지만, 어느 쪽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자본시장에서는 삼성전자 주식의 외국인 매도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내국인 기관과 개인의 매수가 이를 흡수하는 구도가 이미 진행 중입니다. 파업이 현실화될수록 이 흡수 구도는 더 빠른 속도로 흔들릴 수 있습니다.
실적이 방패가 될 조건
파업 리스크가 최고 수준인데도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이유는 반도체 수출 데이터가 리스크 해석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4월 ICT 수출은 427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125.9%에 달했습니다. 역대 ICT 수출 증가율 중 최대치입니다. KDI는 반도체 호황을 반영해 올해 성장률 전망을 2.5%로 상향했고, 반도체 초과 세수가 재정적자를 6년 만에 최소 수준으로 압축하는 효과를 냈습니다. 삼성전기는 AI 수퍼사이클 수혜로 MLCC 가동률이 100%에 육박하며, KB증권은 목표주가를 110만원에서 140만원으로 올렸습니다. 이 흐름이 지속된다는 전제 위에서 코스피 1만500 목표는 의미 있습니다. 그러나 반론도 선명합니다. 미국에서는 연준의 연내 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기정사실화되고 있고, 이는 외국인 자금의 이탈 속도를 높이는 배경이 됩니다. 외국인 순매도와 개인 순매수가 맞서는 구도가 파업 리스크와 겹칠 경우, 코스피가 8000선을 넘어서기보다 7981 부근에서 횡보하거나 되밀릴 가능성이 커집니다. 검증해야 할 수치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16일로 예정된 삼성전자 2차 사후조정 회의의 결과입니다. 노사가 조금이라도 타협에 가까워진다면, 파업 리스크는 빠르게 완화됩니다. 다른 하나는 삼성전기 주가가 140만원 목표가를 향해 계속 오를 수 있는지입니다. 삼성전기 주가가 102만9000원 수준에서 멈춘다면, AI 부품 사이클 기대가 주가에 이미 반영됐다는 신호입니다. 파업이 막히고 반도체 수출이 5월에도 400억달러대를 유지한다면 코스피의 8000 돌파는 조기화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16일 교섭이 재차 결렬되고 외국인 순매도가 2조원을 넘는다면, 오늘의 개인 매수세는 다음 주 가장 먼저 취약해질 포지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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