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HBM4 10억달러 돌파|시총 1위 SK하이닉스에 내준 이유

· KRX

HBM으로 사상 최대 성과를 냈는데 주가는 왜 내렸나

삼성전자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로 업계 최초 매출 10억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양산 출하 4개월 만의 성과로, 연말에는 100억달러 달성도 가능하다는 전망까지 나왔습니다. 그런데 같은 날 삼성전자 주가는 하락 마감했고, SK하이닉스는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습니다.

이 역설의 핵심은 매출 절대값이 아닌 점유율 격차에 있습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8%, 삼성전자 21%입니다. 전년 동기가 SK하이닉스 69%, 삼성전자 13%였으니 삼성의 격차는 분명히 좁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이 주목한 것은 절대 격차가 37%포인트에서 37%포인트로 그대로라는 사실입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주가가 340% 이상 급등해 삼성전자(198% 상승)를 크게 앞질렀습니다. 22일 SK하이닉스 시총은 2080조원으로 삼성전자(보통주 기준 2061조원)를 25년 7개월 만에 추월했습니다. HBM4 매출 10억달러는 삼성전자가 돌아왔다는 신호이지만, 시장은 그 속도가 주가에 이미 반영됐다고 판단했습니다.

보유자가 직면한 불편한 질문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삼성의 실적이 명백히 개선되는데도 주가가 SK하이닉스 대비 열위를 유지한다면, 지금 이 주가가 무엇을 가격에 넣지 않고 있는 것인지가 진짜 확인해야 할 변수입니다.

HBM4E 선공과 맞불 — 기술 순서가 점유율을 바꾸는가

삼성전자는 5월 29일 세계 최초로 HBM4E 12단 샘플을 고객사에 공급했습니다. 추정되는 고객사는 엔비디아입니다. 당시 황상준 삼성전자 메모리 개발 담당 부사장은 "HBM4 양산에 이어 HBM4E 샘플까지 완수하며 기술 리더십을 각인시켰다"고 밝혔습니다.

SK하이닉스는 6월 18일 HBM4E 12단 샘플을 주요 고객사들에 공급했습니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표현입니다. 삼성이 "고객사"라고 단수를 암시한 반면, SK하이닉스는 "고객사들"이라고 복수로 발표했습니다. 엔비디아 외 복수의 고객에 이미 공급했다는 뜻입니다.

삼성전자 HBM4의 핵심 기술 지표를 보면 데이터 처리 속도 11.7Gbps(업계 표준 대비 46% 빠름), 전력 효율 이전 세대 대비 40% 개선입니다. SK하이닉스 HBM4E는 최대 16Gbps, 열 저항 17% 개선, 에너지 효율 20% 향상을 공개했습니다. 기술 스펙은 세대가 다른 제품을 직접 비교하기 어렵지만, 시장의 실질적인 판단 기준은 이 숫자가 아닙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최근 방한 일정에서 최태원 SK 회장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뒤,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는 차세대 메모리 공동 개발 및 장기 협력 확대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것이 묻고 있는 질문은 기술 선행이 고객 관계를 바꿀 수 있는지가 아니라, 고객 관계 없이 기술 선행이 점유율을 바꿀 수 있는가입니다.

삼성전자의 강점은 로직·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 원스톱 역량입니다. HBM이 고도화될수록 베이스 다이 로직 비중이 커지는 구조에서 자체 파운드리를 보유한 삼성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 주장의 검증 시점은 HBM4E 양산 단계입니다.

ASIC 수요 폭증 — 누가 이 수요를 먼저 잡았는가

올해 HBM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58% 증가한 546억달러로 추산됩니다. 이 성장의 핵심 엔진은 GPU 기반 수요가 아니라 ASIC, 즉 주문형 반도체 기반 수요입니다. 구글,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가 자체 AI 칩을 설계하면서 엔비디아 GPU와는 별도의 HBM 수요를 만들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측은 "브로드컴,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ASIC 업체 중심의 다변화된 고객 기반을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KB증권 김동원 연구원도 이 고객 기반이 내년 삼성전자 HBM 출하량을 큰 폭 증가시킬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 분석이 맞다면 HBM4 10억달러 돌파는 점유율 확대의 시작 신호입니다.

그러나 SK하이닉스의 포지션을 보면 다르게 읽힙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의 장기 협력뿐 아니라 젠슨 황 방한 이후 차세대 메모리 공동 개발 협약을 신규로 체결했습니다. GPU 수요와 ASIC 수요 모두에서 기존 레퍼런스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숨겨진 가정이 드러납니다. 삼성전자의 ASIC 고객 기반은 이미 확보됐는가, 아니면 확대 중인가입니다. 업계 관계자가 언급한 "공급 협력 요청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는 표현은 납품 확정이 아닙니다. 요청과 수주 사이의 거리가 점유율 역전 가능성의 실질 척도입니다.

삼성전자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87조원으로, 1분기 대비 30조원 추가 성장이 예상됩니다. SK하이닉스는 63조원으로 25조원 추가 성장 전망입니다. 이익 절대치에서는 삼성이 여전히 압도하지만, HBM에서의 상대적 점유율 흐름이 장기 프리미엄을 결정합니다.

마이크론 실적과 삼성전자 보유자의 행동 기준

오늘(25일) 마이크론이 분기 실적을 발표합니다. 마이크론은 HBM 시장에서 삼성, SK하이닉스와 함께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 실적이 중요한 이유는 HBM 수요의 절대량과 고객사별 배분 구조를 확인할 수 있는 첫 공식 창구이기 때문입니다.

마이크론 HBM 점유율이 예상 수준이면 삼성전자의 21% 점유율 주장에 현실성이 부여됩니다. 반면 마이크론 HBM이 예상을 크게 초과하면, 시장 확대가 기존 공급자 점유율 유지 기반 위에서 이뤄지는 것인지 아니면 삼성전자의 물량 확보가 마이크론과의 경쟁 과정에서 발생한 것인지 검증이 필요해집니다.

삼성전자 주가의 반등 신호는 HBM4E 양산 돌입 확인입니다. 지금은 샘플 단계입니다. 양산 일정이 구체화되고 고객사가 복수로 확인되는 시점에, SK하이닉스 대비 밸류에이션 할인이 본격적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8월 미국 ADR 상장이 가시화될 경우 밸류에이션 추가 상승 동력을 갖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는 3거래일 연속 코스피에서 2조원 이상 순매도 중입니다. 외국인 매도가 삼성전자에 집중됐는지 아니면 지수 전반의 비중 축소인지가 삼성전자 보유자의 체크포인트입니다. 기관과 외국인이 동시 매도할 때 개인이 저가 매수에 나서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데, 이 구도가 마이크론 실적 후 바뀐다면 방향성이 전환됩니다.

삼성전자 보유자는 오늘 마이크론 실적과 HBM 수요 언급 수위를 확인한 뒤 행동 기준을 정해야 합니다. 비보유자는 삼성전자의 ASIC 고객 수주 확정 여부가 확인되는 시점까지 진입을 보류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HBM4 10억달러는 시작 신호이지만, 시장은 이미 그 이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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