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방한·8476 최고|기관 2.3조 LG·삼성 집중
AI 동맹의 실체
코스피가 8476.15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날, 상승 종목은 206개에 불과했습니다. 하락 종목은 688개였습니다. 지수가 3.55% 오르는 동안 시장 절반 이상이 내렸다는 사실은 이날의 매수가 시장 전반의 회복이 아니라 특정 종목군으로의 자금 집중이었음을 보여줍니다.
기관이 2조 3660억원을 순매수하면서 지수를 끌어올렸고,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1조 4014억원, 1조 687억원을 순매도했습니다. 기관 매수의 구심점은 LG그룹이었습니다. LG전자는 상한가인 29만 3000원으로 마감했고, LG씨엔에스도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LG이노텍은 28.57% 급등했습니다. 네이버는 피지컬 AI 협력 기대에 13% 이상 올랐습니다.
이 흐름을 만든 재료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6월 5일 서울에서 정의선·최태원·구광모·이해진을 비공개 회동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방한의 핵심 의제는 피지컬 AI — 공장, 로봇,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에 AI를 적용하는 플랫폼 협력입니다. LG전자는 로봇·전장·스마트홈 전 분야에서 엔비디아와 접점이 겹칩니다. 미-이란 종전 협상 기대가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를 살려놓은 배경 위에서, 기관은 회동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포지션을 먼저 잡았습니다.
문제는 이 선취 포지션의 근거입니다. 협력 발표도 없고 계약도 없는 상황에서 기관이 상한가를 사들였다면, 그 판단이 합리적이려면 회동 이후 실제 내용 없이도 LG의 AI 공급망 위치가 이미 달라졌다는 시장의 확신이 먼저 서야 합니다. 삼성전기가 15.04% 급등하며 시총 4위에 오른 것도 같은 기대의 연장이었습니다. 그러나 기관의 2.3조원 포지션이 회동 결과와 무관하게 유지될 수 있는지는, 반도체 공급망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보아야 합니다.
HBM4E, 공급망의 증거
기관이 피지컬 AI 기대를 선취할 수 있었던 구체적 근거는 같은 날 나온 반도체 소식이 제공했습니다. 삼성전자가 7세대 HBM4E 12단 샘플을 세계 최초로 글로벌 고객사에 출하했습니다. 6세대 HBM4 양산 출하 이후 불과 3개월 만입니다.
삼성전자 주가는 5.84% 급등해 31만 7000원, 2018년 액면분할 이후 종가 기준 최고가를 새로 썼습니다.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우 합산 시가총액은 2015조 7505억원으로 처음 2000조원을 넘었습니다. 기관과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함께 순매수한 흐름이 이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HBM4E의 핀당 동작 속도는 최대 16Gbps로 전작 HBM4 대비 20% 이상 빠릅니다. 용량은 48GB로 전작보다 30% 이상 늘었습니다. 삼성전자는 1c 나노 D램과 자체 4나노 로직 다이를 함께 적용해 수율 안정성을 높였습니다. 지난해 HBM3E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줬던 삼성전자가 차세대 두 세대에서 연속으로 먼저 치고 나온 것입니다.
삼성전자는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HBM 매출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 것이라 밝혔고, HBM4는 준비한 생산능력이 전량 솔드아웃된 상태라고 했습니다. 빅테크들이 메모리 병목을 우려해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시점에 삼성전자가 최선단 제품을 선제 공급한 것은 포지션 재편 신호로 읽혔습니다. 그러나 샘플 출하와 양산 계약은 다릅니다. SK하이닉스의 HBM4E 출하도 곧 이어질 전망이고, HBM 주도권이 실제 공급 계약으로 확인되려면 이번 분기 내 추가 발표가 필요합니다.
TSMC 인상이 열어주는 문
삼성전자의 HBM4E 선점이 시총 2000조를 넘기는 데 충분했다면, 파운드리 사업부의 흑자전환은 왜 아직 물음표인가 — 이 질문이 지금의 주가 수준에서 가장 예민한 지점입니다.
TSMC가 올 하반기 3나노 공정 가격을 최대 15%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대만 현지 매체가 29일 보도했습니다. 내년에는 5~10% 추가 인상도 거론됩니다. 1.6나노 공정 가격은 웨이퍼당 4만 5000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AI 가속기와 플래그십 칩 수요가 몰리면서 TSMC의 캐파가 한계에 다가선 결과입니다.
빅테크들은 가격 압박을 피하기 위해 파운드리 공급망을 분산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TSMC보다 첨단 공정 가격이 낮고, 2나노 공정 수율이 60%에 근접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테슬라와 애플이 삼성전자에 물량을 맡긴 것도 이 맥락입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앤트로픽 투자 라운드에 전략적 파트너로 참여하며 파운드리 협력 범위를 확대했습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분기마다 조 단위 적자를 내고 있지만 이르면 올해 말 흑자전환한다는 관측이 업계에 있습니다. TSMC의 가격 인상이 빅테크 발주 분산을 앞당기면 그 시점은 예상보다 빠를 수 있습니다. 8476이라는 코스피 수치가 증명하는 것은 기관이 이 가능성을 이미 가격에 넣었다는 사실입니다.
이 포지션의 검증 시점은 6월 5일 회동 이후입니다. LG전자 로봇 플랫폼 협력 내용이나 삼성전자 파운드리 수주 신호 중 하나가 공개되지 않으면, 기관의 2조 3660억원 순매수는 차익 실현의 빌미가 됩니다. 회동이 성사되더라도 구체적인 계약 발표 없이 공감대 확인 수준에 그친다면, 선취된 기대는 되돌아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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