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합병 인가|아시아나 부채비율 1300% 흡수 조건

· KRX

인가 완료, 그런데 주가는 목표가를 40% 밑돈다

대한항공이 국토부로부터 아시아나항공 합병 최종 인가를 받아 오는 12월 17일 통합 항공사 출범이 확정됐습니다. 하나증권은 인가 직후 대한항공 목표주가를 기존 3만2천원에서 3만8천원으로 상향했습니다. 전날 종가 2만7천50원 기준으로 목표가까지 40%가 넘는 괴리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통상 인가 완료는 불확실성 해소로 받아들여지지만, 주가는 목표가에 근접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괴리를 시장이 단순히 뒤처진 것으로 봐야 할지, 아니면 시장이 시너지 가정의 조건을 이미 할인하고 있는 것인지가 핵심입니다. 하나증권이 제시한 목표가의 근거는 내년 통합 항공사 영업이익 2조2천억원입니다. 그 계산의 출발점은 아시아나항공이 내년부터 연간 4160억원의 영업이익 기여를 한다는 가정입니다. 그런데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342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부채비율은 1300%를 넘습니다. 한 해 적자 기업이 인가 후 불과 1년 만에 4천억 넘는 흑자 기여 기업으로 전환된다는 가정 — 이 가정이 성립하는 조건을 시장은 아직 확인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시너지 계산의 두 가지 전제 조건

하나증권은 합병의 핵심 시너지로 스케줄 최적화에 따른 기재 배분 효율화와 공항 협상력 제고를 꼽았습니다. 연간 3000억원의 통합 시너지가 실현되면 합병 총비용 약 9000억원도 3년 내 회수 가능하다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이 계산에는 두 가지 전제 조건이 병렬로 존재합니다. 첫째, 마일리지 통합이 공정위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6월과 9월 두 차례 공정위에 마일리지 통합안을 제출했지만 모두 반려됐습니다. 공정위는 제휴 사용처 범위가 기존보다 축소돼 아시아나 소비자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일리지 통합이 지연될수록 아시아나클럽 회원의 이탈 속도가 빨라지고, 통합 후 여객 단가 유지를 위한 비용이 추가됩니다. 둘째, LCC 통합이라는 후속 과제가 남아 있어 막대한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업계 전망이 나옵니다.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 1300%가 통합 대한항공 연결 재무제표에 편입되는 순간, 대한항공의 재무 안정성 지표는 즉각 악화됩니다. 1분기 이미 아시아나의 순손실이 연결 실적에 반영되면서 대한항공 순이익이 감소한 선례가 있습니다. 증권사 목표가는 이 과정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는 시나리오에서 도출됐습니다. 시장이 목표가를 40% 할인하고 있다면, 그 할인의 크기는 두 전제 조건에 대한 불확실성 프리미엄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조종사 호봉 8등급 차등 — 계획에 없던 통합 비용

합병 비용 계산에 잡히지 않는 변수가 내부에서 이미 표면화됐습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선임부기장에 대해 군 출신 23호봉, 민간 출신 15호봉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동일 직급 내에서 최대 8호봉 차이가 발생하는 구조입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은 취업규칙 변경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반대 입장을 냈습니다. 이미 통합 후 시니어리티에서 가장 후순위로 분류된 상태에서 호봉까지 차등 적용하는 것은 이중 불이익이라는 주장입니다. 대한항공의 연간 기장 승급 인원은 120~140명으로 제한돼 있고, 입사 후 10년 이상 대기가 필요합니다. 아시아나항공 출신 조종사들이 시니어리티 최하위에서 호봉 불이익까지 받게 되면, 12월 통합 출범 전에 이탈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항공사에서 조종사 이탈은 즉각적인 운항 스케줄 차질로 이어지고, 이는 합병 시너지의 핵심 전제인 기재 배분 효율화를 정면으로 훼손합니다. 대한항공 경영진은 "노사 간담회를 수십 차례 진행하면서 많은 부분이 해소됐다"고 밝혔지만, 노조 반대 입장은 공식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갈등이 12월 이전에 해결되지 않으면, 통합 비용 1조원 가정 자체가 하한선이 됩니다.

3분기 여객 흑자 전환 — 목표가보다 먼저 확인할 지표

대한항공 목표가 3만8천원의 실현 여부를 판단하려면 내년 통합 후 영업이익을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하나증권은 이미 3분기부터 미주·유럽 노선 운임 상승으로 여객 부문이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전년 대비 매출액 증가율 24%라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습니다. 2분기 여객 적자는 전쟁 이전 발권된 저운임 티켓이 대부분 매출로 발생하는 시기 특성상 불가피했지만, 3분기부터는 고운임 티켓 비중이 높아진다는 논거입니다. 3분기 여객 흑자 전환이 확인되면, 아시아나 적자 흡수 부담을 상쇄할 본업 수익 기반이 형성됩니다. 반대로 3분기에도 여객 부문 적자가 지속된다면, 내년 아시아나 영업이익 기여 4160억원이라는 가정은 근본부터 흔들립니다. 공정위 마일리지 통합안 승인 여부는 그다음 체크포인트입니다. 인가 완료가 모든 것을 해결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주가를 움직일 변수는 3분기 여객 실적이 먼저 입증해야 합니다. 보유자라면 3분기 실적 발표 시점까지 조종사 협상 결과와 공정위 마일리지 결정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비보유자라면 3분기 여객 흑자 전환이 확인된 이후 진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시너지 가정의 성립 여부를 검증한 후 움직이는 순서입니다. 이 두 조건이 동시에 충족될 때, 목표가 3만8천원까지의 괴리는 진입 근거가 됩니다. 그렇지 않다면 합병 인가는 리스크의 끝이 아니라 비용 확인의 시작입니다.

Link copi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