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SK실트론 2.3조 인수, 최태원 재산분할과 겹친 타이밍
2조3천억 딜, 7개월 줄다리기의 끝
㈜두산이 SK가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70.6%를 2조30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7개월을 끌어온 협상이 마침내 결론을 맺은 겁니다. 인수 시점은 내년 1월 31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협상이 이렇게 오래 걸린 이유는 단순합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본격화되면서 SK실트론의 몸값 자체가 계속 올라갔기 때문입니다. 매각 초기 약 5조원으로 평가되던 기업가치는 협상이 길어지는 사이 시장 상황과 함께 흔들렸고, SK와 두산 양측 모두 눈높이를 맞추는 데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결국 두 회사는 기업가치 재조정 대신 '언아웃', 즉 성과 연동 추가 지급 조항으로 타협했습니다. SK실트론의 상각전영업이익이 내년 8900억원, 2028년 1조원, 2034년 1조7000억원을 넘어서면 초과분의 상당 부분을 SK에 추가로 지급하는 구조입니다. 지난해 SK실트론의 EBITDA가 6275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 조항은 반도체 호황이 이어질수록 SK에도 추가 수익이 돌아가는 장치입니다.
SK는 왜 팔았나, 최태원의 재산분할과 겹친 타이밍
매각 타이밍에는 또 다른 배경이 겹칩니다. 지난달 24일 서울고등법원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지급해야 할 재산분할액을 9440억원으로 확정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최 회장이 개인적으로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29.4%의 가치는 이번 거래 단가를 기준으로 약 9580억원으로 추정됩니다.
이번에 두산으로 넘어가는 물량은 SK가 보유한 70.6%뿐이고, 최 회장 개인 지분 29.4%는 이번 계약에서 제외됐습니다. 하지만 두산이 완전한 경영권 확보를 위해 최 회장 지분까지 추가로 인수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 향후 별도 협상이 재산분할 재원 마련과 맞물려 진행될 여지가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최 회장은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SK 지분 17.9%를 건드리지 않고도 재산분할 재원을 마련할 수 있게 됩니다.
SK 측은 이번 매각의 목적을 재무 건전성 제고와 미래 성장동력 재원 확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SK그룹은 2024년부터 비주력 자산을 정리하는 리밸런싱을 진행해 왔고, 계열사 수도 2년 새 219개에서 151개로 줄었습니다. 이번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은 SK하이닉스 중심의 AI 투자 재원으로 흘러갈 전망입니다.
그런데, 웨이퍼 공급망을 넘겨도 괜찮은가
여기서 의문이 남습니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에너지, 통신을 잇는 'AI 풀스택' 전략을 추진 중입니다. 그런데 반도체의 원재료인 웨이퍼를 만드는 회사를 경쟁사 그룹으로 넘기는 셈이어서,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매각이 SK의 반도체 수직계열화를 오히려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습니다.
SK실트론은 12인치 실리콘 웨이퍼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 3위이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를 동시에 고객사로 두고 있는 핵심 소재 기업입니다. 신에츠화학, 섬코, 글로벌웨이퍼스, 실트로닉과 함께 다섯 개 기업이 전체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는 과점 구조여서 신규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SK 계열이라는 이유로 다른 고객사 확보에 제약이 있었던 SK실트론은, 두산 편입 이후 오히려 글로벌 고객사를 추가로 확보할 여지가 생긴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두산은 이번 인수로 동박적층판을 만드는 전자BG, 후공정 테스트를 담당하는 두산테스나에 이어 웨이퍼 전공정까지 갖추며 반도체 수직계열화를 완성했습니다. 두산 측은 웨이퍼 수요가 2032년까지 연 7%대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SK실트론 매출을 지난해 약 2조원에서 2031년 약 3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다만 SK실트론을 상장하지 않기로 못박은 만큼, 두산 주주 입장에서는 이 성장이 배당과 지주사 가치로 얼마나 전이되는지가 다음 확인 포인트로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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