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 리보세라닙 3차 FDA 거절|중국 공장이 막은 16년 신약

· KRX

하한가의 역설 — 약은 효능 있는데 왜

HLB가 7월 10일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의 미국 FDA 허가신청에 대해 세 번째 보완요구서한(CRL)을 수령하면서 그룹주 전반이 일제히 하한가로 급락했습니다.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2024년 5월, 2025년 3월에 이어 이번에도 같은 이유, 즉 제조·품질관리 문제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이 역설을 이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FDA는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임상 유효성과 안전성에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약 자체는 통과입니다. 그러나 중국 항서제약의 제조시설이 cGMP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허가를 내릴 수 없다고 통보한 것입니다.

리보세라닙은 HLB가 16년간 투자한 핵심 파이프라인입니다. 그러나 세 번의 도전이 모두 임상이 아닌 제조시설 장벽에서 멈췄습니다. 그 사이 경쟁 약물인 BMS의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이 간암 1차 치료제로 미국 승인을 받았고, 리보세라닙은 후발주자가 됐습니다.

중국 파트너사가 쥔 열쇠

이번 CRL의 직접 원인은 지난 4월 FDA가 중국 항서제약의 진차오 DS 제조시설에 실시한 cGMP 정기실사입니다. 실사는 2018년 이후 8년 만에 이루어졌고, 지적사항이 발견돼 Form 483이 발부됐습니다. 문제는 항서제약이 이 사실을 HLB와 미국 자회사 엘레바 테라퓨틱스에 사전에 공유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HLB는 CRL을 수령한 뒤에야 Form 483의 내용을 공유해 달라고 항서제약에 공식 요청했습니다.

더 깊은 문제는 구조적입니다. 리보세라닙의 허가 신청에 포함된 제조시설이 cGMP 적합 판정을 받지 못하면, 약 자체의 효능과 무관하게 허가가 불가능합니다. FDA는 CRL에서 지적사항 해소 후에도 필요시 해당 제조소에 대한 사전승인실사(PAI)를 추가로 진행할 수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즉, 이번 VAI 판정으로 원료의약품 제조소 관문을 하나 넘었더라도 완제의약품 제조시설 PAI라는 별도 관문이 남아 있습니다.

이것이 시장이 놓친 핵심입니다. HLB의 리스크는 신약의 임상적 가치가 아니라 중국 파트너사에 대한 통제권 부재에서 비롯됩니다. 항서제약은 엘레바에게 Form 483 내용을 통보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신약 허가의 운명이 HLB가 직접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제조소의 내부 관리 수준에 달려 있는 구조인 것입니다.

VAI 판정의 두 얼굴 — 진전인가 착시인가

7월 15일 HLB는 FDA가 항서제약 진차오 DS 제조소에 대한 cGMP 실사를 VAI(자발적 개선 권고)로 최종 분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VAI는 OAI(공식 조치 필요)와 달리 경고장이나 수입제한 같은 강도 높은 규제조치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이번 판정으로 최악의 시나리오, 즉 기약 없는 허가 지연 리스크는 크게 낮아졌습니다.

그러나 이 판정을 놓고 동일한 날 두 개의 정반대 해석이 충돌했습니다. HLB는 공식 입장에서 "CRL의 핵심 사유가 대부분 해소됐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뉴스웨이는 FDA 공식 문서를 직접 대조해 "HLB의 주장과 FDA가 의미하는 것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다"며 "FDA가 끝낸 것은 일반 감시실사이고, 리보세라닙이라는 특정 품목에 대한 시설 최종 승인 여부는 별개"라고 보도했습니다.

데일리팜도 "VAI는 신약 허가를 보장하는 판단이 아니라 제조시설에 대한 분류"라며, 완제의약품 제조시설 대응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뉴스투데이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FDA가 강화하고 있는 데이터 무결성(ALCOA) 원칙에 따른 심사 부담도 잠재 변수입니다. VAI는 OAI가 아니지만, "지적사항을 계속 시정해야 하며 개선되지 않으면 향후 실사에서 OAI가 될 수 있다"는 조건부 판정입니다.

결국 핵심 질문은 이것입니다. VAI 판정이 4차 NDA 재신청의 진정한 기반을 마련한 것인지, 아니면 다음 관문인 완제의약품 제조시설 PAI에서 또 다른 장벽에 부딪힐 가능성이 남아 있는지입니다. HLB 그룹의 1분기 영업손실은 489억원, 순손실은 732억원으로 10개 상장사 중 8개가 적자를 이어가고 있어 시간이 길어질수록 재무 부담도 누적됩니다.

4차 도전 — 보유자와 관망자의 분기점

리보세라닙 투자의 다음 검증 변수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완제의약품 제조시설에 대한 PAI 결과이고, 둘째는 4차 NDA 재신청의 심사 등급과 PDUFA(허가 결정 목표일) 확정입니다. 이 두 가지 중 하나라도 추가 지적사항이 나온다면 허가 일정은 다시 불확실성 속으로 들어갑니다.

보유자는 VAI 판정이 분명한 진전임을 인정하되, 완제의약품 제조시설 PAI 결과가 공개되기 전까지는 HLB의 "해소" 주장을 전면 신뢰하기 이른 국면입니다. 반대로 이 관문이 무사히 통과돼 4차 NDA 재신청이 접수 공시된다면, 그 시점이 관망자의 실질적 진입 신호가 됩니다. 3차 CRL 이후 세 번째 도전이 세 번째 벽에 막혔다는 사실은 유효한 반대 증거이며, 특허 기간 감소와 경쟁약의 시장 선점도 무시할 수 없는 역풍입니다. 기회인지 함정인지를 가르는 단 하나의 관건은 DP 제조시설 PAI 공시입니다. 그 전까지 이 종목은 판단이 아니라 확인의 영역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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