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15% 성과급|삼전 멈추면 누가 책임지나

· KRX

파업 D-1 셈법

오늘 코스닥은 2.61% 급락 마감했지만 지수 한 줄로는 잡히지 않는 무게가 평택과 화성 라인 위에 걸려 있습니다.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으로 예고된 삼성전자 총파업의 셈법이 한국은행 보고서로 청와대 책상에 올라갔기 때문입니다. 한은은 최악 시나리오에서 메모리 라인이 전면 중단되고 복구에만 3주가 걸린다면 반도체 생산차질 규모가 30조 원, 올해 성장률은 0.5%포인트 하락한다고 추산했습니다. 시장이 미리 가격에 반영한 것은 파업 자체가 아니라 이 보고서가 정부의 손에 들어갔다는 사실입니다.

긴장의 본질은 단순한 임금 다툼이 아닙니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묶고 연봉 50% 상한을 풀자고 요구하고, 사측은 기존 OPI 제도 위에 특별포상을 얹는 방식만 받겠다고 맞섭니다. 표면적으로는 보상 공식 다툼이지만, 받아들이는 쪽에서는 반도체 사이클이 꺾일 때 미래 투자 여력을 어디까지 가둬 둘 것인가의 문제로 번역됩니다. 한 줄 합의가 향후 HBM4 증설 일정과 직접 부딪치는 구조라는 점에서, 기관 투자자들이 이번 협상을 단순 노사 이벤트로 보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여기서 정부 카드가 등장합니다. 김민석 총리는 18일 교섭을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못박으며 긴급조정 포함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공식 거론했고, 이는 21년 만의 발동 가능성을 시장 앞에 꺼낸 첫 발언입니다. 수원지법은 18일 위법 쟁의 가처분을 일부 인용해 웨이퍼 변질 방지 작업 등 필수 인력을 막을 수 없게 했고, 노조의 파업 파괴력은 법원 단계에서 한 차례 깎였습니다. 외국인 수급 측면에서는 005930에 대한 대규모 순매도 대신 가격·거래량으로 본 관망 신호가 우세하다는 점이 핵심이며, 이는 시장이 긴급조정권 발동을 디폴트로 가격에 깔아 둔다는 해석으로 읽힙니다. 다만 깔아 둔 디폴트가 빗나가는 순간, 즉 21일 새벽 라인 멈춤 보도가 실제로 나오는 순간 자금 흐름은 즉시 방향을 바꿉니다. 확인 기준은 한 가지, 21일 오전 평택·화성 가동률 공시 여부입니다.

5조의 다른 신호

같은 삼성 간판 안에서도 정반대 방향의 자금 신호가 어제 하루 만에 황제주 자리를 되돌렸습니다. 삼성전기가 글로벌 빅테크와 1조 5570억 원, 매출 대비 13.8% 규모의 실리콘 캐패시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고, 주가는 장중 110만 원을 다시 밟았습니다. 앞 장에서 본 005930 라인 멈춤 리스크가 한국 반도체 밸류체인의 '아래쪽 충격'이라면, 이 계약은 그 위쪽에서 자금이 어디로 흘러 들어갔는지를 보여 줍니다.

핵심은 계약 규모가 아니라 품목입니다. 실리콘 캐패시터는 AI 서버용 GPU·HBM 패키지 내부에서 전력 노이즈를 잡아 주는 부품으로, 기존 MLCC 대비 저항이 100배 이상 낮습니다. 장덕현 사장이 작년에 잡은 가이던스가 양산 1~2년 내 1000억 원 매출이었는데, 단일 계약 한 건이 그 목표를 15배 웃돌아 들어왔습니다. 시장이 이 숫자에 반응한 이유는 삼성전기의 매출 구조가 스마트폰 MLCC에서 AI 서버 부품으로 옮겨가는 변곡점이 매출 13.8%라는 단일 수치로 인증된 첫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기관이 그동안 'MLCC 사이클주'로 분류해 두었던 디스카운트가 'AI 전력 인프라주'로 재분류되는 순간, 밸류에이션 멀티플 자체가 다시 계산됩니다.

여기에 한 가지 단서가 붙습니다. 계약 기간은 2027년 1월부터 2028년 12월까지로, 실제 매출은 내년 이후에 잡힙니다. 즉 어제 들어온 매수세는 실적 반영이 아니라 다음 분기 컨센서스 상향을 선반영한 포지션 이동이고, 회수 시점이 늦을수록 단기 차익 매도 압력에 노출됩니다. 검증 지점은 6월 중 발표될 마벨테크놀로지 외 추가 고객사 확보 공시와, 같은 라인에서 FC-BGA 가격 인상 협상 결과입니다. 둘 중 하나라도 어긋나면 어제의 13.8% 숫자만 남고 멀티플 재평가는 풀려 버립니다.

두 번째 도미노

삼성전자에서 시작된 영업이익 N% 공식이 산업계 전반의 인건비 재산정 압력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오늘 카카오에서 두 번째 도미노로 떨어졌습니다. 카카오 본사,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5개 법인 노조가 동시에 파업 찬반투표를 가결했습니다. 창사 이래 첫 공동 파업 가능성으로 넘어간 셈인데, 명분은 성과급과 경영 책임론입니다. 같은 단어가 평택에서 판교로 옮겨오는 데 일주일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시장이 카카오 케이스에서 보는 것은 파업 그 자체보다 가격 결정권의 이동입니다. 카카오 본사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조정이 연기됐고 4개 계열사는 조정 결렬 상태에서 쟁의권을 확보했습니다. 27일 본사 2차 조정이 불발되면 곧바로 쟁의 단계로 들어가는 구조이며, 플랫폼 인건비가 향후 2~3년 영업레버리지를 어디까지 잡아먹을지에 대한 추정이 바뀝니다. 다만 자금 흐름은 가격·거래량에서만 읽힙니다. 외국인 순매도 데이터가 별도로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카카오 주가는 약세를 이어가며 기관의 비중축소 신호만 표면화돼 있습니다.

여기서 첫 챕터의 긴급조정권 카드가 다시 의미를 가집니다. 정부가 005930에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면 향후 동일 사례에서 카카오를 비롯한 대형 사업장에도 같은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기대가, 역설적으로 카카오 인건비 디스카운트를 일부 완화합니다. 반대로 발동 없이 자율 타결로 끝나면, 영업이익의 N% 공식이 한 번 인정된 선례로 굳어 카카오 노조의 다음 요구 베이스라인이 됩니다. 검증 기준은 27일 카카오 본사 2차 조정 결과와, 그 직후 5거래일 카카오 외국인 누적 순매수가 플러스로 돌아서느냐입니다. 후자가 음수로 유지된다면 시장은 이미 N% 공식의 확산을 가격에 반영했다는 뜻이고, 첫 챕터의 평택 라인이 어떻게 끝나든 이 가격은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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