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세대 교체에 꺾인 한미반도체|SK하이닉스 수혜 전달 테제, 균열

· KRX

고객사 호황, 장비사 쇼크

SK하이닉스가 1분기 영업이익 37조 6천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405% 성장하는 동안, 그 HBM을 만드는 핵심 장비를 공급하는 한미반도체의 1분기 영업이익은 84억 원에 그쳤습니다. 전년 동기 696억 원에서 88% 급감한 수치이며, 증권사 컨센서스였던 900억~1천억 원의 10분의 1에도 못 미쳤습니다. 발표 이후 이틀간 주가는 약 30% 하락하여 28만 8천 원까지 내려앉았습니다.

여기서 멈춰야 할 질문이 생깁니다. 고객사가 이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한 분기에, 왜 장비 공급사의 이익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는가. 시장이 처음 내린 해석은 단순했습니다. SK하이닉스 수혜가 TC 본더 수요로 자동 전달된다는 기존 테제가 깨졌다는 것이었고, 이 해석이 -22% 이상의 주가 반응을 끌어냈습니다. 그런데 이 해석이 정확하다면, 앞으로의 구조가 바뀐 것이고 — 그렇지 않다면, 자본은 지금 잘못된 위치에 있는 것입니다. 이 괴리가 어디서 왔는지를 따라가야 비로소 어느 쪽인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HBM 세대 교체가 만든 수주 절벽

반도체 장비 산업에는 고객사 실적 성장이 장비 수주로 즉시 전환되지 않는 구간이 존재합니다. HBM3E에서 HBM4로의 세대 전환이 바로 그 구간입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HBM4 양산 준비에 집중하는 동안, 기존 HBM3E용 TC 본더 발주는 줄고 HBM4용 장비 발주는 아직 시작되지 않은 공백이 1분기에 겹쳐 발생했습니다.

이 구조는 고객사의 수요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세대 교체 타이밍에 일시적으로 지연된 것입니다. 한미반도체는 지난해 이미 HBM4용 'TC 본더 4'를 출시했고, 올해 4월 기준 SK하이닉스로부터 확보한 수주 잔고는 지난해 SK하이닉스 전체 매출을 이미 초과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수주 잔고가 연간 매출을 앞질렀다는 것은, 1분기의 공백이 수요 감소가 아닌 타이밍의 문제였음을 뒷받침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불편한 사실이 남습니다. 수주 잔고가 매출을 앞섰다는 사실은 회복의 조건이 충족됐음을 시사하지만, 이것이 시장이 기대했던 수혜 전달 테제를 원래대로 복원하는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잔고가 있다는 것과, 그 잔고가 언제 어떤 속도로 인식될지는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2분기 수주 재개, 그러나 조건이 있습니다

예외 조건으로 봐야 할 점이 있습니다. 곽동신 회장은 2분기부터 TC 본더 수주가 집중되고 있으며 하반기에 가속화될 것이라고 직접 밝혔습니다. CGSI증권은 2026년 한미반도체 영업이익을 4108억 원으로 전망하며, 이는 전년 대비 63% 성장에 해당합니다. 3월부터 주문 흐름이 다시 강해지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함께 제시됐습니다.

그러나 이 회복 경로는 두 가지 외부 조건이 실제로 실현될 때에만 유효합니다. 첫째는 SK하이닉스의 HBM4 양산이 하반기에 계획대로 본격화되는 것이고, 둘째는 마이크론의 미국 내 신규 공장 가동 일정이 예정대로 진행되는 것입니다. 한미USA 법인은 바로 이 두 번째 조건을 현지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거점입니다. 마이크론의 아이다호 보이시 공장이 2027년 가동되고, SK하이닉스의 인디애나 패키징 시설이 운영에 들어갈 때, 현지 기술 지원 체계가 없으면 납기 경쟁에서 밀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회복 테제가 성립하려면 HBM4 양산 개시 시점이 핵심 검증 지표가 됩니다. 1분기 어닝쇼크 이후 주가에 반영된 -30%는 기존 테제의 훼손을 가격에 담은 것입니다. 그 훼손이 일시적 절벽이었다면 2분기 수주 확인이 재평가의 기준점이 되고, 만약 수주 집중이 2분기 안에 수치로 확인되지 않는다면 시장은 테제 복원 없이 세대 전환 자체를 구조적 불확실성으로 분류할 것입니다. 수주 재개의 실제 속도가 HBM4 양산 개시와 얼마나 동기화되는지, 그 시점이 지금 한미반도체를 어떻게 볼지를 결정하는 유일한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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