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VLCC 10배 호황|목표가 역행의 진짜 이유
VLCC 10배 급증, 한화오션이 올라탔다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초대형 원유운반선 신조 발주량이 183척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8척에 비해 10배 이상 폭증한 수치입니다. 한화오션은 이 파고 위에서 오늘 북미 선주로부터 VLCC 2척을 3943억원에 추가 수주했고, 올해 누적으로만 VLCC 17척을 확보했습니다.
그런데 시장의 반응은 정반대입니다. DS투자증권은 오늘 목표가를 170,000원에서 132,000원으로 22.4% 낮췄고, NH투자증권은 175,000원에서 126,000원으로 28% 깎았습니다. 두 증권사 모두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지만, 목표가가 이렇게 동시에 하향 조정된다는 것은 시장이 상선 수주와 전혀 다른 무언가를 보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VLCC 발주 폭증의 원인은 구조적입니다. 러시아·이란산 원유를 실어 나르던 선박이 서방 제재로 일반 화주 접근에서 빠지면서 가용 선박이 급감했습니다. 거기에 미국산 원유의 아시아 수출 확대로 항해 거리도 늘었습니다. 올 상반기 VLCC 1년 용선료는 전년 동기 대비 136% 상승했고, 일부 중고선은 신조선보다 비싸게 거래되고 있습니다. 발주 수요가 진짜라는 의미입니다.
군함 프리미엄이 사라진 자리
한화오션의 2분기 예상 실적은 매출 4조9210억원, 영업이익 5540억원으로 전년 대비 49% 이상 성장이 전망됩니다. 가동률은 99.5%로 사실상 설비가 꽉 찬 상태입니다. 상선 본업은 명백히 레벨업 중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목표가 하향의 방아쇠가 되지 못했습니다.
핵심은 캐나다 초계잠수함 사업입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원팀으로 참여했던 이 사업을 독일 TKMS가 가져갔습니다. 한화오션은 2030년 특수선 매출 4조원을 목표로 제시했었는데, 이 프로젝트 실패로 그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NH투자증권은 기업가치 평가에 적용되는 무위험이자율을 기존 3%에서 3.4%로 올렸습니다. 목표가 하향의 절반은 캐나다 쇼크, 절반은 금리 환경 악화에서 비롯됩니다.
여기서 역설이 드러납니다. VLCC 발주가 10배 폭증해도 상선 실적 개선은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습니다. 시장이 한화오션에 프리미엄을 얹어준 이유는 상선이 아니라 군함이었습니다. 특수선 진출이 성공한다면 상선 조선사 수준을 넘어서는 밸류에이션이 가능하다는 논리였습니다. 그 군함 프리미엄이 캐나다 실패로 할인되자, 상선이 아무리 좋아도 목표가가 내려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상선과 주가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역설의 원인이 여기에 있습니다.
증권가 내부에서도 시각이 엇갈립니다. DS투자증권은 132,000원으로 매수를 유지한 반면, DB증권은 최저 목표가 110,000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증권사 평균 목표가는 149,524원이지만 지난 6개월 전 157,263원에서 이미 내려온 수치입니다. 같은 실적 전망을 두고도 군함 파이프라인을 얼마나 낙관하느냐에 따라 목표가가 수만 원씩 벌어집니다. 이것이 오늘 투자 결정을 어렵게 만드는 핵심입니다.
군함 공백을 채울 카드는 무엇인가
캐나다 실패 이후 군함 파이프라인이 완전히 소멸한 것은 아닙니다. 미국 국방부와 해군이 국내 조선사에 급유함·전투함 관련 RFI를 발송했습니다. 미국-이란 충돌 이후 중동 군함 발주 수요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더 가까운 시한은 태국 해군 차세대 호위함 사업으로, 이달 말 8000억원 규모의 우선협상대상자가 발표될 예정입니다. 한화오션은 2018년 태국 해군에 호위함을 인도한 경험을 앞세워 이 사업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태국 호위함의 후속 3척까지 포함하면 최대 4조원 규모로 확대됩니다. 여기에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Venus FPSO 프로젝트(약 30억달러) 수주 결과도 하반기 실적과 투자 심리를 가를 또 다른 변수입니다. NH투자증권은 이 두 가지 계약 중 하나라도 확보되면 조선업종 전반의 투자 심리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관건은 상선이 아니라 특수선과 해양플랜트에서 의미 있는 계약이 잡히느냐입니다.
보유자와 관망자가 체크해야 할 지표가 다릅니다. 보유자는 이달 말 태국 호위함 우선협상 결과를 먼저 봐야 합니다. 수주에 성공하면 군함 프리미엄 회복의 첫 신호로 해석될 수 있고, 실패하면 목표가 하락이 추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관망자에게는 Venus FPSO 수주 확보가 더 큰 분기점입니다. 30억달러 규모의 해양플랜트 계약은 실적 가시성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특수선 외의 다른 성장축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계기가 됩니다.
VLCC 10배 발주 급증은 한화오션의 상선 실적을 뒷받침하는 구조적 수요이며, 이 부분은 이미 확인된 사실입니다. 그러나 주가 재평가는 상선 실적만으로 오지 않습니다. 캐나다 실패로 뚫린 군함 프리미엄의 공백을 태국 호위함이나 미 해군 수주로 메울 수 있는지, 그리고 Venus FPSO로 해양플랜트 실적 축이 살아나는지가 확인될 때 밸류에이션이 다시 움직입니다. 이달 말 태국 우선협상 결과가 가장 빠른 검증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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