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귀환|스페이스X발 자금 재배치, 코스피 분기점인가?
삼성 합의와 코스피 폭등
오늘 코스피는 8.42% 올라 7,815선에 마감했습니다. 역대 최대 단일 상승폭입니다. 그런데 이 숫자가 말해주지 않는 게 있습니다. 상승의 절반 이상은 삼성전자 한 종목에서 나왔고, 삼성전자가 오른 이유는 실적이 아니라 파업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 DS 부문 노사는 총파업 1시간 30분을 남기고 잠정 합의에 도달했습니다. 메모리 직원 1인당 평균 6억 원, DS 적자 사업부도 최소 1.6억 원의 성과급이 확정됐습니다. 삼성전자 주가는 당일 8% 올라 29만 9,500원, 30만 원 직전에서 마감했고 삼성그룹 상장사 시총 합계는 2,000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자본 이동의 방향은 뚜렷합니다. 그동안 외국인이 열흘간 44조 원을 순매도하며 코스피를 7,000선 아래로 밀어냈지만, 오늘은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크게 축소됐습니다.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은 서학개미였습니다. RIA(해외주식 역직구) 계좌 24만 좌에서 두 달간 유입된 1조 9,000억 원이 엔비디아와 테슬라를 팔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로 이동한 흐름이 가시화된 것입니다. 개인이 기관과 함께 지수를 받쳐 올렸고, 외국인의 추가 매도가 제한되는 형태로 하루가 마무리됐습니다.
그러나 노사 합의가 해소한 것은 파업 리스크뿐입니다. 주주단체는 즉시 "주주총회 없는 잠정합의는 위법"이라며 무효 가처분을 예고했고, 비반도체 직원과 협력업체 사이의 성과급 형평성 논란은 이미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합의가 매듭지은 것보다 풀어놓은 것이 더 많다는 뜻입니다.
스페이스X와 서학개미 이탈
서학개미가 삼성전자를 산 이유는 국내 시장에 대한 확신이 아니라 해외 시장의 구도 변화에 있습니다. 그 변화의 진원지는 스페이스X입니다.
스페이스X는 6월 12일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S-1 서류를 제출했습니다. 예상 기업가치는 최대 2조 달러, 우리 돈 3,220조 원으로 테슬라 시총 1조 2,700억 달러를 이미 웃돕니다. 공모 물량의 30%가 개인투자자에게 배정될 예정이고, 5대 1 주식 분할로 공모 예정가는 주당 160달러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국내 투자자들이 지난 한 달간 테슬라를 11억 3,500만 달러어치 팔고 매수는 4억 5,000만 달러에 그쳤다는 숫자는, 서학개미가 스페이스X 공모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테슬라를 줄이고 있다는 해석을 뒷받침합니다.
이 흐름이 코스피와 연결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S&P500 편입 시 65~105억 달러의 패시브 자금이 기계적으로 재배치됩니다. M7 중심으로 쏠렸던 자금의 일부가 스페이스X로 흘러가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가치주와 반도체주가 수혜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DB증권은 스페이스X 상장 이후 국내 반도체·화장품·음식료 업종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서학개미가 엔비디아를 팔고 삼성전자를 사는 흐름은, 이 논리의 선행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스페이스X 상장은 양날의 검입니다. 나스닥100 편입 시 스페이스X는 6% 중후반 비중을 차지해 지수의 금리 민감도를 높입니다. 케빈 워시 차기 연준 의장 후보가 "금리 인하 요청에 응하지 않겠다"고 못 박은 상황에서, 성장주 중심의 자금 재배치는 금리 변수가 다시 부각될 때 역풍을 맞을 수 있습니다. 서학개미가 스페이스X를 사면서 국내로 돌아오는 자금이 늘어날지, 아니면 해외 공모주 청약 자금이 국내 시장에서 추가로 빠져나올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엔비디아와 코스피 목표가 재편
스페이스X 상장이 자금 재배치를 촉발하는 외부 변수라면, 코스피 상단을 열어두는 내부 근거는 엔비디아가 만들고 있습니다.
노무라는 오늘 코스피 연내 목표치를 1만 1,000으로 제시했습니다. 삼성전자 59만 원, SK하이닉스 400만 원이 그 전제입니다. 근거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입니다. 4월 생산자물가가 전월 대비 2.5% 올라 28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음에도 반도체 부문 물가는 1년 새 118.6% 뛰었는데, 이는 공급보다 수요가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엔비디아는 1분기 AI 가속기 수요가 예상을 상회하는 실적을 발표했고, 삼성전기는 빅테크와의 실리콘 커패시터 계약 1.6조 원을 공시하며 시총 100조 원을 넘봤습니다. 목표주가는 105만 원에서 160만 원으로 상향됐습니다.
자본 흐름을 보면, 반도체 소부장 ETF와 삼성그룹 ETF에 오늘 하루 동안 집중 매수세가 유입됐습니다. 외국인이 순매도를 줄이는 동안 국내 기관은 반도체 중심으로 순매수 포지션을 구축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지수 추종이 아니라, 노무라 목표가처럼 수익률 1만 1,000포인트 시나리오를 전제로 한 선제적 포지셔닝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이 시나리오에는 두 가지 검증이 필요합니다. 첫째, 엔비디아가 오늘 발표한 2분기 가이던스가 시장 컨센서스를 충족하는지입니다. 가이던스가 기대를 하회하면 반도체 슈퍼사이클 전제 자체가 흔들립니다. 둘째, 서학개미의 2조 원 국내 복귀 흐름이 지속되려면 스페이스X 상장 이후에도 국내 반도체주가 해외 대비 상대적 저평가 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삼성전자가 30만 원을 돌파하고 이틀 안에 안착하는지가 단기 검증 기준이 됩니다. 만약 외국인이 이 가격대에서 다시 매도를 확대한다면, 오늘의 급등은 반등이 아니라 또 다른 분배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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