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비 상장일 기관 551 외면|일반 3021이 만든 따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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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6690, 그리고 장 한 구석에서 벌어진 이상한 경쟁

29일 코스피는 전일보다 49.88포인트 올라 6690.90으로 마감했습니다. 사흘 연속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입니다. 오전은 달랐습니다. 오픈AI가 신규 사용자 수와 매출 목표를 채우지 못했다는 WSJ 보도가 나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프리마켓에서 2% 가까이 밀렸습니다. 장 초반 코스피는 6619로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오후 들어 삼성전자가 단독으로 상승 전환했습니다. 최종 1.80% 오른 22만6천원. "오픈AI에 한정된 문제"라는 해석이 시장을 달랬습니다.

같은 날 오전, 전혀 다른 장소에서 다른 종류의 신호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LS일렉트릭이 글로벌 전력기업 블룸에너지와 3190억원 규모 배전 솔루션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이달에만 두 번째 빅테크 데이터센터 수주입니다. LS일렉트릭은 장중 5.74% 올랐고, 대원전선, LS에코에너지, HD현대일렉트릭이 동반 강세였습니다. 신재생에너지 쪽에서는 별도 재료가 있었습니다. 미국-이란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브렌트유가 배럴당 111달러선을 넘었습니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은 9.11% 올랐습니다. 상장 이후 최고치였습니다.

그런데 이날 가장 이상한 숫자는 따로 있었습니다. 코스닥 신규 종목 채비의 상장 첫날 주가였습니다.

기관이 외면하고 개인이 뒤집은 IPO, 무엇이 갈렸나

채비는 공모가 1만2300원으로 코스닥에 입성했습니다. 이 공모가 자체가 이미 신호였습니다. 지난 10~16일 기관 수요예측에서 751개 기관이 참여했지만 경쟁률은 55대 1에 불과했습니다. 희망밴드 하단으로 공모가를 확정했습니다. 공모 물량도 10% 줄였습니다.

기관이 머뭇거린 이유는 구체적입니다. 전기차 충전 산업은 성장성이 크지만 수익성 가시화가 느렸습니다. 채비는 2016년 창업 이후 10년째 영업손실 구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기관 입장에서 55대 1은 사실상 "보류"에 가까운 숫자입니다.

일반 투자자는 달랐습니다. 이어진 일반 청약에서 경쟁률 302대 1. 증거금은 4조1800억원이 몰렸습니다. 기관 경쟁률의 다섯 배가 넘는 숫자입니다. 오버행 우려도 차단됐습니다. 주요 재무적 투자자(FI)들이 보호예수 6개월을 선택하면서 유통 가능 물량이 전체 주식의 21%까지 묶였습니다.

결과는 이렇게 됐습니다. 장 초반 채비는 공모가 대비 140% 가까이 상승한 2만9450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장중 3만750원을 터치했습니다. 마감은 2만2550원. 공모가 대비 83% 상승입니다.

여기서 질문이 생깁니다. 기관이 외면한 종목을 개인이 뒤집은 것은 오판이었을까요, 아니면 기관이 놓친 것이 있었을까요.

기관의 냉정함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채비의 이익 전환 시점은 아직 불확실합니다. 그러나 기관이 계산하지 못한 변수가 있었습니다. 현대차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입니다. 채비는 이날 현대차와 5월부터 전용 구독 상품을 출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국내 전기차 판매량 1위 브랜드와의 공식 제휴입니다. 수요예측 이후 나온 재료였습니다. 기관이 55대 1을 결정하던 시점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정보입니다.

유통 물량 21%라는 구조도 주가를 밀어올렸습니다. 사고 싶어도 살 수 있는 주식이 적었습니다.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면 가격은 올라갑니다. 이날 채비의 급등은 단순히 개인의 낙관이 아니었습니다. 구조가 만든 결과였습니다.

따블 이후에 남는 것, 그리고 다음 변수

IPO 첫날 따블에 성공한 종목이 이후에도 강세를 유지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코스닥에서 상장 첫날 100% 이상 올랐던 종목들의 1개월 수익률은 평균적으로 첫날 고점보다 낮습니다. 유통 가능 물량이 풀리는 시점에 매물 압력이 집중되기 때문입니다.

채비에는 단기 변수가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5월 현대차 구독 상품의 실제 가입 수치입니다. 파트너십 발표가 주가를 올렸다면, 실적이 뒤를 받쳐야 합니다. 두 번째는 NEVI(미국 전기차 충전 인프라 보조금 사업)의 진행 속도입니다. 채비는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며, 이 사업의 계약 확보 여부가 중장기 기업가치를 가릅니다.

현재까지의 방향은 단기 조정 가능성에 기웁니다. 유통 물량 해제까지 6개월이지만, 따블 마감 이후 단기 차익 실현 물량은 이미 쏟아질 준비가 돼 있습니다. 상장 직후 공모가 대비 83% 수준이 지지선이 될 수 있는지가 첫 번째 관전 포인트입니다.

다만 기관이 틀렸다는 서사가 시장에 퍼지면 방향은 달라집니다. 현대차 구독 가입자 수가 빠르게 올라오거나 미국 NEVI 계약이 구체화된다면, 기관들이 뒤늦게 편입하는 그림도 나올 수 있습니다. 그 경우 55대 1이라는 숫자는 역사적 오판으로 기록될 수 있습니다.

기관과 개인의 판단 중 어느 쪽이 옳았는지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5월 현대차 구독 상품의 초기 가입 수치가 그 첫 번째 답을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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