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역대 매출 49조|이익은 20.8% 급감
역대 매출 뒤의 숨은 계산서
현대자동차가 23일 발표한 2분기 매출은 49조 2153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조 8509억원으로 전년 대비 20.8퍼센트 줄었습니다. 매출은 사상 최고인데 이익은 뒷걸음친 이 어긋남이 오늘 시장이 풀어야 할 첫 번째 질문입니다.
현대차는 이 어긋남의 원인을 세 가지 숫자로 직접 제시했습니다. 미국 관세 납부액이 9000억원, 판매 경쟁으로 늘어난 순수 인센티브가 4000억원, 국내 부품사 화재로 인한 고부가 차종 생산 차질에 따른 믹스 악화가 2000억원입니다. 회사 스스로 이를 삼중고라고 표현했다는 점이 이 실적을 단순한 일회성 부진과 구분 짓습니다.
동시에 하이브리드차 판매는 18만 7661대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8.9퍼센트로 사상 최고 수준까지 올라갔습니다. 원가 효율이 가장 좋은 차종의 비중이 늘었는데도 영업이익률은 5.8퍼센트에 머물렀다는 사실은, 좋은 재료가 들어갔는데 요리는 오히려 싱거워진 형국입니다.
삼중고, 일시적 비용인가 구조적 압박인가
세 가지 비용 중 시장이 가장 예민하게 보는 것은 관세입니다. 현대차 재경본부장은 2분기 관세 부담이 1분기와 비슷한 9000억원 수준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일회성 충격이 아니라 매 분기 반복되는 고정비용으로 굳어졌다는 뜻입니다.
다만 회사는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관세 부담이 각각 1조 8000억원, 1조 5000억원에 달했던 점을 근거로 하반기로 갈수록 전년 대비 관세 영향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비교 기준 자체가 이미 높아져 있어 기저효과가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논리입니다.
부품사 화재로 인한 생산 차질은 5월 중 공급이 정상화됐다고 회사는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승조 부사장은 같은 컨퍼런스콜에서 연간 판매 목표를 100퍼센트 달성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화재 자체는 지나간 사건이지만, 그 여파가 남긴 생산 공백은 아직 완전히 메워지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회사가 판매 목표 미달 가능성은 시인하면서도 연간 영업이익률 가이던스 6.3에서 7.3퍼센트는 그대로 유지했다는 점입니다. 물량보다 하이브리드와 제네시스 등 고부가 차종 비중을 높여 수익성을 지키겠다는 선택을, 분기 실적 발표 시점에 공개적으로 못박은 셈입니다.
지배구조 잡음이 던지는 또 다른 질문
실적 발표와 별개로 최근 시장에는 또 하나의 파장이 있었습니다. 소프트뱅크가 보스턴다이나믹스 잔여 지분에 대한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현대차그룹이 이 지분을 어떤 방식으로 인수할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현대차 이사회에 보낸 논평에서, 정의선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기존 지분율대로 나눠 인수하는 방식이 회사와 주주에게 돌아갈 이익을 개인에게 넘기는 구조라고 비판했습니다. 반면 회사 측은 각 주주사가 신중하게 의사결정 중이라며 구체적 언급을 자제하는 입장입니다. 같은 사안을 두고 외부 감시기구와 회사 경영진의 온도차가 뚜렷합니다.
공교롭게도 현대차는 오는 8월 말 인베스터 데이에서 구체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수익성 방어를 위해 하이브리드 비중까지 끌어올리며 안간힘을 쓰는 동시에, 본업과 거리가 있는 로봇 지분 인수 방식과 20조 원 규모 신사옥 프로젝트를 둘러싼 논란도 안고 있다는 점이, 이 회사의 자본배분 우선순위를 다시 묻게 만듭니다.
이 종목을 이미 들고 있는 투자자라면 8월 말 인베스터 데이에서 나올 자사주 매입 규모와 보스턴다이나믹스 인수 구조가 지배구조 우려를 얼마나 해소하는지를 지켜봐야 합니다. 반대로 관망하던 투자자라면, 회사가 공언한 대로 3분기 영업이익률이 실제로 전년 대비 개선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 숫자가 확인되면 이번 삼중고는 지나가는 비용으로 정리되고, 확인되지 않으면 구조적 수익성 훼손이라는 다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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