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 급락일 마이너스통장 5천억 인출|금융당국 비상관리, 내일부터 신용대출 차단
급락 속 마이너스통장 5천억—저가 매수의 실탄인가, 경보인가
코스피가 4% 넘게 무너진 날,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하루 만에 5천억 원 늘었습니다. 통상 급락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손실을 줄이거나 현금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움직입니다. 그런데 오늘 흐름은 반대였습니다. 코스피가 장중 7394포인트까지 밀려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지만, 개인은 2조 662억 원을 순매수했습니다. 그 자금의 일부는 마이너스통장에서 빠져나온 것입니다.
이 흐름은 오늘 하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5월 한 달 동안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 대출이 5조 3천억 원 급증했는데, 이는 코로나 시기인 2021년 8월 이후 57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입니다. 같은 기간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9조 3천억 원 늘었고, 4월 증가액 3조 5천억 원의 세 배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코스피가 8160선까지 올랐던 6월 첫 주의 흥분이 레버리지 잔고 형태로 이 시장에 압착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외국인은 오늘 1조 4649억 원을 팔았습니다. 기관도 7432억 원을 순매도했습니다. 이 매물을 받아낸 주체는 개인이었습니다. SK하이닉스(000660)가 2.59% 오르며 210만 1천 원에 마감하고 코스피가 7763.95로 플러스 전환에 성공한 배경에는 이 개인 매수세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시각 금융위원회는 5대 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들을 불러 모아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있었습니다.
금융당국이 막은 것—저가 매수의 자금 경로
문제는 이 레버리지 매수가 시장을 안정시키는 힘이 아닐 수 있다는 점입니다. 5월 말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1조 5천억 원을 넘겼습니다. 코스피 급락일 하루 만에 5천억 원이 인출됐다는 것은, 주가가 더 내려갈 때마다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추가로 팽창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오름세 때 빌리고 급락 때 다시 빌려 매수하는 구조가 형성된 것입니다.
이 구조를 금융당국은 하나의 사이클로 읽었습니다. 우리은행은 내일인 12일부터 토스, 카카오페이, 네이버파이낸셜 등 대출비교 플랫폼을 통한 가계 신용대출 신규와 갈아타기를 전면 중단합니다. NH농협은행은 같은 날 주택담보대출 모기지보험 MCG 가입을 한시 제한합니다. 지난달 MCI 제한에 이은 추가 조치입니다. 금융당국은 총량 목표를 어긴 금융회사를 매주 집중 점검하고 고액 연봉자의 신용대출 한도를 대폭 축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시장 참여자들의 행동이 두 갈래로 나뉘어 있습니다. 외국인과 기관이 매도하는 동안 개인은 레버리지를 동원해 매수했습니다. 개인이 먼저 행동했고, 정책은 그 뒤를 따라오는 구조입니다. 외국인이 오늘까지 포지션을 확인하지 않은 채 이탈 방향을 유지하는 동안, 개인의 레버리지 자금 공급 경로는 내일부터 좁아집니다. 이 시차가 오늘 장의 반등이 안고 있는 전제입니다.
SK하이닉스의 강세는 반도체 섹터에 대한 저가 매수 확신을 반영합니다. 메리츠증권은 이날 SK하이닉스 ADR이 이르면 8월 나스닥에 상장 가능하다는 전망과 함께 목표주가를 상향했습니다. 씨티증권은 앞서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310만 원으로 높이며 4분기 HBM 평균판매단가가 전 분기 대비 30% 급등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 전망이 레버리지 매수의 논리적 근거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전망은 공급 측 자금 경로가 열려 있을 때의 논리입니다.
내일부터의 변수—레버리지 매수, 이후 경로
오늘 7763.95 마감이 전일(7730.82) 대비 소폭 상승이지만, 장중 저점 7394.46에서 400포인트 넘게 회복한 것은 개인 레버리지 매수의 집중도를 보여줍니다. 문제는 이 회복력이 자금 공급의 함수라는 점입니다. 2021년 8월 빚투가 최고조였던 당시 코스피는 이후 조정 국면에서 신용잔고 청산 압력이 하락 속도를 가속했습니다. 지금 신용대출 급증 속도—57개월 만에 최대—는 그 구간과 겹칩니다.
내일 은행권 신용대출 차단 조치가 시행된 후 레버리지 매수 흐름이 어떻게 변하는지가 첫 번째 확인 지점입니다. 단기적으로 매수 자금 유입이 둔화되면 외국인 매도 물량을 흡수하는 힘이 약해집니다. 코스피 7500선이 이 흐름의 실질 지지 여부를 가르는 임계치입니다. 이 선이 지켜지는 한, SK하이닉스 ADR 상장 기대와 HBM 수요 전망이 반도체 중심 저가 매수를 지속시키는 근거로 남습니다.
반대 시나리오는 신용대출 한도 축소가 기존 레버리지 보유자들의 만기 연장이나 추가 차입을 막을 때 발동됩니다. 마이너스통장 잔액 41조 5천억 원이 일부라도 상환 압력을 받으면 급락일 매수세가 역방향으로 전환됩니다. 이 때 외국인의 매도 재개 여부가 변동 폭을 결정합니다. 오늘 외국인 순매도가 1조 4649억 원으로 전일 5조 규모보다 줄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포지션 확인 없이 방향이 전환됐다고 보기는 아직 이릅니다.
레버리지 매수의 논리가 맞으려면 두 가지가 동시에 성립해야 합니다. 반도체 업황 개선이 현실화되고,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차단이 기존 보유 포지션에 소급 적용되지 않아야 합니다. 내일 시중은행들의 추가 조치 범위가 이 전제의 유효성을 확인하는 첫 데이터가 됩니다. 마이너스통장 잔액이 이틀 연속 팽창하는지 아니면 수축하는지—그 숫자가 오늘 반등의 속성을 사후적으로 정의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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