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 3번째 FDA 실패|약은 효과 있는데 공장이 발목

· KRX

약은 괜찮은데, 왜 3번째 하한가인가

HLB가 오늘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의 미국 FDA 허가에서 3번째 보완요구서한, CRL을 수령했습니다.

그룹 계열사 10곳이 일제히 하한가로 직행했습니다. 오전 9시 50분 기준 HLB는 전일 대비 29.89% 하락한 3만6600원을 기록했고, HLB제약, HLB생명과학, HLB테라퓨틱스 등 모두 30% 안팎 급락했습니다.

그런데 이 충격의 핵심을 짚어야 합니다. FDA가 이번 CRL에서 지적한 내용은 리보세라닙의 임상 유효성이나 안전성이 아닙니다. 신약 후보 자체에 대한 추가 임상 요구도 없었습니다.

원인은 중국 파트너사 항서제약의 제조시설에 대한 일반 cGMP 정기실사에서 지적사항이 발견된 것입니다. 즉 약의 효과를 보여주는 임상 데이터는 세 번 내내 문제가 없었고, 매번 공장 문제가 발목을 잡은 구조입니다.

이것이 오늘의 역설입니다. 3상 임상에서 전체생존기간 중앙값 23.8개월을 기록하며 효과를 입증한 약이, 그 약 자체 문제가 아닌 이유로 3년 넘게 미국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3번 다 공장 문제인 이유 — 항서제약 리스크의 구조

항서제약 제조시설 문제는 이번에 처음 불거진 게 아닙니다. 2024년 5월 첫 번째 CRL도 항서제약 CMC 문제였고, 2025년 3월 두 번째 CRL도 캄렐리주맙 제조품질 미해소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세 번째 CRL에는 결정적인 구조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이번 CRL의 근거가 된 cGMP 실사는 허가 심사를 위한 사전승인실사, PAI가 아니었습니다. 항서제약 시설에 대한 2018년 이후 8년 만의 일반 정기실사였습니다.

핵심은 HLB가 이 실사 진행 사실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항서제약은 "리보세라닙 허가용 PAI가 아니라 일반 정기실사였기 때문에 별도 통보 의무가 없었다"는 입장이고, HLB는 "결과적으로 신약 허가와 연관된 만큼 사전 공유를 요청한다"며 대립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묻혀 있는 전제가 드러납니다. HLB는 지난 두 차례 CRL을 해소하면서 CMC 보완이 완료됐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그러나 파트너사의 일반 정기실사 결과가 허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조를 HLB와 엘레바 모두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거나, 파악했더라도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이 사태의 실질적 진단 변수입니다. 약의 효과나 임상 설계가 아니라, 중국 파트너사 제조시설에 대한 HLB의 실질적 통제권과 정보 접근권이 얼마나 확보돼 있는지가 재신청 성공 가능성을 결정합니다.

Form 483의 구체적 내용과 FDA 최종 실사 분류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HLB는 항서제약에 관련 자료 공유를 공식 요청한 상태입니다.

3년 기다리는 동안 경쟁약이 시장을 선점했다

HLB가 허가 재도전을 반복하는 사이 간암 1차 치료 시장은 달라졌습니다.

2025년 4월, BMS의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이 간세포암 1차 치료제로 FDA 허가를 받았습니다. 이 병용요법은 CheckMate-9DW 임상에서 전체생존기간 중앙값 23.7개월을 기록했는데,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23.8개월과 사실상 동일한 수준입니다.

이미 허가를 받고 미국 시장에서 처방 기반을 쌓는 경쟁약과, 여전히 문턱 앞에 있는 리보세라닙의 차이가 문제입니다. 항암제 시장에서는 먼저 진입한 치료제가 처방 경험을 축적하고 진료지침에 자리 잡는 선점 효과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특허 기간도 부담입니다. 리보세라닙의 미국 특허 만료는 2034년입니다. 첫 FDA 허가 신청 이후 세 번째 CRL 수령까지 이미 3년이 넘었습니다. 재신청이 지연될수록 특허 보호 하에 독점 판매할 수 있는 기간이 줄어들고, 상업적 가치 회수 가능성도 낮아집니다.

HLB는 리보세라닙 병용요법이 생존곡선 교차 시점이 2~3개월로 빠르고 안전성 프로파일에서 차별성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경쟁약 옵디보·여보이의 생존곡선은 12개월 시점에서 대조군과 교차하는 반면, 리보세라닙은 조기에 치료 반응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차별성 주장이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먼저 허가를 받고 시장에 진입해야 합니다. 후발주자로서 기존 처방 패턴을 바꿀 근거를 추가로 입증해야 하는 시장 진입 장벽은 허가 지연이 길어질수록 높아집니다.

보유자와 관망자가 봐야 할 단 하나의 변수

오늘의 하락이 반영하는 것은 약이 나쁘다는 판단이 아닙니다. 리보세라닙의 임상 데이터는 이번에도 문제로 지적되지 않았습니다. 시장이 가격화한 것은 파트너사 제조 리스크가 HLB의 통제 밖에 있을 수 있다는 불확실성입니다.

재신청 타임라인은 현재 완전히 불투명합니다. Form 483의 세부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고, FDA의 최종 실사 분류도 확정되지 않았으며, 항서제약의 보완 완료 예상 시점도 HLB 측에 아직 공유되지 않았습니다.

보유자라면 지금 확인해야 할 변수는 하나입니다. 항서제약 Form 483의 지적사항이 얼마나 광범위한가, 그리고 그 보완을 HLB·엘레바가 실질적으로 주도할 수 있는가입니다.

HLB가 항서제약으로부터 실사 결과를 사전 공유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재신청 일정 통제권이 사실상 중국 파트너사에 있다는 구조적 취약점이 드러났습니다.

Form 483 내용이 공개돼 지적사항이 제한적이고 단기 보완 가능하다는 근거가 나오면, 이것이 바닥권 재진입을 검토할 수 있는 조건입니다. 반대로 지적사항이 광범위하거나 재실사 일정이 장기화된다면, 2034년 특허 만료 전 미국 상업화의 실질적 가능성이 크게 낮아지는 트랩 시나리오입니다.

관망 중인 투자자라면 HLB 측의 Form 483 세부 공개 공시와 항서제약의 보완 완료 예상 시점 발표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그 시점이 나오기 전까지 허가 재신청 일정은 추정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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