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6417 이틀 연속 최고치|공매도 실탄 160조 최대 쌓인 이유
역사를 쓰는 날, 누군가는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코스피가 22일 6417.93에 마감했습니다.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입니다. 6400선을 처음 돌파한 다음 날에도 지수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개인 투자자가 1조 1천억 원 넘게 쏟아부으며 장을 끌어올렸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1분기 영업이익 5808억 원, 전년 대비 35% 성장을 발표했습니다. LS일렉트릭은 역대 최대 1분기 실적을 내놓으며 증권가 목표주가가 일제히 77% 상향됐습니다. "상법 개정·밸류업·외국인 삼박자로 코스피 7000피 기대 커진다"는 헤드라인이 여의도를 가득 채웠습니다.
그런데 같은 날, 공매도 실탄으로 불리는 대차거래 잔고는 160조 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치를 새로 썼습니다. 지난해 1월 40조~50조 원대에 불과했던 잔고가 1년 3개월 만에 세 배 이상으로 불었습니다. 코스피 신용거래융자 잔액도 34조 원을 돌파해 또 다른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지수가 사상 최고를 찍는 날, 하락에 베팅하는 실탄도 동시에 사상 최고를 찍었습니다. 이 두 숫자가 같은 날 나란히 올라선 것이 오늘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지점입니다.
같은 날, 반대로 움직인 두 개의 최고치
대차거래 잔고가 늘었다는 것은 향후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팔아치울 준비를 마친 물량이 늘었다는 의미입니다. 공매도 선행지표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코스피가 6000선을 회복한 이후 이달에만 26조 원이 넘는 대차 물량이 새로 쌓였습니다. 실제 공매도 순보유 잔고도 이달 초 유가증권시장 기준 16조 9279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빚투 쪽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34조 원을 넘기자 KB증권은 SK하이닉스 CFD 신규 매수를 차단했고, 미래에셋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카카오 등 20개 종목을 신규 융자 제한 구간으로 강등했습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신용공여 한도가 소진되어 신규 신용융자 자체를 중단했습니다. "6400 뚫은 코스피, 빚투도 다시 과열"이라는 제목이 같은 날 등장했습니다. 증시가 랠리를 이어가는 동안, 증권사들은 반대로 레버리지 제한 조치를 잇달아 내놓은 것입니다.
여기서 핵심 질문이 생깁니다. 이 두 흐름은 서로를 강화하는가, 아니면 한쪽이 다른 한쪽을 부수는가.
상승장에서 공매도 잔고가 늘어나는 것이 반드시 하락 신호는 아닙니다. 공매도 물량은 결국 어느 시점에 환매수로 돌아오고, 그 환매수가 추가 상승을 만드는 쇼트 커버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지정학 리스크라는 변수가 전면에 나와 있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협상이 무산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일 협상안 마련까지 휴전을 연장하겠다고 했지만, 시장은 이를 협상 성공이 아니라 협상 지연으로 읽고 있습니다. 코스닥 지수가 코스피와 달리 이날 하락 마감한 것도 이 불확실성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공매도 실탄 160조 원이 쌓인 배경에는 바로 이 계산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실적 시즌이 열쇠를 쥐고 있습니다
시장이 다음으로 주목하는 것은 1분기 실적입니다. SK하이닉스와 현대차가 이번 주 실적을 발표합니다. 증권가는 SK하이닉스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코스피 상장사 전체 기준으로도 올해 사상 최대 실적, 내년 영업이익 1000조 원 돌파 전망이 나옵니다.
실적이 기대를 충족하거나 초과한다면, 쌓인 공매도 실탄은 쇼트 커버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포지션 손실이 커진 공매도 투자자들이 강제로 환매수에 나서면 추가 상승 압력이 됩니다. 코스피 7000이라는 이야기가 현실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하는 것은 이 흐름이 이어질 때입니다.
반대 시나리오도 구체적으로 존재합니다. 미·이란 종전 협상이 결렬되거나 중동 리스크가 재점화되면, 신용거래 잔액 34조 원은 그 자체가 낙폭을 증폭시키는 기폭제가 됩니다. 주가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증권사의 반대매매가 발동되고, 이 반대매매가 추가 하락을 부르는 연쇄 구조입니다. 금융감독원이 증권사들을 불러 모아 레버리지 관리를 공개 주문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현재까지의 흐름은 실적 기대감이 지정학 리스크를 누르는 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삼성바이오·LS일렉트릭의 실적이 그 방향을 먼저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이 흐름이 유지되려면 SK하이닉스 1분기 실적이 컨센서스를 충족해야 합니다. 그 기준선은 이번 주 안에 확인됩니다.
160조 원의 공매도 실탄이 언제, 어느 방향으로 풀리는가. 그 답은 실적 발표 테이블 위에 놓여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