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 7만 5만 8천 붕괴|자사주 600만원, 재협상 압력?

· KRX

오늘의 한국 시장 — 환율 1540원과 외국인 7조 이탈

오늘 한국 증시는 두 개의 숫자가 지배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1540원 59전까지 치솟으며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코스피는 외국인이 단 하루에 6조 9528억 원을 순매도하며 8369포인트로 밀렸습니다.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는 이날로 19거래일 연속입니다.

배경에는 복합 악재가 겹쳤습니다. 미국이 한국에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한 시점이 국내 지방선거로 외환시장이 휴장했던 날이었고, 그 사이 역외에서 원화가 먼저 급락했습니다. 국제유가도 배럴당 90달러 후반대로 뛰어오르며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추가 압박을 가했습니다. 구윤철 부총리가 과도한 쏠림 현상에 즉각 대응하겠다고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환율 상승세를 되돌리지는 못했습니다.

이런 장세에서 눈에 띄는 역방향 신호도 있었습니다. 삼성중공업(010140)이 미국 루이지애나 델핀 LNG 프로젝트의 첫 번째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를 4조 3301억 원에 단독 수주했습니다. 달러 강세 구간에 달러 표시 대형 계약을 확보한 셈으로, 주가는 장중 한때 전일 대비 10% 넘게 오른 뒤 소폭 상승으로 마감했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4만 4천 원으로 상향하며 매수 의견을 유지했습니다. 같은 날 넷마블(251270)은 구로 사옥 지타워를 6977억 원에 처분한다고 공시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대전 사업장 폭발 사고 여파로 국내 전 사업장 가동을 이틀간 중단하고 본사와 대전사업장에 대한 경찰·노동부의 압수수색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날 가장 조용하게, 그러나 가장 큰 재편 신호를 보낸 곳은 삼성전자(005930)였습니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 7만 6천에서 5만 8천으로, 그 이탈의 의미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지부의 조합원 수가 오늘 오후 3시 기준 5만 827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전체 임직원 12만 8881명의 과반인 6만 4440명에 6천170명 모자라는 숫자입니다. 한때 7만 6천 명을 넘겼던 조합원이 한 달 반 사이에 1만 8천 명 가까이 빠져나간 결과입니다.

이탈의 도화선은 5월 27일 마감된 임금 협상 찬반투표였습니다. 잠정합의안에 반대한 19.4%, 1만 727명이 투표 직후부터 탈퇴를 시작했습니다. 이들이 반대한 이유는 수치로 명확합니다. 합의안대로라면 DS 부문 메모리 사업부 직원은 특별성과급과 초과이익성과급을 합쳐 최대 6억 원을 받을 수 있는 반면, DX 부문 직원에게 돌아가는 것은 600만 원 상당의 자사주뿐입니다. 같은 회사, 같은 임금 테이블, 100배의 격차입니다.

여기서 시장이 아직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전제 하나가 드러납니다. 이번 합의안을 타결한 측은 초기업노조의 다수결, 즉 DS 메모리 중심의 찬성 80.6%였습니다. 그러나 탈퇴한 인원이 옮겨 간 곳이 단순 이탈이 아니라 경쟁 노조입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의 조합원은 1만 6천 명에서 2만 968명으로,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은 2600명에서 2만 1015명으로 각각 급증했습니다. 두 노조의 합산 조합원이 4만 명을 넘어서며 초기업노조가 잃은 교섭 주도권을 나눠 가질 구도가 형성됐습니다.

초기업노조는 지난 4월 고용노동부로부터 과반노조 및 법적 근로자 대표 지위를 획득한 지 약 한 달 반 만에 그 지위를 내려놓게 됐습니다. 교섭 창구 단일화 과정에서 압도적 주도권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는 의미입니다. 초기업노조는 DS와 DX 집행부를 분리하는 투트랙 교섭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오는 17일 위원장 재신임 투표를 예고했습니다.

그런데 노조 지형 변화보다 더 직접적인 시장 변수는 따로 있습니다. 탈퇴한 DX 직원들이 받은 600만 원 상당의 자사주입니다. 오늘 환율 1540원 구간에서 삼성전자 주가가 눌린 채 마감했다는 사실은, 자사주 보상의 달러 환산 가치가 합의 당시보다 더 낮아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DX 직원 입장에서 보상의 실질 가치는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재협상 압력인가, 구조 재편인가 — 확인해야 할 변수들

오늘의 핵심 질문으로 돌아옵니다. 이미 타결된 임금 협상이 흔들릴 수 있는가, 그리고 흔들린다면 삼성전자 주가에 어떤 방향으로 작용하는가입니다.

역사적 참조점이 있습니다. 삼성전자 노조는 2019년 창립 이후 첫 파업을 2024년 8월에 단행했습니다. 당시 초기업노조는 과반 지위 없이도 파업을 실행했고, 협상은 수개월 지속됐습니다. 지금은 2, 3위 노조가 각 2만 명을 넘어선 상태로, 교섭 창구 단일화 협의 과정에서 의제 설정권을 두고 경쟁하는 구도입니다. 복수 노조가 동시에 교섭력을 키우는 국면은 2024년보다 협상 구조가 더 분산돼 있습니다.

이를 이어주는 검증 변수는 세 개입니다. 첫째, 6월 17일 초기업노조 위원장 재신임 투표 결과입니다. 재신임 실패는 내부 리더십 공백으로 이어져 2, 3위 노조의 교섭 주도권 이전을 가속할 수 있습니다. 둘째, 삼성전자 DX 부문 직원들의 실제 자사주 수령 이후 추가 매도 물량입니다. 600만 원 규모 자사주가 수령 즉시 매도 대기 물량이 될 경우 주가에 단기 수급 압박이 생깁니다. 셋째, 하반기 DS-DX 분리 교섭이 공식화될 경우 성과급 기준 자체를 사업부별로 분리 적용하자는 요구가 공식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입니다. 이는 삼성전자의 단일 인사체계 전제를 처음으로 흔드는 사건이 됩니다.

긍정적 시나리오도 있습니다. 초기업노조가 투트랙 교섭을 내부 단결로 수습하고, 2, 3위 노조와 교섭 창구 합의에 이를 경우 협상 프리미엄보다 오히려 불확실성 해소 프리미엄이 작용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DS 메모리 호황 구간에서 현금 보상 능력을 재확인해줄 경우, DX 불만은 역설적으로 내부 인재 재배치 속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흡수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포함한 코스피에서 6조 9천억 원을 빼는 동안 어느 내국인 기관도 뚜렷한 대응 매수에 나서지 않았다는 사실이 한 가지 전제를 시사합니다. 삼성전자의 노사 불확실성이 외국인 자금 이탈의 원인인지, 아니면 이미 이탈 중인 외국인 흐름이 내부 불만을 증폭시키는 배경인지, 그 인과 방향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오늘의 확인 기준은 하나입니다. 6월 17일 위원장 재신임 투표 이후 초기업노조 조합원 수가 추가 이탈을 멈추는지, 혹은 5만 명 선 아래로 내려가는지입니다. 5만 명 이탈이 현실화된다면 삼성전자의 임금 교섭 구조는 사실상 다자 협상 체제로 전환되고, 이는 시장이 아직 가격에 반영하지 않은 새로운 비용 변수로 등장하게 됩니다.

Link copi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