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89조 실적에도 -10%|호르무즈 봉쇄가 가른 반도체 쇼크
역대 최대 실적 다음 날 왜 주가는 더 떨어졌나
삼성전자는 지난주 7월 7일 2분기 영업이익 89조4000억원을 발표하며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1810% 증가한 수치로, 엔비디아와 애플의 분기 영업이익을 동시에 앞지른 유례없는 성과였습니다. 그러나 발표 당일 삼성전자 주가는 6.92% 폭락했고, 코스피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며 7500선까지 밀렸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성과급 충당금 19조3000억원을 제외하면 실질 영업이익이 100조원에 근접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시장은 90조원의 공식 수치에 실망했고, 메리츠증권이 목표주가를 50만원으로 상향하는 바로 그날 주가는 역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실적이 좋으면 주가도 오른다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가 무너진 것입니다. 이 역설이 오늘 폭락의 구조적 전제였습니다.
실적 발표 직전까지 외국인은 올해만 삼성전자 주식 75조5135억원을 순매도했습니다. 삼성전자의 HBM4가 2월 양산을 시작해 6월 말 월 매출 1조8400억원을 돌파하며 엔비디아 공급을 확대하고 있는 한편,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부는 2분기에도 1조5000억~2조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됩니다.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이면에 파운드리 적자가 구조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 외국인 매도의 배경으로 작용했습니다.
호르무즈 봉쇄와 피크아웃 경고가 동시에 덮친 날
오늘 아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휴전 종료를 공식 선언했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며 상선 공격을 재개했습니다. 한국시간 오전 6시부터 미군 중부사령부가 이란에 추가 공습을 개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WTI 원유 선물이 4% 넘게 급등했습니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는 다른 나라보다 민감한 충격이었습니다.
바로 지난주 금요일, SK하이닉스는 나스닥에 44조원 규모의 ADR을 상장하며 공모가 대비 13% 오른 168.49달러에 데뷔했습니다. 엔비디아도 동반 4% 상승했고, 월가는 SK하이닉스를 매력적인 투자처로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바로 다음 거래일인 오늘, 국내 본주는 15.37% 폭락했습니다. 한국거래소는 이것이 SK하이닉스 역대 최대 하락률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상 최고가(298만7000원) 대비 38% 하락한 184만5000원으로 마감했고, 1조 달러 시가총액 클럽에서도 이탈했습니다.
호르무즈 충격과 동시에 오늘 한국투자증권이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을 60조4000억원으로 컨센서스(65조원)보다 8% 낮게 전망하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경쟁사 대비 HBM 매출 비중이 높아 평균판매가격 상승률이 시장 평균을 밑돈다는 근거였습니다.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도 각각 9%와 11% 하향 조정했습니다. 지정학 충격과 피크아웃 경고가 같은 날 한꺼번에 도착했고, 시장은 두 악재를 분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모든 증권사가 같은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닙니다. 미래에셋증권 김석환 연구원은 7월 1일~10일 한국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3% 증가한 112억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며 현재 주가 하락을 반도체 수요 위축 신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키움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며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같은 수출 데이터를 놓고 두 기관이 정반대의 결론을 도출하고 있습니다.
레버리지 ETF가 증폭한 수급 구조의 역설
오늘 낙폭을 구조적으로 키운 것은 레버리지 ETF의 리밸런싱이었습니다.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3종이 일제히 27% 내외로 급락했고, 이 과정에서 파생상품 거래와 투자자 손절매가 겹치면서 순간적인 수급 압력이 증폭됐습니다. 코스피 전체 거래대금의 96%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연관 종목에 집중돼 있어, 두 종목이 흔들리면 지수 전체가 함께 흔들리는 구조가 고착화된 상황입니다.
수급의 이면은 뚜렷한 대립 구조를 드러냅니다. 오늘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조7000억원과 2조2000억원을 순매도하며 총 3조9000억원의 매물을 쏟아냈습니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홀로 3조8800억원을 순매수하며 이 물량을 그대로 받아냈습니다. 외국인과 기관이 팔아치운 물량을 개인이 정확히 그만큼 받아내는 구도로, 이는 어느 쪽이 옳은지를 현재 시점에서 판단할 수 없다는 신호입니다.
오늘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0.77%), KB금융(+0.98%), 삼성바이오로직스(+0.36%), 하나금융지주(+3.19%), 삼성SDI(+1.38%)가 상승 마감했습니다. 반도체 자금의 일부가 2차전지와 금융, 바이오로 이동하는 순환매 흐름이 고개를 든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반도체 비중 축소의 구조적 전환인지, 단기 피난성 매매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는 점이 관건입니다.
피크아웃인가, 조정인가 — 판단을 가르는 변수
삼성전자는 충남 아산 온양사업장에 46조원 규모의 HBM 첨단 패키징 공장 증설을 2026년 하반기 착공, 2029년 양산 목표로 확정했습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주말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에 파운드리 사업부장을 동반하며 빅테크 수주 확대를 추진 중입니다. 메타는 삼성전자 메모리 칩과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HBM4 연간 매출 15조원 달성이 유력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 설비 투자 흐름은 지금이 피크아웃이 아닌 다음 사이클의 기반을 놓는 시기라는 해석의 근거입니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피크아웃론을 완전히 기각할 근거도 없습니다. 오늘 폭락이 지정학 충격에 의한 과매도인지, 아니면 실적 피크를 선반영한 수급 이탈의 시작인지를 가를 첫 번째 시험대는 7월 29일 SK하이닉스 2분기 실제 영업이익 발표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은 60조4000억원을 전망해 시장 컨센서스(65조원)를 8% 하회했고, 이 숫자가 실제로 확인된다면 증권가 전반의 하반기 추정치 하향 조정이 줄이어 이어질 것입니다.
보유자라면 오늘 폭락을 즉각적인 손절 신호가 아닌 수급 리셋의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7월 29일 SK하이닉스 실적이 컨센서스를 하회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이는 지정학과 실적 동시 실망이라는 더 깊은 조정 구간으로의 진입 신호입니다. 반면 실적이 65조원 이상을 달성해 피크아웃론을 기각하고 호르무즈 사태가 단기로 해소된다면, 오늘은 반도체 레버리지 ETF 리밸런싱이 만들어낸 기술적 과매도 구간으로 해석되며 진입 기회가 됩니다. 지금 바꿔야 할 점검 지표는 삼성전자 실적이 아니라 SK하이닉스 7월 29일 발표와 호르무즈 해협 개방 여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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