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AI 330억 달러 승부수|반도체·신약 시장과 애플의 수장 교체
아마존의 AI 도박
아마존이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앤스로픽에 최대 25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며 총 지분 규모를 330억 달러까지 확대했습니다. 이번 계약의 핵심은 투자액보다 앤스로픽이 약속한 조건에 있습니다. 앤스로픽은 향후 10년간 아마존 웹 서비스(AWS)에 1,000억 달러 이상을 지출하고, 모델 학습에 아마존의 자체 칩인 '트레이니엄'을 독점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아마존에 전략적으로 매우 결정적인 승리입니다. 아마존은 엔비디아 GPU의 대안으로 학습용 칩 '트레이니엄'과 범용 칩 '그라비톤' 등 자체 실리콘 개발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왔습니다. 앤스로픽을 트레이니엄 생태계에 종속시킴으로써 아마존은 단순한 투자를 넘어 자사 칩 로드맵의 경쟁력을 모든 기업 고객에게 증명하게 되었습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습니다. 트레이니엄 인프라의 핵심 연결 칩을 공급하는 아스테라 랩스와 마벨 테크놀로지의 주가가 동반 상승했습니다. RBC 애널리스트들은 두 기업이 아마존 자체 칩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수익성에 대한 과제도 제기됩니다. 제프리스는 앤스로픽과 오픈AI가 2027년까지 아마존이 구축할 15기가와트 규모 데이터 센터 용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봤습니다. 이에 따라 2026년 자본 지출(CapEx)은 2,000억 달러에 육박하며 잉여현금흐름에 단기적 압박을 줄 전망입니다. 앤디 재시 CEO는 트레이니엄이 저비용 고성능을 제공한다고 강조하며, 이 비용 효율성이 입증될 경우 AWS의 칩 경제성이 향후 수익성 격차를 메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애플의 권력 승계
반도체 생태계가 아마존의 행보에 주목하는 사이, 애플은 더욱 파격적인 소식을 전했습니다. 팀 쿡 CEO가 9월 1일자로 사임하고, 후임으로 존 터너스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이 지명되었습니다. 터너스는 M 시리즈 칩 설계를 주도하고 맥북 네오의 흥행을 이끈 인물입니다.
발표 직후 애플 주가는 약 1% 하락했습니다. 2011년 기업 가치 3,500억 달러에 애플을 맡아 4조 달러 기업으로 키워낸 쿡의 뒤를 이어, AI 중심의 차세대 애플을 터너스가 잘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하지만 월가 주요 은행들은 일제히 '매수' 의견을 유지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2011년 스티브 잡스에서 팀 쿡으로의 승계 당시 주가가 수개월 정체 후 57% 랠리를 보였던 사례를 언급하며 현재 상황과 유사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터너스가 M5 칩 개발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클라우드 의존도를 낮추고 보안과 속도를 높인 '온디바이스 AI' 전략을 수행할 적임자라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합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이번 인사가 전략적 변화보다는 '안정적 계승'에 가깝다고 지적하며,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와의 AI 격차를 줄여야 하는 애플에 숙제를 남겼다고 평했습니다. 서비스 부문의 성장 둔화와 비전 프로의 부진 역시 터너스가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이번 CEO 교체 발표가 실적 발표를 앞두고 이루어진 점을 고려할 때, 조만간 공개될 가이던스가 터너스 시대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아마존의 의료 진출
아마존의 확장세는 의료 시장으로도 향했습니다. 아마존 원메디컬은 전국 단위의 비만치료제(GLP-1) 관리 프로그램을 출시했습니다. 이를 통해 환자들은 당일 진료부터 처방, 혈액 검사 추적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받게 됩니다.
이 소식에 원격 의료 업체 힘스앤허스(Hims & Hers) 주가는 4% 이상 급락했습니다. 편리함과 통합 케어를 강점으로 내세웠던 힘스앤허스의 비즈니스 모델이 아마존의 거대 물류 인프라와 결합된 서비스에 직접적인 위협을 받게 된 것입니다.
일라이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 등 제약사 주가도 약세를 보였습니다. 같은 날 CVS가 메디케어 비만치료제 보장 모델에서 이탈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비용 구조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월 1,000달러가 넘는 약가 저항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강력한 협상력을 가진 아마존이 유통 채널로 등판한 것은 제약사에 가격 인하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아마존은 2022년 원메디컬 인수 이후 조용히 내실을 다져왔으며, 이제 GLP-1 수요 폭증 시점에 맞춰 이를 고수익 약물 유통망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관건은 규제 당국의 데이터 통합 승인 여부와 제약사들의 직판 채널 강화 여부입니다. 5월 11일 예정된 힘스앤허스의 가입자 수 지표와 일라이 릴리의 직판 채널 투자 관련 코멘트가 이 시장의 향방을 가를 핵심 데이터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