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26년 만의 최고가|빅테크 감원 열풍 속의 독주

2026-04-24 · KRX

반도체주의 독주와 빅테크의 명암

인텔 주가가 2000년 이후 2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단순한 반등이나 회복을 넘어선 기록적인 수준입니다. 같은 날 메타는 8,000명 규모의 추가 감원을 발표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창사 51년 만에 처음으로 자발적 명예퇴직 프로그램을 도입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목요일 시장은 하나의 역설로 정의되었습니다.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인력 감축에 나선 상황에서 반도체주만은 달랐기 때문입니다. 메타는 5월 20일부터 전체 인력의 10%에 해당하는 약 8,000개의 일자리를 없애고, 6,000개의 채용 공고를 철회할 계획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연령과 근속 연수의 합계가 70 이상인 미국 직원의 7%를 대상으로 명예퇴직 패키지를 제안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것이 마이크로소프트 51년 역사상 첫 자발적 퇴직 프로그램임을 확인했습니다.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1,100억 달러에 달하는 AI 자본 지출 부담이 예상치 못한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는 분석 속에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4% 이상 하락했습니다.

그 중심에서 인텔은 독보적이었습니다.

인텔(INTC) 주가는 70달러를 돌파하며 2000년 닷컴버블 이후 최고가를 경신했습니다. 12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던 AMD도 인텔의 흐름에 올라탔으며,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 역시 강세를 이어갔습니다. 반면 S&P 500 지수는 일주일 전 기록한 사상 최고치 7,022에서 후퇴했습니다. 세일즈포스가 9% 급락하고 서비스나우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소프트웨어 업종이 매도 압력을 받는 와중에도 인텔은 기술주 전반의 흐름과 정반대로 움직였습니다.

여기서 의문이 제기됩니다. 2024년 180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하고 칩 제조 사업 포기 위기까지 몰렸던 기업이 왜 25년 만의 최고가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일까요?

머스크의 확약과 인텔의 반전 카드

반전의 불씨는 일요일 저녁 테슬라의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지펴졌습니다. 일론 머스크 CEO는 테슬라, 스페이스X, xAI가 참여하는 텍사스 오스틴의 AI 칩 복합 단지 '테라팹(Terafab)' 프로젝트에 인텔의 차세대 14A 제조 공정을 도입할 것이라고 공식 확인했습니다.

이 확인은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큰 의미를 가집니다. 립부 탄 인텔 CEO는 그간 첨단 공정에서 대형 외부 고객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제조 사업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분석가들에게 경고해 왔습니다. 현재 램프업 중인 18A의 후속 공정인 14A를 두고 대형 고객사들과 협의해 왔으나, 실명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야후 파이낸스는 이에 대해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에서 TSMC에 필적할 만한 첫 주요 외부 고객을 확보했으며, 절실했던 승기를 잡았다"고 평가했습니다.

목요일 장 마감 후 발표된 인텔의 1분기 실적도 이 같은 기대에 부합했습니다. 매출은 가이던스 중앙값을 14억 달러 상회한 136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비일반회계기준(Non-GAAP) 매출총이익률은 회사 전망치보다 650bp 높은 41%에 달했습니다. AI 관련 사업은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며 전년 대비 40% 성장했습니다. 이는 구조조정 중인 기업의 수치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주당순이익(EPS) 역시 손익분기점(BEP) 수준이었던 가이던스를 깨고 0.29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목요일 장 시작 전 이미 2026년 수익률 78%를 기록 중이었던 인텔에 대해 폴리마켓(Polymarket)은 EPS 어닝 서프라이즈 확률을 92%로 점쳤습니다. 시장은 이미 승리를 예견하고 있었지만, 실제 수치는 시장의 포지셔닝보다 훨씬 강력했습니다.

다만 논리는 복잡합니다. 인텔의 26년 만의 최고가는 아직 정식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파운드리 고객과, 수요가 공급을 앞지른 단기적 상황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4A 공정은 아직 양산 단계가 아니며, 2029년 2나노 칩 생산을 목표로 하는 테라팹의 일정은 아직 3년이나 남았습니다. 머스크의 발언과 실제 오스틴 공장에서의 칩 생산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존재하며, 그 간극이 바로 리스크의 영역입니다.

2029년까지 남은 과제와 리스크

현재 인텔의 랠리는 역사적 데자뷔를 불러일으킵니다. 2000년 초에도 인텔은 인터넷 붐에 따른 인프라 수요를 타고 70달러선에서 거래되었습니다. 당시 데이터 센터 건설과 칩 수요는 실재했지만, 시장이 가격에 반영한 속도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이후 인텔은 20년 동안 자신이 한때 정의했던 반도체 지수의 수익률을 밑돌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2000년의 인텔은 시장 지배자로서 파괴적 혁신에 직면한 처지였으나, 2026년의 인텔은 이미 시장에서 밀려난 후 부활을 노리는 추격자라는 점입니다. 인텔은 2024년 말 서버 CPU 매출 1위를 AMD에 내주었고, 제온(Xeon) 출하량은 13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작년 한 해에만 180억 달러의 손실을 냈습니다. 결국 립부 탄 CEO의 경영 능력에 대한 신뢰가 핵심 변수이며, 이번 1분기 실적은 그 신뢰를 다음 분기까지 유지할 수 있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상승세가 지속되려면 애리조나 챈들러 공장의 18A 공정 안착과 테라팹과의 구두 합의가 공식 공급 계약으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인텔의 18A 첫 제품인 '팬서 레이크(Panther Lake)'가 일정대로 출시되고 TSMC의 유사 공정과 대등한 성능을 보여준다면, 파운드리 전략은 투기적 가설에서 투자 가능한 현실로 바뀔 것입니다. 탄 CEO는 상반기 중 18A 수율 데이터를 공개하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반면 14A 공정 일정이 지연되거나, 테라팹이 미국 내 다른 파운드리 프로젝트들처럼 인허가 문제로 지연될 경우 랠리는 멈출 수 있습니다. 또한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엔비디아 GPU로 지출을 집중하면서 인텔의 AI 관련 매출 성장이 둔화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세일즈포스가 준수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9% 급락한 것은 AI 투자에 대한 시장의 인내심이 수익 실현 지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앞으로 90일 동안 확인해야 할 점은 인텔의 공급 부족이 진정한 수요 신호인지, 아니면 성장을 제약하는 단순한 생산 병목인지 여부입니다. 다음 실적 발표에서 매출총이익률 가이던스가 1분기 41%를 견인했던 일시적 요인 없이도 40% 이상을 유지할 수 있다면, 이번 최고가 경신은 지속적인 회복의 신호탄이 될 것입니다. 2026년의 인텔은 2000년과 다릅니다. 이제 인텔은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으며, 그 증명 시기까지 예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