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사상 최고 6388|개미 10조 던진 날
전쟁 공포를 뚫고 사상 최고치
오늘 코스피는 169포인트 오른 6388.47로 장을 마쳤습니다.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입니다. 시가총액도 5236조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두 달 전 이 시장은 달랐습니다. 3월 중동 전쟁이 터지면서 코스피는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를 연속으로 맞았습니다. 유가는 100달러를 위협했고, 원·달러 환율은 1500원 직전까지 치솟았습니다. "전쟁 악재 비켜갔나, 코스피 사상 최고치 경신"이라는 헤드라인이 오늘 나온 것은 그 공포 이후 불과 54거래일 만입니다.
반전의 중심에는 두 축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반도체입니다. SK하이닉스가 오늘 장중 120만 원을 돌파하며 52주 신고가를 세웠고, 삼성전자도 2.1% 올랐습니다. 증권가는 오는 23일 발표될 SK하이닉스 1분기 영업이익을 35조~40조 원으로 보고 있습니다. 삼성증권은 오늘 목표주가를 기존 130만 원에서 180만 원으로 올렸습니다. 둘째는 2차전지입니다. 삼성SDI가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다년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에 장중 20% 가까이 급등해 52주 신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캐즘 가고 벤츠 왔다"는 헤드라인이 증시 게시판을 가득 채웠습니다.
수급 측면에서도 뚜렷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3월 내내 순매도를 이어가던 외국인이 4월 들어 방향을 바꿨습니다. 오늘 하루만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1조 2천억 원을 순매수했습니다.
개미는 10조를 팔았다, 그리고 지수는 최고치를 찍었다
여기서 이상한 숫자가 하나 있습니다. 오늘 개인 투자자는 코스피에서 1조 4562억 원을 순매도했습니다. 오늘 하루만이 아닙니다. 4월 들어 개인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판 금액은 약 10조 원에 달합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두 종목에서 순매수한 금액은 3조 5천억 원입니다. "고점 공포에 개미 삼전닉스 10조 던질 때 외인은 3조 빈집 채웠다"는 기사가 오늘 나온 배경입니다.
통념대로라면 이래야 합니다. 개인이 팔면 주가는 눌립니다. 그런데 오늘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이 간극을 메운 것이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입니다. 오늘 외국인은 1조 2201억 원, 기관은 5798억 원을 순매수했습니다. 개인이 내다 판 물량을 고스란히 흡수한 셈입니다.
문제는 이 그림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입니다.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합니다. 첫 번째는 스마트머니가 들어오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외국인은 통상 국내 개인보다 기업 펀더멘털에 민감합니다. SK하이닉스 1분기 실적 발표를 이틀 앞두고 확신을 갖고 들어오는 것이라면, 이는 강세 신호입니다. 두 번째 해석은 반대입니다. 사상 최고치에서 국내 개인이 팔고 외국인이 받는 이 구조는 과거 고점에서도 반복된 패턴입니다. 2021년 코스피 3300 돌파 직후 개인이 줄기차게 팔면서 외국인에게 넘겼던 흐름과 형태가 닮았습니다.
다만 지금은 2021년과 다른 전제가 하나 있습니다. 당시 실적 기대는 예상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LS일렉트릭 1분기 매출 33% 증가, SK하이닉스 목표주가 상향 10곳 이상 등 숫자가 이미 나오고 있는 실적 시즌입니다. 그리고 미·이란 2차 협상이 23일로 잡히면서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 기대까지 더해졌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오늘 8.7원 하락해 한 달여 만에 처음으로 1460원대로 내려온 것도 그 기대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23일 SK하이닉스 실적이 갈림길
지금 시장에는 세 가지 변수가 동시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23일 SK하이닉스 1분기 실적, 같은 날 미·이란 2차 협상 시한, 그리고 5월 22일 삼전·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입니다. 오늘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르면 5월 22일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배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이 국내 증시에서 직접 거래됩니다.
현재까지의 흐름은 상승 쪽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반도체 실적 기대와 외국인 수급, 지정학적 긴장 완화가 동시에 작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흐름이 이어지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첫째, 23일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이 시장 컨센서스인 35조 원 이상으로 나와야 합니다. 기대를 하회하면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질 수 있습니다. 둘째, 미·이란 협상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있어야 합니다. 현재 환율은 협상 타결을 반쯤 선반영하고 있습니다. 협상이 결렬되거나 연기된다면, 1460원대 환율이 다시 1490원대로 올라서는 동시에 외국인 수급도 되돌아올 수 있습니다.
개미 10조가 틀린 판단인지, 아니면 고점을 먼저 알아본 것인지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 답은 23일 SK하이닉스 실적 발표 직후 외국인의 행동이 알려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