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1조 두나무 동맹|원화 스테이블코인 전쟁의 선제포

· KRX

법제화 전 1조 베팅의 논리

국내 시중은행이 단일 가상자산 기업에 1조원을 넣었습니다. 그런데 그 법적 기반인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는 아직 완료되지 않았습니다.

법이 없는 시장에 1조를 먼저 꽂는다는 결정이 어떻게 이사회를 통과했는지, 거기서 이 거래의 본질이 드러납니다.

하나은행은 5월 15일 이사회에서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보유 두나무 지분 6.55%를 1조33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의했습니다. 국내 시중은행 역사상 단일 디지털자산 기업 투자로는 최대 규모입니다.

통상적 논리라면 법제화 완료 후 진입이 맞습니다. 하나은행 관계자가 직접 말했습니다. "법제화 이후 협업에 나서면 늦는다고 판단했다"고.

이것이 단순한 투자 타이밍 판단이 아닌 이유는 협력 이력에 있습니다. 올해 2월 하나은행은 기와체인 기반 블록체인 메시지 송금 기술검증을 이미 마쳤고, 4월에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3자 협력 계약까지 체결했습니다. 즉 이번 1조는 새로운 관계의 시작이 아니라, 이미 가동 중인 인프라 협력에 지분이라는 잠금 장치를 건 것입니다.

이 잠금 장치가 의미를 갖는 이유는 하나금융이 두나무 4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단순 협력사가 아닌 주요 주주로서 경영 정보 접근권과 일정 수준의 영향력을 확보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논의에서 발행 주체 범위가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이 포지션의 가치가 달라집니다.

하나금융은 올해 초 이미 BNK금융그룹, iM금융그룹, SC제일은행, OK저축은행, JB금융그룹 등 6개 금융사를 묶어 스테이블코인 발행 컨소시엄을 구성했습니다. 두나무 지분은 그 컨소시엄의 유통 측 앵커를 확보하는 수순입니다. 그러나 발행·유통·사용·환류, 이 네 단계 중 지분 하나로 어느 단계까지 실제로 장악할 수 있는지는 아직 열린 질문입니다.

스테이블코인 4단계와 역할 분담의 함의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실제로 작동하려면 발행·유통·사용·환류 네 단계 중 하나라도 끊기면 안 됩니다. 이 구조를 먼저 이해해야 하나-두나무 동맹이 왜 자본이동의 근거가 되는지 보입니다.

발행 단계에서는 준비금 관리와 상환 신뢰가 핵심입니다. 여기서 하나은행의 은행 인프라와 외환 역량이 들어갑니다. 유통과 사용 단계에는 이용자 접점과 결제·송금 인프라가 필요하고, 여기에 업비트의 이용자 기반과 기와체인이 들어갑니다. 환류 단계에서는 원화로 돌아올 수 있는 금융 시스템 연결이 필요한데, 이것도 하나은행 몫입니다.

이 분업 구조가 설득력을 갖는 것은 기와체인이 실험실 수준의 개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더리움 기반 레이어2 블록체인으로 이미 2월 하나은행 국내외 지점 간 송금 기술검증이 완료된 플랫폼입니다. 기존 SWIFT 기반 외화송금 구조를 실시간 정산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하나은행이 가상자산 채널을 통해 해외송금 수수료 시장을 재편하는 그림이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 변수가 있습니다. 이번 거래와 별개로 업비트의 실명 확인 계좌는 기존 케이뱅크 체제가 그대로 유지됩니다. 즉 하나금융은 두나무 4대 주주가 됐지만, 업비트 고객이 원화를 입출금하는 실질적 연결 통로는 여전히 케이뱅크가 쥐고 있습니다. 지분이 있다고 해서 자금 흐름이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다시 말해 하나-두나무 동맹이 자본 흐름 측면에서 실질적 의미를 갖는 시점은 실명 계좌 구조가 바뀌거나,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가 완료돼 새로운 유통 경로가 법적으로 열리는 때입니다. 그 전까지 1조33억원은 지분 수익이 아니라 제도 선점을 위한 포지셔닝 비용으로 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 포지셔닝이 의미를 잃게 될 조건이 이미 시장에서 형성되고 있습니다.

헥토파이낸셜 — 달러가 먼저 들어온다

하나-두나무 동맹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선점하려는 구조라면, 그 구조가 작동하기 전에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먼저 시장을 장악할 경우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가 진짜 리스크입니다.

코스닥 상장사 헥토파이낸셜은 오는 7월부터 서클의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C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송금 서비스를 국내 기업 대상으로 시작할 예정입니다. 금융위원회, FIU,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현재 특정금융정보법과 외국환거래법 위반 여부를 검토 중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서비스가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고도 7월 시행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내 은행들이 금융당국 방침에 따라 가상자산 관련 외국환거래 신고를 접수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헥토파이낸셜은 은행 채널을 우회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업계가 헥토파이낸셜 서비스를 국내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중대 분기점으로 보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가 지연되는 동안 기업들이 실용적 필요에 따라 달러 스테이블코인부터 사용하게 되면, 하나-두나무가 준비 중인 원화 생태계는 이미 달러 관행이 자리 잡은 시장에 늦게 진입하는 구조가 됩니다.

이것이 헥토파이낸셜이 단순한 경쟁자가 아닌 이유입니다. 헥토의 7월 서비스가 규제 검토를 통과하면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논의의 속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당국이 불법으로 판단해 차단하면, 그것은 오히려 하나-두나무 원화 진영에 유리한 선례가 됩니다. 헥토파이낸셜의 7월이 이 전체 판의 방향을 먼저 알려주는 선행 지표가 되는 셈입니다.

하나금융이 1조33억원을 집행하면서 법제화 전에 진입했다는 결정의 가치 여부는, 결국 헥토파이낸셜의 7월 서비스 시행 결과와 그에 따른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속도가 함께 결정하게 됩니다. 그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1조의 포지셔닝은 장기 교착으로 흘러가고, 충족된다면 하나-두나무 컨소시엄은 경쟁자들이 따라잡을 수 없는 선행 인프라를 이미 가동 중인 상태가 됩니다.

Link copi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