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폭락 뒤 사상 첫 30% 상한가
사상 첫 상한가, 무엇이 뒤집혔나
31일 SK하이닉스가 장중 29.95% 폭등하며 사상 첫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코스피 시가총액 2위 종목이 상한가를 친 것은 2009년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삼성전자도 26%대 폭등하며 최고 상승률을 다시 썼고, 코스피 지수는 17.91% 급등 마감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전날까지 SK하이닉스는 정반대 흐름에 있었습니다. AI 거품론이 확산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고점 대비 반토막 수준까지 밀렸고, 한국투자증권조차 목표주가를 낮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하루 만에 폭락에서 사상 최대 상한가로 뒤집힌 셈입니다.
이 반전의 직접적인 방아쇠는 해외에서 나왔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의 예상을 웃도는 실적 발표가 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을 단숨에 걷어냈고, 이 훈풍이 국내 반도체주 전반의 급반등으로 그대로 옮겨붙었습니다.
최태원의 베팅, 하루 만의 평가익
주가가 바닥권이던 30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개인 명의로는 처음으로 SK하이닉스 주식 3620주를 사들였습니다. 매입 규모는 약 49억원, 종가 기준 132만2000원에 이뤄진 거래였습니다. 그동안 SK스퀘어를 통해서만 지배력을 유지해온 최 회장이 직접 자사주 매수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행보였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주가가 상한가로 직행하면서 최 회장은 하루 만에 13억원대 미실현 평가이익을 얻게 됐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저평가 판단에 따른 책임경영 행보로 해석하지만, 공교롭게도 역대급 반등 직전에 이뤄진 매수라는 점에서 그 타이밍 자체가 이번 상한가를 더 극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요인이 됐습니다.
이 사건이 보여주는 것은 최 회장의 매수 자체가 주가를 움직였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회사 안팎의 정보를 가장 가까이서 접하는 최대주주가 저평가로 판단한 시점과, 시장 전체의 비관이 절정에 달했던 시점이 정확히 겹쳤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이번 반등이 단순한 해외발 훈풍만으로 설명되지 않을 수 있다는 단서이기도 합니다.
내부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주가가 사상 최대 랠리를 펼치는 바로 이날, 회사 내부에서는 전혀 다른 국면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사측은 성과급의 일부를 자사주로 지급하는 방안과 함께, 적자가 발생하면 임금을 조정할 수 있다는 내용을 노조에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노조는 이 제안에 절대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주가만 보면 축포를 터뜨릴 상황이지만, 사측이 적자 시나리오를 전제로 임금 조정 조항을 협상 테이블에 올렸다는 사실은 시장의 열광과는 결이 다른 신호입니다. 이는 경영진이 현재의 호황이 영구적이지 않다고 보고 있다는 방증으로도 읽힐 수 있습니다.
결국 이번 상한가를 만든 두 개의 힘, 즉 해외발 AI 거품론 해소와 최태원 회장의 저평가 베팅은 모두 근거가 있지만 완전히 검증된 것은 아닙니다. 반면 사측이 스스로 적자 가능성을 협상안에 담았다는 사실은 현재 주가와는 별개로 실적 변동성에 대한 내부의 경계감이 여전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앞으로 임단협이 어떻게 타결되는지, 그리고 다음 실적 발표에서 이 경계감이 현실화되는지가 이번 랠리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할 핵심 변수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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