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AI수주·이익급감|반등은 본업일까?
현대제철, 무엇이 회복됐나
현대제철을 지금 AI 수혜주로만 읽어도, 어닝쇼크로만 읽어도 핵심을 놓칩니다. 현재 가장 합리적인 해석은 이렇습니다. 본업은 바닥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였지만, 연결 이익의 회복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AI 수주는 그 회복을 보완할 가능성으로 들어왔습니다.
지난달 대신증권은 중국산 저가 철강 유입 감소와 철강업계의 신사업 성장을 근거로 업종 투자의견을 ‘비중확대’로 제시했습니다. 현대제철에도 매수 의견을 냈습니다. 철강사가 단순히 철을 파는 성숙 산업에서 AI와 첨단산업의 소재 플랫폼으로 재평가될 수 있다는 기대였습니다.
그런데 2분기 숫자는 기대와 다르게 나왔습니다. 현대제철의 연결 매출은 6조1073억원으로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77억원에 그쳐 전년 동기보다 43.3% 감소했습니다. 다만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111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습니다. 연결 실적이 나빠진 데에는 올해 초 매각한 현대IFC의 이익이 빠진 영향이 컸습니다. 현대IFC는 지난해 29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자회사였습니다. 해외 스틸서비스센터의 재고와 관련한 미실현이익 제거도 연결 실적을 낮춘 요인으로 추정됐습니다.
이 차이가 중요합니다. 현대제철의 공장과 판매 조직이 갑자기 다시 적자로 무너진 것은 아닙니다. 고부가 제품 판매량이 늘고, 판매가격 상승과 원가 절감이 겹치면서 별도 본업은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회사는 원료탄과 철스크랩 투입 원가가 2분기 말 고점을 지나 3분기부터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자동차강판 가격은 원자재와 환율 상승분을 반영해 8월부터 올리고, 조선용 후판도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마진을 결정하는 수요와 가격
여기서 누가 비용을 부담하는지가 관건입니다. 현대제철이 가격을 올리면 자동차 업체와 조선사가 먼저 더 비싼 강판을 사야 합니다. 이들이 최종 차량과 선박 가격에 비용을 넘길 수 있어야 현대제철의 마진 개선이 오래갑니다.
자동차 수요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기아는 7월 글로벌 판매가 29만8037대로 1년 전보다 13.4% 늘었고, 미국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판매도 역대 7월 최대였습니다. 하지만 미국 친환경차 판매를 보면 하이브리드는 52.2% 급증한 반면 전기차는 40.5% 감소했습니다. 수요가 견조하다는 사실이 모든 차종의 강판 수요와 가격 협상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AI 데이터센터 수주는 그래서 ‘새로운 성장축’이면서 동시에 아직 검증되지 않은 약속입니다. 현대제철은 올해 초 전력 인프라 전담 조직을 만들고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7건의 철강재 공급을 수주했다고 밝혔습니다. 회사 추산으로는 데이터센터 1기가와트당 18만~20만톤, 메모리 반도체 공장 한 곳당 약 10만톤의 철강재가 필요합니다. 철근과 형강뿐 아니라 열연·냉연·후판까지 한꺼번에 공급하겠다는 전략입니다. 포스코 역시 데이터센터가 커질수록 건축용 강재뿐 아니라 포스맥, 전기강판, 데이터랙 소재 수요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7건의 수주가 곧바로 7건의 매출이나 이익은 아닙니다. 계약 금액과 납품 시점, 실제 매출 인식, 제품별 마진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AI가 현대제철의 실적을 구조적으로 바꿨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지금 확인된 것은 AI 인프라가 철강 수요의 새로운 창구가 됐다는 사실이지, 그 창구가 기존 자동차강판과 건설 부진을 얼마나 대체할지는 아닙니다.
검증은 현금과 마진으로
더 긴 시간축에서는 미국 루이지애나 제철소가 있습니다. 약 58억달러 규모의 전기로 일관제철소는 2028년 3분기 시범생산, 2029년 1분기 상업생산을 목표로 합니다. 현대제철은 약 14억6000만달러를 투자해 지분 50%를 확보할 계획입니다. 이 공장은 미국 현지 자동차강판 공급과 관세 대응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당장 현금흐름을 개선하는 사업은 아닙니다. 투자금이 먼저 들어가고, 생산과 수익성은 몇 년 뒤에 검증됩니다.
주주라면 이번 실적을 ‘AI 기대감이 이익 감소를 덮었다’고 해석하기보다, 연결 실적과 본업 실적을 분리해서 봐야 합니다. 관찰자라면 3분기 숫자에서 세 가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8월부터 적용된 자동차강판 가격 인상이 실제 마진으로 남는지, 원재료 가격 하락이 얼마나 반영되는지, 그리고 AI 데이터센터 수주가 매출과 현금으로 이어지는지입니다. 회사가 예고한 4분기 주주환원 정책도 미래 투자와 현금 배분의 우선순위를 가늠할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현재의 결론은 분명하지만 완결되지는 않았습니다. 현대제철은 본업의 최악을 지나고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AI 수주가 그 회복을 구조적 성장으로 바꿨다는 증거는 아직 부족합니다. 남은 질문은 수주가 있느냐가 아니라, 그 수주가 언제 얼마의 마진으로 손익계산서에 나타나느냐입니다.