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노공업058470 창사 첫 무기한 총파업|사상 최대 마진이 부른 인건비 30% 공방

· KRX

총파업 발생과 사상 최고 실적의 역설

반도체 테스트 소켓 제조업체 리노공업이 23일부터 전 부서 조합원이 참여하는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습니다. 1978년 창사 이후 처음 있는 일이며, 사측은 생산라인이 완전히 멈추면 하루 20억원 이상의 매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3725억원에 영업이익률 47%를 기록한, 반도체 소부장 업계 최고 수익성의 회사입니다. 실적이 나쁜 회사가 아니라 사상 최고 마진을 내는 회사에서 창사 첫 총파업이 나왔다는 점이 이 사태를 단순한 임금 갈등 이상으로 만듭니다.

실적이 좋아질수록 배분을 둘러싼 갈등도 함께 커지는 구조입니다. 노조는 그동안 변동적으로 지급되던 성과급이 회사 실적에 따라 매년 요동친다는 점을 문제 삼았고, 사측은 바로 그 변동성이 업황 악화기의 안전판이라고 봅니다. 같은 47%의 마진이 노조에게는 더 나눠야 할 근거로, 사측에게는 지켜야 할 완충장치로 정반대로 읽히는 셈입니다.

노사 숫자 충돌 — 800% 고정상여 vs 인건비 30%대 진입

노조의 요구안은 구체적입니다. 매년 실적에 따라 달라지는 성과급 대신 연 800%의 상여금을 고정으로 지급하고, 여기에 영업이익의 15%를 추가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것입니다. 지난해 영업이익 1770억원, 올해 예상치 2182억원을 기준으로 하면 이 15%만으로도 수백억원 규모의 추가 지출이 발생합니다.

사측의 반박도 숫자로 맞섭니다. 요구안을 모두 수용하면 1인당 연평균 급여가 1억1700만원에서 2억원으로 급등하고,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은 현재 25%에서 30%까지 올라간다는 것입니다. 국내 제조업 평균 인건비 비중이 12%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이미 두 배 이상인 수준에서 한 단계 더 올라가는 셈입니다.

관건은 어느 쪽 숫자가 지속 가능한 기준이냐입니다. 노조 입장에서는 실적에 따라 크게 출렁이는 변동급 구조 자체가 소득 불안정의 원인이니 고정화가 정당합니다. 반면 사측 입장에서는 반도체 업황의 진폭이 큰 산업 특성상 지금의 호황이 계속된다는 보장이 없는데, 인건비를 고정시키면 다음 다운사이클에서 비용을 줄일 수단이 사라집니다.

양측은 이미 8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입장 차만 확인한 채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사측은 성과급 일부 선지급과 임금 인상이라는 수정안을 제시했고, 노조는 이를 진전된 안으로 보지 않고 있습니다. 이 간극이 좁혀지느냐가 이후 모든 판단의 출발점이 됩니다.

수급 이면 — 오버행 해소 후 순매수 vs 파업 리스크

그렇다면 시장은 이 리스크를 어떻게 가격에 반영하고 있을까요. 최근 수익률 상위 1%인 이른바 초고수 투자자들은 리노공업을 순매수 상위 종목에 올렸지만, 같은 시점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등과 함께 리노공업은 기관·외국인 자금의 순매도 상위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 엇갈림의 배경에는 최대주주 이채윤 대표의 블록딜이 있습니다. 대주주 지분 매각 이후 시장이 우려했던 잠재 매도 물량, 이른바 오버행 부담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왔고, 이 수급 개선을 노린 자금이 AI 반도체 후공정 수혜주라는 구조적 성장 논리를 등에 업고 유입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 매수 논리가 형성된 시점에는 아직 총파업이라는 변수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AI 서버와 HBM 확대에 따른 테스트 소켓 수요라는 구조적 성장 스토리 위에 오버행 해소라는 수급 호재가 얹혀 있던 구도에, 창사 이래 처음 겪는 생산 중단 리스크가 새로 끼어든 셈입니다. 순매수에 나섰던 자금이 이 변수를 이미 반영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7월 30일 재교섭 — 관망 변수와 투자 판단

노사 양측 모두 오는 30일 교섭 재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노조는 사측이 진전된 수정안을 갖고 온다면 그 전이라도 응할 뜻이 있다고 밝혔고, 사측 역시 대화 의지 자체는 거두지 않았습니다.

이 30일이라는 시점이 중요한 이유는 파업이 그 이전에 끝나느냐 넘어가느냐에 따라 리스크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사측은 파업이 장기화되면 해외 고객사가 납기 안정성을 이유로 물량을 다변화하거나 일본·대만 경쟁사로 거래를 옮길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단기 매출 손실보다 이 고객 이탈이 더 큰 위험으로 꼽힙니다.

이 구도가 기회가 되느냐 함정이 되느냐를 가르는 조건은 분명합니다. 30일 이전에 교섭이 재개되고 접점이 확인되면, 오버행 해소와 구조적 성장 논리가 다시 힘을 받는 진입 기회로 돌아설 수 있습니다. 반대로 교섭이 재개되지 못한 채 파업이 이어지고 해외 고객사의 물량 이전 정황이 실제로 확인된다면, 지금의 순매수 우위는 함정으로 뒤집힐 수 있습니다. 보유자라면 30일 교섭의 실제 성사 여부를, 관망자라면 해외 고객사의 발주 이전 정황을 다음 확인 지점으로 삼아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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