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당제약 특허·FDA 호재|기자간담회 후 커진 물음
롤러코스터의 출발점
올해 첫 거래일, 삼천당제약 주가는 24만4500원이었습니다. 세 달 뒤인 3월 30일, 그 주가는 장중 123만3000원까지 치솟았습니다. 400% 상승입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하한가를 기록했습니다. 사흘 만에 주가는 60만원대로 주저앉았습니다.
이 속도가 핵심입니다. 오르는 데 석 달이 걸렸지만, 절반이 사라지는 데는 사흘이면 충분했습니다. 무엇이 이 격차를 만들었을까요.
시장이 삼천당제약에 베팅한 서사는 단순했습니다. S-PASS라는 경구 약물전달 플랫폼이 주사제를 알약으로 바꿀 수 있다면, 수십조원 규모의 비만·당뇨 치료제 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경구용 인슐린의 유럽 임상 신청, 유럽 11개국 독점 계약, 미국 독점 공급 계약이 연달아 공시되면서 기대감은 정점을 찍었습니다.
하지만 3월 30일 공시된 미국 계약 내용이 균열의 시작이었습니다. 마일스톤은 약 1500억원이었고, 파트너사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수익 배분은 삼천당 90대 파트너 10이라는 구조였습니다. 시장의 일부는 이를 성과로 읽었지만, 또 다른 일부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날 한 블로거가 주가조작 의혹을 제기했고, 그것이 도화선이 됐습니다.
이 시점에서 전인석 대표가 보유 주식 26만5700주를 주당 94만1000원 기준으로 시간외 블록딜 하겠다고 공시한 것이 오버행 우려를 폭발시켰습니다. 총 2500억원 규모였습니다. 코스닥 1위 기업의 최대주주가 고점 근처에서 대량 매각을 선언한 것, 시장은 그 타이밍을 그냥 보지 않았습니다.
기자간담회, 해소보다 증폭
전인석 대표는 4월 6일 블록딜 철회를 공시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날 서울 서초동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습니다. 블록딜을 취소한 배경으로 증여세 및 양도세 등 총 2335억원의 납세 내역을 상세히 공개했습니다. 고점 매도라는 프레임을 걷어내기 위한 선제적 해명이었습니다.
그러나 간담회에서 시장이 실제로 원한 것은 제공되지 않았습니다. S-PASS의 약동학 데이터, 연구소 소재 국가, 파트너사 신원, 계약의 세부 조건, 이 중 어느 것도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회사는 이를 두고 '전략적 비공개'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기자들의 기술 검증 질문에 답한 인물은 회사 임직원이 아니었습니다. 이름도, 직책도 공개되지 않은 외부 인사였습니다. 나중에 이 인물은 과거 삼천당제약과 무채혈 혈당측정기 사업을 함께 추진했던 타 기업 대표로 확인됐습니다. 상장사의 공식 기자간담회에서 익명의 외부인이 핵심 기술 쟁점에 답변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시장의 신뢰를 강화하는 데 역효과를 냈습니다.
FDA 관련 자료도 논란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회사가 공개한 문서는 삼천당제약이 제네릭 허가 사전상담 미팅을 요청하자 FDA가 수락 확인을 보낸 내용이었습니다. 삼천당제약은 이것을 제네릭 트랙 확정의 이정표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임상·규제·인허가 전문가들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FDA와 사전미팅 경험이 있는 한 바이오텍 대표는 이 미팅을 방향 조율을 위한 사전 상담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허가 경로가 확정된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특허 구조의 이면
삼천당제약 사태를 단순히 소통 실패로만 보는 시각은 핵심을 비껴 갑니다. 구조적으로 이례적인 지점이 있습니다.
S-PASS 기술의 핵심 특허는 삼천당제약이 직접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대만 기업 서밋바이오테크가 출원인입니다. 삼천당제약은 서밋의 지분을 단 한 주도 보유하지 않습니다. 회사 측 설명은 2018년 체결한 포괄적 연구용역 계약에 따라 연구개발비를 전액 부담했으며, 계약 조항에 의거해 특허권을 포함한 모든 법적 권리를 자사가 독점 보유한다는 것입니다.
