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6500 돌파|이란 변수 남긴 랠리
반도체가 밀어올렸다
코스피가 23일 장중 사상 처음으로 6500선을 돌파했습니다. 6557.76까지 치솟았지만, 오후 들어 중동발 공습 루머에 6309선까지 248포인트가 증발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6475.81에 마감하며 사흘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 V자 반등의 엔진은 반도체였습니다. SK하이닉스가 이날 1분기 영업이익 37조6103억원을 공시했습니다. 매출은 사상 처음 50조원을 넘었고, 영업이익률은 72%로 창사 이래 최고였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405% 늘었다는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구조적 배경입니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D램 계약가격이 1분기 중 약 83% 급등했고, 낸드 가격도 160% 뛰었습니다. 고객사 입장에서 메모리는 이제 비용이 아닌 전략적 투자 자산으로 취급됩니다.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줄지 않는 구조입니다.
삼성전자도 3.22% 상승하며 22만4500원에 종가 기준 사상 첫 22만전자를 달성했습니다. 1분기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755% 증가한 수치였습니다. 두 기업의 시가총액 합계는 2185조원으로 연초 대비 74% 불어났습니다.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달 644조원에서 이날 795조원까지 23% 상향 조정됐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를 299조원에서 428조원으로, SK하이닉스는 222조원에서 277조원으로 대폭 올렸습니다.
1분기 GDP 성장률도 예상을 넘었습니다. 전 분기 대비 1.7% 성장으로 한국은행 예상치 0.9%의 두 배였습니다. 반도체·IT 수출이 이를 견인했습니다. 같은 날 닛케이는 0.75%, 홍콩 항셍지수는 0.91% 하락했습니다. 코스피 홀로 아시아 증시에서 상승 마감했습니다.
이란 변수와 환율 벽
그런데 랠리의 이면에 균열이 있습니다. 장 중반 테헤란 일부 지역 방공망 가동 소식이 전해지자 WTI가 배럴당 97달러까지 치솟았고, 코스피는 단 몇 분 만에 248포인트를 내줬습니다. 이란에 대한 직접 공격이 아님이 확인되며 유가가 진정됐고 지수도 반등했지만, 이 에피소드는 중요한 신호를 남겼습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유가 하나에 시장이 크게 흔들린다는 점은 그만큼 시장 체력이 약하다는 의미"라고 지적했습니다. 달러·원 환율은 이날 5원 오른 1481원에 마감했습니다. WTI 급등 때 1484.5원까지 올랐습니다. 이란 전쟁이 외환시장의 내러티브를 주도하고 있어 수급 개선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2차 협상 재개와 함께 무제한 휴전이나 종전 기대가 나와야 환율도 하락 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달 들어 무역흑자는 104억 달러를 기록했고, WGBI 편입으로 외국인 채권자금도 유입되고 있습니다. 달러 공급 우위 환경임에도 환율이 꺾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란 변수의 무게를 보여줍니다.
반도체 실적이 강할수록 시장의 취약성은 더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KB금융은 1분기 순이익 1조8924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신한금융도 같은 날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증시 호황이 금융지주 수수료 수입을 끌어올린 결과입니다. 코스피 랠리가 금융 섹터로도 과실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선순환이 지속되려면 유가가 90달러대를 유지해야 합니다.
IPO 구조 바뀐다
이날 국회는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상장 전 기관투자자에게 공모 물량 일부를 사전 배정하되, 최소 6개월 보호예수를 의무화하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한국 IPO 시장의 고질적 문제를 겨냥합니다. 공모주가 상장 첫날 따상을 찍고 급락하는 '공모주 잔혹사'가 반복됐습니다. 단기차익을 노린 기관 매물이 상장 초기 쏟아지며 주가를 끌어내린 구조였습니다. 코너스톤 제도가 시행되면 장기 투자자가 IPO 이전 단계부터 확보되면서 공모가 신뢰도가 높아집니다. 6개월 후 시행 예정입니다.
현재까지의 흐름을 종합하면 방향성은 분명합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실적은 AI 수요가 메모리를 인프라 자산으로 전환시켰다는 구조적 변화를 수치로 증명했습니다. 메리츠증권은 SK하이닉스 연간 영업이익을 249조원으로 전망하며 2분기 61조원, 3분기 72조원, 4분기 78조원으로 분기마다 실적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코스피 7000선을 향한 여정의 펀더멘털은 갖춰져 있습니다.
다만 이 판단은 중동 변수가 통제될 때만 유효합니다. WTI가 100달러를 돌파하거나 미·이란 2차 협상이 결렬된다면 환율은 1500원을 향해 올라갈 것입니다. 그 경우 외국인 자금은 다시 이탈 압력을 받게 됩니다. 확인해야 할 기준점은 두 가지입니다. WTI가 90달러대를 유지하는지와 미·이란 2차 협상 재개 여부입니다. 반도체 실적이 아무리 강해도, 오늘의 V자 반등이 반복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점이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