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최고치|반도체 빠진 자리 메운 것

· KRX

유가 쇼크와 코스피

코스피가 사흘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주도 업종은 반도체가 아니었습니다. SK하이닉스는 하락했고, 한미반도체는 2.6% 내렸습니다. 최고치를 만든 건 정유와 화학이었습니다.

발단은 중동이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장기 해상 봉쇄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공급에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여기에 아랍에미리트가 OPEC 탈퇴를 선언했습니다. UAE는 OPEC 내 주요 증산 완충 역할을 해온 국가입니다. 공급 감소 우려가 겹치자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3% 넘게 급등해 배럴당 99.93달러로 마감했습니다. 100달러 돌파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유가가 오르면 정유사 재고 평가익이 커집니다. 화학사는 제품 판매가 상승 기대를 받습니다. 에쓰오일이 13% 넘게 뛰었고, SK이노베이션은 12.6% 올라 52주 신고가를 기록했습니다. 롯데케미칼은 24.9% 폭등하며 신고가를 썼습니다. 코스피 에너지·화학 지수 하루 상승률이 5%를 넘었습니다.

반도체가 숨을 고르는 동안 코스피는 새로운 상승 동력을 찾아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전환이 단순한 업종 순환이 아닐 수 있다는 점입니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안착한다면, 이 동력은 단기 이벤트가 아니라 구조적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면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재개되거나 봉쇄가 완화된다는 신호가 나오면, 정유·화학주는 급등분의 상당 부분을 되돌릴 수 있습니다.

오픈AI 충격과 빅테크 심판대

같은 날 밤, 뉴욕 증시는 달랐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오픈AI의 충격적인 내부 사정을 보도했습니다. 2025년 챗GPT 주간 활성 사용자가 10억 명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매출 성장도 둔화됐습니다. 오픈AI 최고재무책임자는 경영진에게 매출이 충분히 빠르게 늘지 않으면 미래 데이터센터 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오라클이 4% 빠졌고, 코어위브는 6% 급락했습니다. 반도체주가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서울 시장은 이 충격을 상당 부분 소화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오픈AI의 문제가 AI 산업 전체의 수요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4월 한 달 동안 미국 반도체주가 40% 가까이 급등했다는 맥락을 외면하기는 어렵습니다. 과열에 대한 경계가 누적된 상태에서 오픈AI 악재가 나온 것입니다.

30일 오전 5시, 분수령이 다가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메타, 아마존이 동시에 실적을 발표합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의 대주주이면서 올해 들어 주가가 12% 빠진 기업입니다. 블룸버그 전망 기준 이번 분기 주당 순익은 4.04달러입니다. 만약 이 수치를 크게 웃돌면서 AI 설비투자 가이던스가 유지된다면, 오픈AI 충격은 빠르게 흡수될 것입니다. 반대로 가이던스가 낮아지거나 AI 지출 계획이 조정된다는 신호가 나오면, 반도체 소강은 소강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FOMC 결과도 같은 날 나옵니다. 금리 동결은 거의 확실하지만,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제롬 파월 의장이 유가 급등과 물가 리스크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낼 것인지입니다. 유가가 100달러를 넘은 상황에서 매파적 발언이 나온다면, 환율 압력은 한층 강해질 수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이미 1479원으로 마감했습니다. 외국인은 이날 6071억원을 순매도했습니다. WGBI 편입 자금 유입이 상단을 누르고 있지만, 고유가와 달러 강세가 동시에 지속된다면 수급 균형은 깨질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의 흐름을 종합하면, 단기적으로는 빅테크 실적이 예상을 웃돌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 AI 사이클 우려는 후퇴하고, 한국 반도체주는 재차 상승 동력을 얻을 것입니다. 코스피 7000선을 향한 여정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이 판단은 마이크로소프트의 AI 가이던스가 유지되고 파월 의장이 비둘기파적 기조를 유지한다는 두 가지 조건 모두에 달려 있습니다. 하나라도 어긋난다면, 외국인 매도와 환율 상승이 맞물리는 다른 그림이 펼쳐질 수 있습니다. 30일 오전 5시가 이 판단의 첫 번째 검증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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