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KDDX 7.8조 역전 수주|기술 열위가 건조 맡는다
기술점수에서 졌는데 사업을 따낸 역설
한화오션이 총사업비 7조8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2일 최종 선정됐습니다. 그런데 이 결과에는 단순한 수주 이상의 역전 구조가 담겨 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기술능력평가에서 한화오션을 0.6425점 앞섰습니다. 점수만 보면 HD현대가 이겨야 했습니다. 그러나 최종 총점에서는 한화오션이 0.5867점 우위를 차지했습니다. 이 반전의 핵심은 보안감점 1.2점에 있습니다. HD현대중공업 임직원들이 KDDX 군사기밀을 불법 취득해 유출한 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으면서 방사청이 적용한 감점이 기술 우위를 뒤집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이의신청을 제기했지만 방사청은 1일 이를 기각했습니다. 기술점수에서 앞선 업체가 탈락하는 구조는 이 수주를 단순한 경쟁 승리로 보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기본설계 없이 상세설계를 맡는 리스크
KDDX 사업의 핵심 리스크는 바로 여기서 시작됩니다. 함정 건조는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서로 진행됩니다. 한화오션은 개념설계를 맡았습니다.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수행했습니다. 즉 한화오션은 자신이 직접 기본설계를 하지 않은 함정의 상세설계를 이어받는 상황입니다. 전북대 장원준 교수는 "기본설계를 직접 수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업 관리 측면의 리스크가 있다"며 "기본설계를 수행한 HD현대중공업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문제는 2년 넘게 소송전과 여론전을 벌인 직후, 경쟁사와의 협업이 매끄럽게 이뤄질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방사청은 이달 중순 한화오션과 협상을 시작해 8월 말 최종 계약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선도함은 2032년 말 해군 인도 예정입니다. 이 일정은 이미 당초보다 2년 늦습니다. 추가 지연은 곧바로 해군 전력 공백으로 이어집니다. 뉴스토마토는 "사업 정상화의 계기는 마련됐지만 후유증이 적지 않다"고 평가한 반면, 뉴시스는 "2030년대까지 안정적인 특수선 물량 확보로 포트폴리오가 안정된다"고 봤습니다. 같은 수주를 두고 사업 관리 리스크와 장기 성장 동력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습니다.
KDDX가 열어주는 글로벌 레퍼런스 — 60조 캐나다 잠수함
그런데 시장이 이 수주를 단순한 내수 방산 계약으로만 보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오는 7일 캐나다 잠수함 사업(CPSP) 결과 발표가 예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총 60조원 규모로, 최대 12척 신조 건조비만 16조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입니다. 한화오션은 독일 TKMS 등 글로벌 방산업체들과 경쟁 중입니다.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는 기술력보다 실제 건조 실적이 더 중요한 경쟁력으로 작용합니다. KDDX 우선협상 확정이 캐나다 협상 테이블에서 레퍼런스로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여기에 한화그룹이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미 해군 MRO 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하고, 호주 조선사 오스탈 투자도 추진 중인 점까지 더해집니다. 코스피 내 방산·금융·에너지 섹터 순환 자금이 반도체 쏠림 이후 재편되는 국면에서 한화오션의 레퍼런스 프리미엄이 어떻게 평가되느냐가 수급 변수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보유자와 관망자의 분기 — 7월 7일이 기준점
한화오션 보유자는 지금 두 가지 상반된 신호를 동시에 보고 있습니다. KDDX 선정이라는 호재와 기본설계 부재라는 사업 리스크입니다. 이 상황에서 관건은 사업 관리 리스크가 주가에 얼마나 반영됐느냐입니다. HD현대중공업이 아직 추가 법적 조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점도 불확실성으로 남아 있습니다. 관망자에게 가장 빠른 검증 변수는 7일 캐나다 잠수함 수주 결과입니다. 한화오션이 캐나다 CPSP를 수주하면 KDDX 레퍼런스의 시장 가치가 확인되며 레퍼런스 프리미엄이 본격적으로 주가에 편입되는 분기점이 됩니다. 반대로 수주에 실패한다면 KDDX 단독 수주가 대규모 국내 사업의 부담으로 재평가될 수 있습니다. 보유자는 기본설계 협업 구체화 소식과 8월 말 계약 협상 결과를, 관망자는 7월 7일 캐나다 결과를 1차 확인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7조8000억 수주가 60조 잠수함의 발판이 되는지, 아니면 기술 열위로 떠안은 사업 리스크로 남는지 — 이 판단의 분기점은 5일 뒤에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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