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증권 840억 익스포저|담보 회수 87%라는데 왜 주가는 20% 빠졌나
JTBC 디폴트가 한양증권을 직격한 구조
한양증권은 지난 이틀간 주가가 누적 20% 넘게 급락했습니다. 원인은 중앙일보·JTBC에 물린 840억 원 규모의 신용공여 익스포저입니다. 이 수치가 주목받는 이유는 크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나이스신용평가가 금융권 전체를 분석한 결과, 자기자본 대비 2.0%·총자산 대비 0.5% 기준을 동시에 초과한 회사는 한양증권이 유일했습니다. 840억 원은 한양증권 자기자본 6478억 원의 13%이자 2025년 연간 영업이익 753억 원을 상회합니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를 "1년치 이익을 날릴 수 있는 규모"라고 표현했습니다. 발단은 비경제적 원인에서 시작됐습니다. 중앙그룹은 2026~2032년 올림픽과 FIFA 월드컵 중계권을 약 5억 달러에 사들였지만 지상파 재판매가 잇따라 무산됐습니다. 밀라노 동계올림픽 개막식 시청률 1.8%, 북중미 월드컵 중계권은 KBS에 140억 원을 받는 데 그쳤습니다. 방송광고 시장 위축과 OTT 전환이 누적된 상황에서 스포츠 중계권 베팅이 마지막 한 방이 됐습니다. 6월 12일 JTBC가 전자단기사채 206억 원 상환에 실패하며 디폴트를 선언했고, 사흘 만에 계열사 5개사가 회생절차를 신청했습니다. 한양증권의 충격 경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JTBC 540억·중앙일보 300억으로 나뉜 840억 중 일부는 담보가 붙어 있습니다. 그러나 6월 19일 중앙일보가 한양증권 보유 기업어음 220억 원을 끝내 막지 못하고 최종 부도 처리됐습니다. 담보 회수 논리가 현실에 부딪히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담보 회수 87% 낙관 vs CP 차환 공포의 충돌
나이스신용평가는 한양증권의 중앙그룹 익스포저를 분석하며 "연내 87% 회수 가능"이라는 전망을 제시했습니다. JTBC 관련 익스포저의 담보 구조가 상당 부분 보호받는다는 논리입니다. 이 수치가 맞다면 한양증권의 실손실은 840억 원이 아니라 훨씬 작은 규모로 줄어듭니다. 그러나 같은 날 연합인포맥스는 전혀 다른 위험을 경고했습니다. 한양증권이 단기금융시장에서 조달한 기업어음과 전자단기사채 잔량이 1조 원을 넘는다는 것입니다. 신평사들이 모니터링 강화를 선언한 이후 이 1조 원이 차환될 수 있는지를 시장이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핵심 갈림길이 드러납니다. 담보 회수율과 단기 조달 가능성은 상호독립적입니다. 담보가 87% 회수된다 해도, 그사이 단기 자금 차환에 막히면 회사는 유동성 위기를 맞습니다. 반대로 차환이 순조롭더라도 손실이 확정될 경우 신용등급이 하향되면 조달 비용이 치솟습니다. 시장은 두 시나리오가 동시에 우호적일 가능성을 낮게 봤습니다. 이것이 담보 논리를 앞세운 낙관론에도 주가가 이틀 연속 두 자릿수 하락으로 반응한 이유입니다. 반등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6월 18일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3.48% 반등했습니다. 그러나 이 반등은 "손실이 제한적"이라는 확인 위에 선 것이 아니었습니다. 회수율 87% 낙관론을 믿는 매수와 유동성 경색을 우려하는 매도가 충돌하는 구간이었습니다. 투자자들이 실제로 봐야 할 지표는 주가 자체가 아닙니다. 한양증권의 CP·전단채 차환 성공 여부가 담보 회수 논리보다 먼저 현실화되는 변수입니다. 차환이 막히면 담보 회수 기대치는 의미가 없어집니다.
비우량채 시장 전이와 크레딧 3극화
한양증권 주가 급락은 개별 종목 문제로 그치지 않습니다. 중앙그룹 회사채 잔액은 8243억 원, 기업어음과 전자단기사채를 합산하면 1조 222억 원입니다. 금융권 신용공여 익스포저는 주요 8개사 기준으로 약 1조 3000억 원입니다. iM증권 이승재 연구원은 전체 회사채 시장 272조 원 대비 비중이 0.3%에 불과해 "시스템 리스크 전이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시각에서 하나증권 김상만 연구원은 다른 결론을 내놓았습니다. 제이알글로벌리츠 채무불이행에 이어 잇달아 하위등급 채권 문제가 터지며 비우량채에 대한 투자심리 저하와 리스크 프리미엄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무보증 회사채 BBB- 금리는 이미 10.178%로 2024년 5월 이후 2년 만에 10% 선을 돌파한 상태입니다. AA- 금리도 지난 3월 이후 4%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NH투자증권 최성종 연구원은 "크레딧 시장의 AAA-AA / A급 이하 / BBB 이하로의 3극화가 이번 사태로 더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것이 한양증권 보유자에게 의미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주가 손실 자체보다 신용등급 추가 하향과 조달 비용 상승이 이익 구조를 얼마나 훼손하는지가 중장기 리스크의 진짜 변수입니다. 한양증권이 속한 A급 이하 증권사들은 이번 사태로 계열 소속 기업과의 신용 연결 여부에 대한 시장 검증 대상이 됐습니다.
법원 심문 — 보유자·관망자의 분기점
오늘 서울회생법원은 JTBC 등 중앙그룹 5개사 대표자에 대한 심문을 진행합니다. 이 심문은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가르는 첫 번째 공식 분기점입니다.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하면 모든 채무가 동결됩니다. 이 경우 담보를 설정한 한양증권의 회수 경로와 일정이 법원 관리 아래 놓입니다. 회수가 가능하더라도 그 시점이 늦어질수록 한양증권의 CP·전단채 차환 창구를 압박하는 압력이 커집니다. 반대로 법원이 회생 불허 또는 기각을 결정하면 중앙그룹 자산이 파산 정리 절차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이때는 담보 가치 자체가 훼손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투자자들이 흔히 놓치는 가정이 있습니다. "담보가 있으니 대부분 회수된다"는 전제는 회생절차가 질서 있게 진행될 때만 성립합니다. 파산 청산 시나리오에서는 동일한 담보가 훨씬 낮은 가격에 처분됩니다. 그 차이는 곧 한양증권의 실손실 규모를 결정합니다. 보유자에게 오늘 확인해야 할 변수는 법원의 결정 방향과 그 이후 CP 차환 시장의 반응입니다. 법원 개시 결정이 나오더라도 차환이 막히는 신호가 나타나면 추가 조정 압력이 현실화됩니다. 관망하는 투자자는 회수율 수치보다 차환 성공 여부에 집중해야 합니다. 담보 회수 87%가 유효하려면 그 전에 조달 경로가 살아 있어야 합니다. 법원 심문 결과와 CP 시장 반응 — 이 두 변수가 모두 확인되기 전에는 어느 방향으로도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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