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중계권 7,000억|JTBC·콘텐트리중앙 5개사 회생 신청
206억이 무너뜨린 2조 8천억 대
종편 개국 15년 만에 처음이었습니다. JTBC는 지난 12일 206억 원 규모의 유동화 차입금을 만기일에 갚지 못했습니다. 56억 원은 미르제이차, 150억 원은 제일티비씨제이차에서 조성한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였습니다. 206억은 중앙그룹 전체 합산 차입금 2조 8,000억 원의 0.7%에 불과했습니다. 그 0.7%의 불이행이 48시간 만에 5개 계열사의 회생절차 신청으로 이어졌습니다. 신용평가사 NICE는 디폴트 직후 JTBC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CCC'로 8단계 낮췄습니다. 단기자금시장에서 계열 전반의 신용도에 대한 불신이 퍼지자, 중앙홀딩스·콘텐트리중앙·메가박스중앙·중앙피앤아이도 14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콘텐트리중앙 주식은 15일 개장 전 매매거래가 정지됐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0.7%라는 숫자가 아닙니다. 6월 10일 지준일로 단기자금시장이 이미 위축된 상태였다는 점, 그리고 중앙그룹의 자금 조달이 단기 유동화물에 집중되어 있었다는 구조적 취약성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증권사 채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 경계감으로 단기물 조달이 여의치 않아진 기업들에게 녹록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206억의 구멍이 2조 8,000억 대를 흔든 것은 우연이 아니라 레버리지 구조의 필연이었습니다.
7,000억 짜리 미래성장동력의 역설
중앙그룹 유동성 위기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전략적 베팅이 나옵니다. JTBC는 2019년 IOC와 2026년부터 2032년까지 동·하계 올림픽 중계권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어 2026 북중미 FIFA 월드컵 국내 독점 중계권까지 확보했는데, 이 한 건에만 1억 2,500만 달러, 원화 기준 약 1,850억 원이 투입됐습니다. 스포츠 중계권·올림픽·월드컵을 합산한 투자 규모는 총 5억 달러, 약 7,000억 원으로 추정됩니다. 전략의 논리는 단순했습니다. OTT가 드라마를 가져가더라도 라이브 스포츠는 선점하면 방어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틀린 가정이었을까요, 아니면 맞는 전략이었는데 실행 타이밍이 잘못됐을까요. JTBC는 비용 분담을 위해 지상파 3사에 각각 140억 원 수준으로 재판매를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MBC와 SBS는 협상을 거부했고, KBS와만 계약이 성사됐습니다. 업계는 이번 월드컵 중계 한 건만으로 1,000억 원대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 대목이 핵심 역설입니다. 콘텐트리중앙의 2026년 1분기 연결 매출액은 1,91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8% 감소했고, 당기순손실은 237억 원에 달했습니다. 현금창출 능력이 약해진 시점에 사상 최대 규모의 중계권 투자를 집행한 것입니다. 광고 시장이 OTT·유튜브로 이동하는 흐름은 JTBC가 중계권 계약을 맺던 2019년에도 방향이 잡혀 있었습니다. 한국방송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방송사업 매출은 광고 수익 하락으로 전년 대비 0.7% 감소했고, 제작비는 반대로 늘어나는 구조가 고착됐습니다. 전략 자체를 부정하기 어렵지만, 차입 구조와 현금 흐름을 고려하지 않은 규모와 타이밍은 재무 체력을 소진시켰습니다. 7,000억 짜리 미래성장동력 투자가 2.8조 레버리지와 결합한 결과는 오늘의 회생 신청이었습니다.
회생인가, 청산 수순인가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회생절차는 회사를 정리하는 절차가 아니다"라고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북중미 월드컵 중계를 포함한 회사 본연의 업무는 중단 없이 정상 운영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발언이 사실이 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있습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해 말 기준 그룹 합산 총차입금을 2조 8,000억 원으로 평가했습니다. 연내 만기를 맞는 회사채와 기업어음·전자단기채만 3,544억 원 규모에 달합니다. 여기에 콘텐트리중앙의 SLL중앙 전환우선주 매입, 이매지너스 지분 매입, 전환사채 상환 부담까지 더하면 소요 자금은 더 늘어납니다. 증권사 채권 관계자는 "기업가치를 따져볼 때 차입금을 뒷받침하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며 "외부 수혈 없이는 쉽지 않다"고 분석했습니다. 여기서 논쟁의 핵심이 드러납니다. 하나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중앙그룹 채권은 개인 위주 리테일 종목이었다는 점에서 기관 채권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면서도 "리테일 채권 시장 파장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습니다. 채권 시장 전반이 아니라 개인 채권 투자자들의 손실이 집중된다는 뜻입니다. 4월 제이알글로벌리츠 디폴트 두 달 만에 중앙그룹 사태가 겹치면서, 두 종목을 동시에 보유한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 부담이 극대화됐습니다.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남아 있습니다. 절차가 개시되면 채권 동결, 채권조사, 회생계획안 작성 단계가 이어지고, 기존 경영진이 관리인으로 경영을 이어가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외부 투자 유치 없이 자산 매각만으로 2.8조 차입금 구조를 정상화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중론입니다. 콘텐트리중앙 주주는 지금 거래 정지 상태이며, 회생 개시 여부와 투자자 유치 여부가 거래 재개의 전제 조건입니다. 이 두 변수가 확정되기 전까지, 경영진의 "정상화" 선언과 시장의 "외부 수혈 없이 한계" 진단은 동시에 맞을 수도 있고 둘 다 틀릴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이 사태가 아직 결론을 낼 수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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