법조계에서는 이 구조를 극히 이례적이라고 봅니다. 통상 글로벌 빅파마들도 핵심 물질특허는 지배구조상 완전히 통제 가능한 자회사에 귀속시킵니다. 계약 관계로 특허를 지배하는 것과 지분 구조로 지배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만약 서밋과의 계약 관계가 흔들린다면, 삼천당제약의 핵심 자산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한편 S-PASS 관련 특허는 이미 2022년 국제특허협력조약 심사에서 진보성이 없다는 판정을 받은 바 있습니다. 국제조사기관은 기존 문헌을 조합하면 숙련된 기술자가 쉽게 발명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삼천당제약은 이후 대만 특허청에서 등록 결정을 받았다고 발표했지만, 대만은 미국 헷치-왁스만법을 모델로 한 규제 체계를 갖추고 있어 이 등록이 USPTO나 EPO 심사에서도 유효할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여기서 시장이 잘 모르는 지점이 있습니다. 삼천당제약의 S-PASS 플랫폼 자체에 대한 특허는 현재 등록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회사는 플랫폼이 아닌 각각의 약물 단위 특허를 제품 출시 직전에 등록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이 방식의 역설이 있습니다. 특허 등록 전까지는 타 기업이 동일한 기술을 개발해도 법적으로 보호받을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기술 선점 전략이라고 말하지만, 보호막이 없는 채로 글로벌 파트너와 수조원 단위 계약을 체결하는 구조입니다.
2031년, 그 조건들
지금 삼천당제약을 둘러싼 모든 논란은 결국 하나의 타임라인으로 수렴합니다. 2031년 12월, 세마글루타이드의 미국 물질특허 만료 시점입니다.
삼천당제약의 상업화 로드맵은 이렇습니다.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완료하고 FDA에 ANDA를 제출해, 2031년 특허 만료와 동시에 퍼스트 제네릭으로 시장에 진입한다는 것입니다. 수천 명 대상의 3상 임상이 필요한 신약 트랙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의 진행 단계가 과도하게 이른 것이 아니라 가장 빠른 표준적인 일정이라는 설명입니다.
이 로드맵이 실현되는 경우를 먼저 봐야 합니다. SNAC 특허를 우회한 S-PASS 기술이 FDA 심사를 통과하고, 2031년 퍼스트 제네릭 지위를 확보한다면 이 시나리오는 구조적으로 강력합니다. 미국 의약품 시장에서 제네릭은 처방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합니다. 저비용 생산 구조가 실제로 작동한다면, 약가 경쟁력을 무기로 PBM 시스템 안에서 빠르게 처방집 상단을 점유할 수 있습니다. 유럽 11개국과 미국 모두 독점 공급 계약을 선행 체결한 것은, 파트너사들이 기술 실사를 마쳤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로드맵에는 다층적인 조건이 걸려 있습니다. 첫째, FDA가 S-PASS 적용 세마글루타이드를 최종적으로 제네릭 트랙으로 확정해야 합니다. 현재 진행 중인 pre-ANDA 미팅은 이 경로의 출발점이지 종착점이 아닙니다. 둘째, S-PASS 플랫폼 특허가 미국과 유럽에서 등록 결정을 받아야 합니다. 셋째, 일라이 릴리 등 빅파마들이 개발 중인 저분자 경구용 GLP-1 신약이 2031년 이전에 상용화된다면, 제네릭 시장 자체의 경쟁 구도가 달라집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 회사 바깥에서 진행되는 변수가 있습니다. 전인석 대표는 블록딜을 철회했지만, 2335억원 규모의 세금은 여전히 납부해야 합니다. 증권가에서는 삼천당제약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봅니다. 상당수 증권사가 삼천당제약 증거금률을 100%로 설정해 놓은 상태입니다. 결국 세금 납부를 위한 자금 조달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오버행 우려는 표면 아래에서 지속됩니다. 블록딜이 철회됐다는 것이 매각 가능성 자체가 사라진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증거는 특정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FDA 미팅 성사, 대만 특허 등록, 글로벌 파트너 계약, 이 모두는 단계별 진전의 증거입니다. 다만 이 진전들이 2031년 상업화로 이어지려면, 특허 유효성 확보, FDA 제네릭 트랙 최종 확정, 경쟁 환경 변화라는 세 개의 관문을 모두 통과해야 합니다. 하나라도 막히면 지금의 파이프라인 가치 전체가 재산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기자간담회 이후 시장의 냉담한 반응은, 기술 자체에 대한 불신보다는 단계적 진전을 최종 결론인 것처럼 전달해온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한 피로감에 더 가깝습니다. 이 두 가지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신뢰 회복의 경로는 수사가 아니라 데이터입니다. 하반기로 예고된 경구용 인슐린 임상 결과와 추가 공급 계약의 내용이 실질적인 판단 근거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