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반도체 동반 점화|7500 돌파 후 지속 조건은?
종전 기대와 수혜주 재편
삼성E&A가 하루 만에 21% 뛰는 동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8% 내렸습니다. 같은 날, 같은 이유로 서로 반대 방향이었습니다. 미국과 이란이 14개 항목으로 구성된 양해각서 체결에 근접했다는 보도가 이 분열을 만들었습니다.
악시오스는 6일(현지시간) 미·이란이 이란의 핵농축 12~15년 중단, 미국의 제재 해제, 호르무즈 해협 통행 제한 상호 완화를 골자로 하는 MOU 협상이 최종 단계에 들어갔다고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발언했고, 시장은 사실상 종전 국면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국제유가는 즉각 반응했습니다. 브렌트유는 7.83% 급락해 배럴당 101달러로 내려앉았고, WTI는 7.03% 내린 95달러를 기록했습니다. 4월 중순 이후 최대 낙폭입니다. 고유가가 만들어낸 공급망 리스크와 원자재 조달 우려가 동시에 희석됐습니다.
이 구조에서 수혜 업종과 피해 업종이 명확히 갈렸습니다. 건설주는 종전 이후 중동 재건 수주 기대감과 호르무즈 재개통에 따른 자재 수급 개선을 동시에 반영했습니다. 삼성E&A 21%, 남광토건 15%, GS건설 9%가 일제히 올랐습니다. 반면 방산주는 전쟁 프리미엄이 걷히면서 차익 실현 압력에 직면했습니다.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는 12% 급락했습니다. 항공주는 유가 하락을 즉각 반영해 대한항공이 6~7%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종전 기대가 확정된 사실은 아닙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해방 프로젝트'를 일시 중단했지만 해상봉쇄는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란도 대화 의향을 밝히면서도 호르무즈 해협에 새로운 통행 허가제를 도입했습니다. 합의가 깨질 경우, 이날의 건설주 랠리는 되돌림 압력에 그대로 노출됩니다. 삼성E&A의 6만3천원대 주가가 MOU 체결 여부와 직결된 이유입니다.
반도체 재평가의 근거
유가가 내리면서 성장주에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진 것만이 이날 코스피를 7500선까지 끌어올린 힘이 아니었습니다. 더 근본적인 동력은 미국에서 왔습니다. AMD가 1분기 매출 103억 달러, 전년 대비 38% 성장을 발표하고 2분기 가이던스를 시장 예상치를 7억 달러 웃도는 112억 달러로 제시하자, 주가는 하루 만에 18.6% 급등해 421달러 신고가를 썼습니다.
AMD 어닝 서프라이즈의 핵심 메시지는 실적 자체가 아니라 시장 규모 전망 수정이었습니다. 리사 수 CEO는 서버 CPU 시장 연간 성장률 전망을 18%에서 35%로 두 배 이상 올리고, 2030년 시장 규모를 600억 달러에서 1200억 달러로 상향했습니다. AI 에이전트 확산이 서버 CPU 수요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 그 근거였습니다. 골드만삭스는 AMD 투자의견을 '보유'에서 '매수'로, 목표주가를 240달러에서 450달러로 당일 상향했습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4.48% 급등했고, 이 흐름이 코스피 프리마켓과 개장 초반을 끌어올렸습니다. 그리고 이날 국내 증권가에서는 그간 나온 적 없던 목표가가 등장했습니다. SK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50만원, SK하이닉스를 300만원으로 설정했습니다. 6일 종가인 삼성전자 26만6천원, SK하이닉스 160만1천원 대비 각각 88%, 87% 높은 수준입니다.
SK증권 한동희 연구원은 그 근거로 메모리반도체의 구조적 재평가를 제시했습니다. AI 추론이 고도화되면서 메모리는 AI 성능과 비용을 결정하는 직접 변수가 됐고, 이 수요는 과거처럼 분기별 진폭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더 긴 주기와 낮은 진폭으로 안정화된다는 분석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3~5년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 구조를 뒷받침합니다. 미래에셋증권도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200만원에서 270만원으로 올렸습니다. 12개월 선행 PER 기준 SK하이닉스는 여전히 5.2배로 글로벌 AI 관련주 가운데 가장 낮은 밸류에이션에 속합니다.
변수는 하반기 공급 구조입니다. AMD는 이날 메모리 업체들이 고성능 메모리 생산에 집중하면서 일반 PC용 메모리 공급이 줄어 하반기 PC 출하량이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HBM과 서버향 고성능 메모리에 집중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제품 구성이 이 흐름에서 어느 방향으로 작용할지가 다음 실적 시즌의 핵심 확인 포인트입니다.
7490 마감의 해석
코스피는 7일 장중 7531.88까지 올랐다가 7257.89까지 밀렸고, 최종적으로 7490.05에 마감했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7400선을 종가 기준으로 돌파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하락 종목이 상승 종목보다 많았습니다. 코스피시장에서 354개 종목이 오를 때 503개 종목이 내렸습니다. 지수는 올랐지만 시장 내부는 달랐습니다.
수급 구조가 그 이유를 설명합니다. 외국인은 7조1526억 원을 순매도했습니다.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삼성전자를 2조7800억 원, SK하이닉스를 2조4700억 원 팔았습니다. 이에 맞서 개인이 5조9904억 원, 기관이 1조981억 원을 순매수했습니다. 개인이 외국인의 차익실현 물량을 받아냈고, 지수를 지켜냈습니다.
이 구조가 지속 가능한지가 지금 시장의 핵심 질문입니다. 긍정론의 근거는 밸류에이션입니다. 코스피 시총은 캐나다를 제치고 세계 7위로 올라섰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PER은 각각 6배, 5.2배로 여전히 낮습니다. NH투자증권은 코스피 9000 목표를 제시했고, 일부 애널리스트는 1만 포인트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경계론의 근거도 분명합니다. 코스피 버핏지수가 256%를 기록했습니다. 반도체 두 종목을 제외하면 코스피는 사실상 4100선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대차거래잔고가 180조 원을 처음 돌파하며 공매도 실탄이 쌓이고 있습니다. 외국인이 역대 최대 매도를 쏟아낸 날 지수가 최고치를 쓴 것은 개인 투자자들이 그 물량을 모두 받아냈기 때문입니다.
확인해야 할 두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하나는 미·이란 MOU의 공식 체결 여부입니다. 합의가 확정되면 유가가 추가 하락하고 성장주 할인율이 낮아지는 경로가 열립니다. 반대로 협상이 결렬될 경우, 건설주 랠리는 되돌려지고 지정학 리스크 프리미엄이 재반영됩니다. 다른 하나는 외국인의 매도가 일시적 차익실현인지 구조적 이탈인지입니다. 외국인 통합계좌 도입과 원화 안정이 새로운 수급 기반으로 자리잡으면 개인이 받아낸 물량은 단기 압박에 그치지만, 외국인이 연속 매도로 전환한다면 개인의 방어력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27만 원을 유지하는지, SK하이닉스가 160만 원 위에 안착하는지가 그 신호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