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격 코스피 4% 폭락 당일|한은 성장률 2.6% 상향의 전제는?

· KRX

같은 날, 시장은 공포 — 한은은 낙관

오늘 한국 증시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코스피는 오후 1시 20분 현재 전 거래일 대비 4.64% 하락한 7848선까지 밀렸습니다. 코스닥은 5.77%까지 급락했습니다. 방아쇠를 당긴 것은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현지시간 이날 오전 중동 내 미군 기지를 공격했다는 외신 보도였습니다. 장 초반 약보합권에서 출발했던 코스피는 정오 무렵 해당 보도가 나오자마자 수직 낙하했습니다. 외국인은 오전 기준으로만 1조 8339억원을 순매도했습니다. 기관이 4202억원, 개인이 1조 3743억원을 맞받아 매수했지만 낙폭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날 오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대폭 올려잡았습니다. 지난 전망치(2.2%)에서 0.4%포인트 상향 조정된 수치입니다. 소비자물가 전망치도 2.7%로 끌어올렸습니다. 시장이 지정학 공포에 무너지는 날, 중앙은행은 오히려 낙관론을 공표한 셈입니다. 이 역설에는 하나의 핵심 전제가 숨어 있습니다.

한은 낙관론의 근거 — 반도체가 전쟁보다 세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역설의 구조를 직접 설명했습니다. "중동 전쟁이 올해 성장률을 0.4%포인트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면서도, "예상보다 강한 반도체 경기와 이에 따른 IT 수출 확대는 0.7%포인트 높이는 요인"이라고 밝혔습니다. 지정학 리스크가 성장률을 0.4%p 깎아도,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0.7%p를 더 얹으면 순효과는 플러스라는 계산입니다. 한은이 성장률을 올려잡은 전제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지속성입니다. 실제로 올해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주가 상승률은 각각 155%, 244%에 달하고 있습니다. 삼성전기(009150)는 AI 서버용 MLCC 공급난으로 연초 대비 538% 급등, 코스피 전체 대형주 가운데 수익률 1위를 기록 중입니다. 그러나 이 낙관론에는 균열이 하나 있습니다. 한은이 성장률을 2.6%로 올리면서 동시에 소비자물가를 2.7%로 상향 조정했다는 점입니다. 공급 쪽에서 시작된 물가 오름세가 수요 측 압력까지 받아 앞으로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신 총재는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른 성과급 확대가 임금을 통해 수요를 늘리면 물가 압력이 생길 것"이라며, 이 효과가 내년에 본격 현실화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한은의 낙관론은 단순한 성장 기대가 아닙니다. 성장이 강하기 때문에 물가도 오르고, 따라서 금리도 올려야 한다는 긴축 선언을 포장한 낙관론입니다.

점도표 19/21 인상 — 코스피 폭락 이후 한국 증시가 마주할 이중 압박

오늘의 핵심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했음에도 6개월 내 금리 수준을 3.00%로 제시했다는 사실입니다. K점도표(dot plot)에서 21개 점 가운데 19개가 인상 신호를 보냈습니다. 신현송 총재 취임 이후 첫 금통위에서 8회 연속 동결을 유지했지만, 사실상 인상 채비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입니다. 한국 증시는 이제 두 개의 압박 축 위에 놓였습니다. 첫 번째는 이란發 지정학 리스크입니다. 오늘 코스피 4% 급락은 단발성 충격인지, 아니면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유가 재상승과 맞물린 구조적 하방 압력의 서막인지 아직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신 총재의 "환율 쏠림 절대 용인 않겠다"는 구두 개입성 발언에도 1502.8원으로 마감했습니다. 구두 개입의 효과가 제한적임이 확인된 셈입니다. 두 번째는 한은의 금리인상 사이클 개시 가능성입니다. 6개월 내 기준금리가 2.50%에서 3.00%로 0.5%p 오른다면, 코스피 밸류에이션에 적용되는 할인율이 높아지면서 고PER 성장주 중심의 조정 압력이 커질 수 있습니다. 반도체 수출 호조가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동안, 그 성장의 과열이 물가를 자극하고, 물가가 금리인상을 불러오는 구조입니다. 지금 한국 증시가 마주한 역설의 정체는 이것입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강할수록, 성장률이 높을수록, 한은의 금리 인상 명분도 함께 강해집니다. 코스피가 오늘의 지정학 충격을 소화하고 반등하더라도, 한은의 이중 압박 — 성장 낙관과 긴축 예고 — 이라는 구조적 천장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삼성전기(009150) 538% 급등, SK하이닉스(000660) 244% 상승이 보여주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힘이 이 천장을 뚫을 수 있는지, 아니면 이란發 충격과 금리인상 예고가 맞물려 코스피의 재조정 구간을 열지 — 그것이 6월 한국 시장의 핵심 관전 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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