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發 금리 도미노|외국인 35조 매도의 끝
이란발 금리 충격
오늘 코스피는 장중 7142까지 밀렸다가 7516으로 마감했습니다. 수치만 보면 반등처럼 보이지만, 외국인은 이날도 3조 6500억 원을 순매도했고 8거래일 누적 순매도는 35조 7000억 원에 달합니다. 그렇다면 코스피가 올라간 이유는 무엇인지 먼저 따져야 합니다.
반등의 표면 원인은 삼성전자입니다. 오전 법원이 파업 가처분을 인용하자 삼성전자가 3.88% 급등했고, 이 단일 종목이 지수 방향을 뒤집었습니다. 그런데 외국인이 35조를 팔아야 했던 배경, 즉 매도의 원인은 삼성전자 파업이 아닙니다.
핵심은 미국 30년물 국채금리입니다. 이 금리가 이날 5.16%까지 치솟으며 2007년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17일 "이란에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고 발언하자, 브렌트유는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섰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인플레이션 재점화 공포로 번졌습니다. 미국 지난달 CPI는 전년 대비 3.8%로 2023년 5월 이후 최고치였고, 시장은 여기에 유가 추가 충격을 얹었습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의 6월 금리인하 확률은 0.4%까지 떨어졌습니다. 사실상 올해 인하는 없다는 신호입니다. 금리인하 기대가 사라지면 글로벌 자금은 달러 표시 무위험 자산으로 이동합니다.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35조를 빼서 어디로 갔는지는 달러인덱스 99선 회복이 답해줍니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06.9원까지 올랐다가 1500.3원에 마감했는데, 외국인의 원화 매도와 달러 매수가 직접적으로 환율을 끌어올렸습니다.
야데니 리서치는 "연준이 6월 FOMC에서 완화 기조를 폐기하지 않으면 채권 시장에 대한 통제력을 잃는다"고 경고했고, 건들락 더블라인 CEO는 "2년물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50bp 높은 상황에서 금리인하는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습니다. 이 발언이 주목받는 이유는 틀렸기 때문이 아니라, 맞다면 코스피의 외국인 매도가 차익실현이 아니라 구조적 디레이팅임을 시사하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 파업 변수
그런데 외국인이 35조를 매도하는 날 코스피가 반등했다는 사실은, 금리 충격이 코스피의 유일한 변수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오늘 반등의 다른 축은 삼성전자 파업 리스크의 희석이었고, 이것은 금리 충격과 반대 방향으로 작동한 국내 고유 변수입니다.
수원지법은 오늘 삼성전자의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일부 인용했습니다. 핵심은 반도체 공정 안전·보안 시설을 파업 기간에도 평상시와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위반 시 노조에 하루 1억 원, 노조 간부 개인에게 하루 1000만 원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됩니다. 법원이 반도체 생산라인을 일반 제조업이 아닌 국가 전략 인프라로 판단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이 결정 직후 삼성전자 주가가 반등했고, 코스피 지수가 상승 전환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이날 2조 2000억 원을 순매수했는데, 이 자금은 외국인 매도분을 흡수하며 지수 방어 역할을 했습니다. 자금 흐름으로 보면 외국인에서 개인으로의 교체매매가 삼성전자 중심으로 발생한 셈입니다.
그러나 파업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닙니다. 법원 결정은 파업을 금지한 게 아니라 방식에 제약을 가한 것입니다. 노조는 "파업은 예정대로 21일에 진행한다"고 밝혔고, 사후조정은 19일까지 연장됐습니다. 연구소 추산에 따르면 법원 결정의 영향을 받는 인력은 반도체 부문 7만 8000명 중 5~10%인 4000~8000명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5만 명이 파업에 참여하면 생산 차질은 여전히 현실화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파업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두 갈래입니다. 타결되면 불확실성 해소로 추가 반등 여지가 생깁니다. 반면 파업이 강행되면, 이미 글로벌 금리 충격으로 훼손된 외국인 투자심리와 겹치며 낙폭이 증폭될 수 있습니다. 오늘 반등이 삼성전자 파업 리스크 해소의 '예고'에 기댔다는 점에서, 21일 전후가 핵심 분기점입니다.
두 충격의 교차
금리 충격과 파업 리스크라는 두 변수를 동시에 놓고 보면, 코스피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를 결정하는 조건이 더 선명해집니다.
일본 30년물 국채금리가 이날 4.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점이 여기서 중요해집니다. 일본은 미국 국채를 1조 2393억 달러 보유한 세계 최대 보유국입니다. 일본 국내 금리가 오르면 일본 기관 자금이 미국 국채에서 이탈해 자국 채권으로 돌아올 유인이 생깁니다. 이 자금 이탈이 미국 국채금리를 추가로 밀어올리는 구조인데, 미국 10년물이 5%에 근접하면 성장주 할인율이 한 단계 더 오르고, 한국 반도체주가 받는 밸류에이션 압박도 연동됩니다.
반면, 회복 경로도 존재합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협상이 재개되고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내려앉으면, 인플레 재점화 공포가 걷히고 연준 금리인하 기대가 복원됩니다. 이 경우 외국인 매도의 동력이 약해지고, 환율이 1480원대로 하락하면서 외국인 자금 재유입 가능성이 열립니다.
현재 기울기는 아직 하방 리스크 쪽입니다. 삼성전자 파업이 강행될 경우 외국인 매도와 파업 생산 차질이 동시에 작용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됩니다. 이때 코스피 7000선이 지지대로 작동할 수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확인해야 할 숫자는 두 가지입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이번 주 4.7%를 넘는지, 그리고 삼성전자가 19일까지 노사 합의에 도달하는지입니다. 금리가 4.7%를 넘으면 외국인 매도가 가속할 조건이 형성되고, 파업이 강행되면 삼성전자의 단기 반등이 되돌려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금리가 4.5% 이하로 안정되고 파업이 철회되면, 코스피는 다시 8000선 재탈환 시도를 재개할 여건이 됩니다. 오늘의 반등이 V자 전환의 시작인지, 단기 기술적 반등인지는 이 두 숫자가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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