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7822 최고치인데 상승 종목 147개|나머지 738개는 어디로 갔습니까?

· KRX

5거래일 연속 최고치, 그런데 상승한 종목은 16%뿐이었습니다

오늘 코스피는 4.32% 급등하며 사상 처음으로 7822.24로 장을 마쳤습니다.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7천조 원을 넘어섰고, 장중에는 7899.32까지 치솟아 8천 포인트가 177포인트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매수 사이드카까지 발동됐습니다. 그런데 코스피 시장 835개 종목 가운데 오늘 상승한 종목은 147개에 그쳤습니다. 나머지 738개 종목은 하락이었습니다.

시총 7천조 돌파라는 숫자 뒤에 이런 균열이 있다는 사실이, 오늘 시장의 진짜 이야기입니다.

외국인은 3조 4880억 원을 순매도했습니다. 3거래일 연속 팔자입니다. 반면 개인이 2조 8711억 원, 기관이 6238억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습니다. 지수는 올랐지만 외국인이 이탈하고 있다는 사실은, 지수 상승의 동력이 어디에 집중돼 있는지를 묻게 만듭니다.

삼성전자는 6.33% 오른 28만 5500원에 마감하며 장중 신고가 28만 8500원을 기록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11.51% 급등해 188만 원으로 마쳤고, 장중에는 사상 처음으로 194만 9000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코스피 올해 상승분의 대부분이 이 두 종목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두 종목을 제외하면 코스피 연간 상승률은 78%에서 30%대로 떨어집니다.

코스닥 지수는 0.03% 하락 마감했습니다. 에코프로비엠이 6.53%, 에코프로가 5.55% 내렸습니다. 코인 관련주들은 이날도 하락했습니다. 같은 날, 같은 장에서 완전히 다른 시장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반도체 PER 5.17배 — 실적이 3배 뛰었는데 왜 PER은 오히려 낮아졌습니까

이 쏠림이 단순한 투기인지, 아니면 논리적 근거가 있는지를 따지려면 반도체 밸류에이션부터 봐야 합니다.

국내 반도체 업종의 12개월 선행 PER은 현재 5.17배입니다. 최근 20년 평균인 10배의 절반입니다. 반도체 업종 전체의 12개월 선행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말 136조 7000억 원에서 이달 기준 537조 원으로 293% 급증하는 동안, 시가총액 상승률은 135%에 그쳤습니다. 이익이 3배 늘었는데 PER이 올라가기는커녕 낮아진 셈입니다.

이 수치가 의미하는 것은 하나입니다. 시장은 이 이익이 지속 가능하다고 아직 완전히 믿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과거 반도체 사이클에서는 이익이 급증하면 곧 정점이 온다는 학습이 반복됐습니다. 그래서 시장은 이익이 3배 뛰어도 주가를 3배로 올려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르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코어위브, AWS, 구글클라우드의 수주 잔액이 각각 분기 매출의 50배, 10배, 23배 수준으로 불어났다고 분석했습니다. 내년 하이퍼스케일러들의 AI 설비투자가 1조 달러를 넘어서는 반면, 신규 메모리 생산 라인 가동은 2028~2029년에나 본격화된다는 전망도 제시됐습니다. 공급이 늘기 전에 수요가 훨씬 빨리 달린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키움증권은 올해 3분기부터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률이 전 분기 대비 한 자릿수 수준으로 꺾일 것이라고 봤습니다. BNK투자증권은 하반기에 HBM4 비중 확대에 따른 수익성 압박 가능성을 경계했습니다. 메모리 가격의 급등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진단입니다.

PER 5.17배는 저평가일 수도 있고, 시장이 미리 정점을 감지한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이 숫자 하나가 지금 강세론과 경계론의 교차점에 걸쳐 있습니다.

미래에셋이 노무라를 넘은 날, 코스피 1만 전망이 넘쳐나는 이유

오늘 미래에셋증권 시가총액은 44조 4296억 원으로, 아시아 대표 투자은행 노무라홀딩스의 35조 원을 9조 원 이상 웃돌았습니다. 지난해 말까지 미래에셋증권 시총은 노무라의 3분의 1이었습니다. 5개월 만에 역전을 넘어 격차를 벌렸습니다.

삼성증권은 오늘 1분기 영업이익 6095억 원, 순이익 4509억 원을 공시했습니다. 1년 전보다 각각 82.1%, 81.5% 급증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5월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60조 원을 넘어서며, 증권사들이 수수료 수익만으로 분기 실적을 새로 쓰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위에서 코스피 전망치 상향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현대차증권은 연내 최대 1만 2000을 제시했고, JP모건은 강세 시나리오에서 1만을 내다봤으며, 골드만삭스는 불과 20일 만에 목표치를 7000에서 8000을 거쳐 다시 9000으로 높였습니다.

그런데 코스피 78% 상승분의 대부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 쏠려 있고, 나머지 종목들의 실질 상승률은 30% 수준에 불과하다는 블룸버그의 분석은 이 낙관론에 균열을 냅니다. 지수가 1만을 달성하더라도 그 과실이 두 종목을 보유한 투자자에게만 돌아간다면, 그것은 '증시 1만 시대'가 아니라 '반도체 2종목 시대'에 가깝습니다.

이 쏠림이 해소될 조건이 있다면, 코스닥과 중소형주로 머니무브가 확산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이 쏠림이 심화될 조건도 있습니다. AI 설비투자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나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이익 전망치가 재차 상향되고, 두 종목으로의 수급 집중은 더 강화됩니다.

내일 미래에셋증권의 1분기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습니다. 업계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조 원을 달성할지가 관건입니다. 이 수치가 나온다면 증권주 전체의 추가 상승 기대를 자극하고, 개인 자금의 증시 유입 속도가 빨라질 수 있습니다.

검증 기준은 하나입니다. 앞으로 수 거래일 안에 코스피 상승일의 '상승 종목 수'가 늘어나는지입니다. 147개에서 300개, 400개로 확산된다면 이 랠리는 두 다리로 달리는 것입니다. 숫자가 그대로라면, 지수가 8000을 넘는 날에도 738개 종목의 주주들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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